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재난경보 분야 후진국'..국가 차원의 시스템 구축 시급"

윤희일 선임기자 2022. 8. 1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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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정보 전문가' 이연 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
이연 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 | 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제공
수시로 재난 관련 정보 접하지만
실제 필요한 정보는 얻기 어려워
교통로·정전 상황·대피 요령 등
일사불란하게 알려줄 체계 필요

아파트나 빌딩에서 생활하다 보면 화재경보가 종종 울린다. 이런저런 안내방송도 수시로 나온다. 구청이나 마을회관에서도 폭염이나 집중호우를 대비하라는 등의 방송이 나오곤 한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119구급차나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뭐가 급한지 뒤에서 오는 차가 경적을 울려대기도 한다. 가끔 지진이 발생하면 휴대전화를 통해 경보가 울린다. 요즘은 코로나19나 집중호우 등과 관련된 ‘안전안내문자’도 수시로 받게 된다.

국내 재난정보 분야 전문가인 이연 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68·선문대 명예교수)은 이처럼 현대인이 각종 경보(경보성 정보 포함)에 둘러싸여 있는 상황을 ‘경보사회(Alert Society)’ 또는 ‘재난경보사회(Disaster Alert Society)’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수시로 쏟아지는 경보 중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수도권을 덮친 이번 집중호우 때 서울의 상당수 지하철역에 물이 차고 전동차가 역에 정차하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수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었지만, 관련 정보(경보)와 대체 교통수단에 대한 정보는 시민들에게 거의 전달되지 않았다. 집중호우는 언제나 반지하 주택에 사는 주민들을 위협하지만, 이런 주민들을 위한 긴급경보 체계도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반지하에서 살던 주민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 회장은 갈수록 빈발하는 각종 재난 등에 대비해 국가 차원의 ‘긴급재난경보시스템’, 이른바 ‘K-경보(alert)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14일 지적했다. 그는 “미국·캐나다·일본 등의 경우 국가 차원의 재난경보시스템을 이미 구축했다”면서 “한국은 IT(정보통신) 분야의 선진국이면서도 재난경보시스템 분야에서는 후진국”이라고 지적했다. 지진·태풍 등 재난이 많은 일본의 경우는 국가 차원의 통합재난경보 시스템인 ‘J-얼럿’이 이미 구축돼 있다고 이 회장은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번 집중호우도 정확한 폭우 경보, 산사태 경보는 물론 지하철 운행 중단 정보, 이에 따른 우회 교통정보, 정전정보 등을 시민들에게 일사불란하게 제공해야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서 “이런 혼란 속에 수많은 시민이 공포에 떨거나 불편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보가 꼭 필요한 지역과 주민에게, 또 꼭 필요한 시기에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차원의 시스템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시스템에는 기상청·소방청·산림청·경찰청 등 관련 정부 기관은 물론 철도공사나 각 지역의 도시철도 운영회사 등 교통기관, 한전 등 전력공급회사까지 참여해야 하며 당연히 광역·기초지자체까지 연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뉴올리언스 쓰나미 대참사에 대한 대응 문제로 미국의 부시 정권이 참패했고,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 대한 부실 대응으로 일본의 민주당 정권이 붕괴한 바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2014년 세월호 참사는 한국의 박근혜 정권이 붕괴하게 된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현 정부가 정권출범 초기에 기존 재난 대응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국가 차원의 긴급재난경보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향후 발생하는 재난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회장은 최근 출간한 책 <국가위기관리와 긴급재난경보>를 통해 국가차원의 긴급재난경보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재난방송·재난경보 등을 연구해온 그는 한국의 지진경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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