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비는 추억을 불러낸다

비는 추억을 불러낸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 때문에 우산을 같이 쓰면서 시작된 연애담부터 실연을 당하고 하염없이 빗속을 걸었던 남자들의 이야기까지 그 소재도 다양하다.
‘너의 맘 깊은 곳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고개 들어 나를 보고, 살며시 얘기하렴/ 정녕 말을 못하리라. 마음 깊이 새겼다면/ 오고 가는 눈빛으로 나에게 전해 주렴/ 이 빗속을 걸어갈까요. 둘이서 말없이 갈까요.’
김정호가 만들고 금과 은이 불러 히트한 ‘빗속을 둘이서’(1976)는 그런 추억을 불러내는 데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다.
이 노래를 만든 김정호는 ‘이름 모를 소녀’(1974)로 데뷔한 실력파 싱어송라이터였다. 그는 친구인 어니언스의 임창제에게 ‘사랑의 진실’ ‘작은 새’ 등의 노래를 만들어줬고, 투에이스에게 이 노래를 선물하여 크게 히트했다.
오승근과 홍순백으로 데뷔했던 투에이스는 입대로 빠진 홍순백 대신 임용제를 영입한 뒤 이 노래를 발표한다. 당시 국어순화 운동을 전개한 정권의 강요로 그룹명을 금과 은으로 바꾼 뒤였다. 바니걸스가 토끼 소녀로, 어니언스가 양파들로, 딕 훼밀리가 서생원 가족으로 바뀐 것도 그 이유였다.
자신이 만든 노래들이 연달아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정작 김정호는 대마초 파동을 겪으면서 손과 발이 묶인다. 1979년 해금 이후 자신이 직접 부른 ‘빗속을 둘이서’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건강이 악화하여 끝내 세상과 작별했다. 최근 임영웅이 이 노래를 불러 600만뷰가 넘는 유튜브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다시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비가 늘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재까지 겹친 비 피해로 추억을 불러와야 할 비가 재앙이 되기도 한다. 평온을 되찾아서 ‘가을비 우산 속’을 들으며 걷고 싶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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