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잘못됐는지 정확히 알아야 고칠 수 있지 않나." 야구 바이오메카닉스 전도사 이기광 교수

김세훈 기자 입력 2022. 8. 15. 00:55 수정 2022. 8. 1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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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광 국민대 교수가 경기 구리 S&P 베이스볼 아카데미에서 바이오메카닉스로 투구 동작을 분석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자기 문제를 정확하게 알아야 고칠 수 있지 않겠나.”

스포츠계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평가받는 바이오메카닉스 연구에 뛰어든 국민대 이기광 교수의 반문이다. 이 교수는 14일 경기 구리 S&P 베이스볼 아카데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투구, 타격 동작을 첨단 장비로 분석하면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며 “문제점을 직접 확인하면 자발적으로 고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훈련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올해 초부터 S&P 아카데미 기술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집중적으로 연구한 바이오메카닉스를 현장에 적용하고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다. 국내 야구 아카데미 중 유일하게 바이오메카닉스 측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바이오메카닉스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바이오메카닉스는 동작을 역학적으로 분석한 뒤 힘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돕는 학문이다. 골프에서 무척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야구에서도 적용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국내 야구계는 다소 낯설게 느낄 것 같다.

“초기에는 그랬다. 그런데 타구 분석 시스템이 골프에 사용되면서 야구계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 트래킹은 공을 추적하는 반면, 바이오메카닉스는 동작에 집중한다. 공이라는 결과물을 만드는 원인을 연구하는 것이다.”

-어떤 연구를 진행했나.

“3년 전 SK 야구단으로부터 함께 연구하자는 제안이 왔다. 그런데 코로나, 상호 준비 부족으로 중단됐다. 이후 연구를 거듭해 부족함을 보완했다. 작년 겨울 KBO 초청으로 제주에서 초등, 중등 학생 선수를 측정하기도 했다.”

-S&P 아카데미에 설치된 장비를 설명해달라.

“투수는 몸에 아무것도 붙이지 않고 공만 던지면 된다. 카메라 8대로 찍은 동작을 3차원 영상으로 가공해 보여준다. 지면반력 측정 마운드도 있다. 골반, 몸통, 팔, 손에 대한 회전순서, 회전 간 시차도 알 수 있다. 볼 트래킹도 이뤄진다. 미국 등 외국 장비로 3억원 규모다.”

-타격 분석 시스템은 어떤가.

“타격은 관성센서를 골반, 몸통, 팔 등에 부착한다. 지면반력도 측정된다. 배트 그립 끝에 센서를 꽂으면 스윙 궤적, 각도 등도 알 수 있다. 예상 비거리, 방향, 발사각 등 타구 분석 시스템도 있다. 타격 분석 시스템은 2억원 규모다.”

-투타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자기 힘을 가장 효율적으로 부상없이 무리하지 않고 최대로 쓰게 하는 이상적인 역학법을 찾는 것이다. 지면, 하체, 골반, 몸통, 팔, 손으로 전달되는 힘을,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공에 집중되게 만드는 것이다.”

S&P 베이스볼 아카데미에서 바이오메카닉스 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



-그동안 거둔 성과는.

“지금까지 중고등, 대학 선수 100명 정도를 측정했다. 일반적으로 자기 구속의 10~20%는 비교적 단기간에 끌어올렸다. 한 번 빠르게 던지는 게 아니라 50개 정도를 꾸준하게 빠르게 던지는 걸 목표로 삼는다. 신체조건, 유연성, 근력이 뛰어난 선수는 몇 가지만 바꾸면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다.”

-선수들 반응은 어떤가.

“아직 다수 선수, 코치조차 구속을 올리는 원리와 개념을 잘 모른다. 자기 눈으로 문제점을 확인한 뒤 그걸 고쳐 성과가 나오면 무척 신기해한다. 구속과 제구 둘 다 잡을 수 있는 이상적인 지점을 찾아내고 있다.”

-타격 분석은 어떻게 이뤄지나.

“동작을 부분적으로 분석한다. 골반, 몸통, 팔 순서로 열리면서 공을 때려야 파워를 높일 수 있다. 순서가 잘못되거나 세부 동작 간 템포가 어긋나면 보상 동작이 이어지면서 폼은 더 망가지고 타구에 힘을 싣지 못한다.”

-측정 비용은.

“투수는 1회 40만원, 타자는 30만원이다. 1시간 동안 연구진과 지도자가 총동원해 집중적으로 분석하며 훈련법, 해결책도 제시한다. 자주 측정할 필요는 없다. 1년에 두세 번이면 된다.”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 오타니 쇼헤이도 비슷한 훈련을 하고 있다.

“오타니는 시애틀 인근 아카데미에서 수시로 바이오메카닉스로 훈련한다. 오타니가 투타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데는 바이오메카닉스가 크게 공헌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바이오메카닉스가 일반화됐다.”

-국내 프로야구는 어떤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롯데만 활용하고 있다. 바이오메카닉스는 당장 결과보다는 중장기적인 육성에 초점을 둔다. 몇 년 후면 롯데에서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강속구 투구 키움 장재영도 투구 원리를 안다면 제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메카닉스를 다른 분야로 확장할 수도 있겠다.

“투구는 동일 동작의 반복이다. 우리도 투구 분석과 개선법에 대한 노하우가 어느 정도 쌓였다. 그런데 타격은 변수가 많아 아직도 더 연구해야 한다. 타격에 이어 수비, 송구, 주루까지 연구를 확장하고 싶다.”

-바이오메카닉스를 불편하게 여기는 지도자들이 여전히 적잖다.

“코치가 역학을 이해한 뒤 코칭에 적용하면 엄청난 효과를 볼 것이다. 바이오메카닉스는 코치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과학과 코칭이 합심해야만 정답을 찾을 수 있다. 과학자와 지도자 모두 동등한 협력자임을 인식해야 한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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