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칩4' 가입 리스크 헤징,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로

2022. 8. 1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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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의 기술과 소재, 파운드리 생산을 세계적으로 주도하는 미국, 일본, 대만이 함께하는 '칩4' 예비 모임에 한국이 참석할 예정이다. 8월 말까지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협의체 회의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반도체 산업의 선진 기술을 보유한 미국이 주도하는 '칩4'와 거리를 두는 것은 장기적으로 반도체 산업 발전과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급속한 성장에 위기감을 가진 미국이 주도하고 대만이 참여하기 때문에 '칩4'는 근본적으로 중국과 평화적으로 양립하기엔 한계가 있다. 동시에, 중국은 한국 반도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경제 안보의 핵심이다. 외국 기업에 선진 기술을 의존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반도체 수입의 핵심을 이루는 한국을 사드 때처럼 삼성이나 SK하이닉스에 비공식적 강압과 수출 규제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중국의 대체 기업과 브랜드가 있는 출구비용(exit costs)이 낮은 소비자 제품은 사드 위기 때처럼 비공식적 보복과 수출 규제에 다시 직면할 위험이 없지 않다. 정부는 외교적 방법을 통한 설득과 이해를 구하는 방법으로 중국에 양해를 얻고, 동시에 '칩4' 회의에서 중국을 배제한 잠재적 공급망 위기를 강조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는 하지만 시장이 감수할 리스크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까.

중국의 경제적 강압은 비대칭적 교역 관계를 수단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세계 제2의 경제 강대국이 된 2010년 이후 일관된 경제책략(economic statecraft)이다. 따라서 외교적 통로를 통한 대화도 필요하지만 불확실한 기대와 노력보다는 제도화된 다자적 억제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다. 최근 출범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가 다자적 협의체라는 점에서, 그리고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가진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모임이라는 점에서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2022년 5월에 출범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는 전통적 무역협약이 아닌 신통상 의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기술 협력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공급망 안정과 디지털 경제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경제적 강압에 반대하는 관련 규범을 제도화하고 제도적 억제책 마련을 주도해 '규칙 제정자'로서 역할을 모색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이미 유럽연합(EU)은 일상화된 경제적 강압에 다자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1년 12월에 '반강압 수단(Anti-Coercion Instrument)' 프러포절을 통과시키며 새로운 무역 도구로 공식화했다. 외교적 수단과 대응의 억제 효과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다자적 '반강압 수단'은 국제사회와 파트너 국가에 보내는 중요한 시그널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중국을 타깃으로 삼는 '칩4'에 한국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함께하기 위해서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를 플랫폼으로 EU와 같은 다자적 억제책 제도화를 주도해야 한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으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에 '조인트 기금(joint fund)'을 조성해 경제적 강압으로 손실이 발생한 기업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외교적 수단은 경제적 강압을 억제하기에 충분하지 못했고 불안정성과 위험이 크다는 점을 우리는 사드 위기를 통해 이미 경험했다. 경제 안보를 위해 다자적 협력 못지않게 다자적 억제가 절실한 시대다.

[여유경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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