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발언대] 반지하, 피한다고 끝이 아니다
지난주, 재난이 또다시 생중계됐다. 무참히 쏟아진 폭우로 인해 반지하 주택이 속수무책으로 침수됐다. 추모와 함께 반지하에서 구조되지 못한 비극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반지하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침통함과 함께 기시감을 느낀다. 2018년엔 종로 고시원에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한 ‘국일고시원’ 참사가 있었다.

창문이 없고 가까운 비상구가 없는 깊숙한 방. 희생자들은 그 집에 살았단 이유만으로 세상을 떠나야 했다. 비통한 마음을 안고 온 사회는 고시원의 취약성을 인지하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서울시는 신규 고시원의 기준을 강화하고 기존 고시원의 리모델링을 지원하기로 했다. 비좁은 고시원을 몰아내고 넓고 안전한 원룸이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당위였다. 그리고 올해, 영등포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2명이 사망했다.
늦겨울, 초봄의 건조한 시기엔 ‘집’을 가장한 고시원에서 화마의 위협이 반복된다. 계절이 바뀌어 폭염이 찾아오면 쪽방촌에서 비극적 사고가 들려온다. 이번처럼 폭우라도 내리치면 반지하는 침수된다. 혹한에는 비닐하우스 거주자가 세상을 떠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집에서 죽음을 당한다.
반지하의 주거 유형을 선호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부담 가능한 주거비의 주택이 없기 때문에 선택할 뿐이다. 반지하를 ‘탈출’하더라도 입주 가능한 주택은 유사한 수준의 비적정 주거일 가능성이 높다. 32만명에 이르는 반지하 가구를 모두 지상으로 이주시키는 것도 불가능할뿐더러, 지상에 올라오더라도 폭우의 위협만 피할 뿐 다른 재난이 도사리고 있다. 반지하 허가를 금지하겠다는 서울시의 발표는 환영할 일이지만,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해결책은 결코 아니다.
특히 서울시와 정부가 밝힌 도시계획의 방향이 수정되지 않는 한, 반지하에 대한 지금의 대응은 기만에 가깝다. ‘모아주택’을 비롯한 도시정비 사업은 공공임대주택 의무량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SH는 저층주거지의 공공성을 담보했던 매입임대주택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권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30% 가까이 감축하기까지 했다. 반지하를 밀어낸다고 해도 프리미엄 아파트가 올라선다면, 세입자들은 가뜩이나 높아진 부동산 가격 때문에 재난에 더욱 취약한 주택을 찾아야 한다.
조만간 닥쳐올 폭염, 겨울의 혹한, 그리고 또 반복될 화재. 온갖 재난 속에서도 ‘집’은 마지막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고시원, 쪽방촌, 반지하, 비닐하우스 등 비적정 주택과 재난 사이의 연쇄를 끊어야 한다. 각 주택의 유형별 재난 대응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최저주거기준을 강화하고 신축 금지 및 재건축을 통해 반지하나 쪽방이 자연소멸하는 동안 취약계층이 이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의 물량을 확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오늘 발표 예정인 정부의 주택 공급대책에는 ‘사람 사는 집’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길 바란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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