[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25] 표현의 자유

강헌 음악평론가 2022. 8. 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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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llica ‘Eye of the Beholder’(1988)
Metallica ‘Eye of the Beholder’(1988)

1988년 전세계 무슬림을 끓어오르게 만들었던 ‘악마의 시’를 발표했던 인도 뭄바이 무슬림 가문 출신의 영국 소설가 살만 루슈디가 뉴욕에서의 강연 도중 테러를 당해 중상을 입었다. 그의 네 번째 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이 발표된 후로 번역가가 살해당하는가 하면 당시 신정 공화국을 이끌던 이란의 호메이니가 공개적으로 작가를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무슬림 가정에서 자라난 이민자인 살만의 이 소설이 이슬람교에 대한 신성 모독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통상적인 견해지만 자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이슬람권에 분노의 불길을 조장하고 말았다.

이 한여름의 테러 사건으로 표현의 자유라는 이슈가 다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명예혁명을 이끌어낸 영국의 자유주의 사상과 프랑스혁명을 배태시킨 계몽주의 철학자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고, 나아가 미국 연방수정헌법 제1조와 유엔 국제인권규범에 명시되게 된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합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이블린 홀이 볼테르의 사상을 요약한 유명한 말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미국에서나 우리 대한민국에서나 여전히 논쟁적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범죄 발생을 의도하거나 범죄를 야기할 수 있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존재한다면 그 자유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심각하고 실질적인 해악을 초래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판단할 것인지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슬래시 메탈의 지존 메탈리카는 ‘악마의 시’가 발표되었던 바로 그해에 이 첨예한 지점을 판단하는 ‘관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언론의 자유는 그들이 왜곡하는 말에 지나지 않아/ 자유는 더 이상 당신들을 자유롭게 하지 않아(Freedom of speech is words that they will bend/ Freedom no longer frees you.)”

표현의 자유는 모든 통치 기구를 손에 쥔 권력과 미약한 개인 사이에 존재하는 여전한 뜨거운 감자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표현의 자유는 몇 번째로 나올까? 답) 21조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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