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3년 본예산 13년 만에 축소 편성.. 허리띠 졸라맨다"

이희경 2022. 8. 1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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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급증에 재정 건전성 챙기기
추경호 "2022년보다 대폭 줄어들 것"
장차관급 이상 보수 10% 반납 등
대대적 재정 다이어트 추진키로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예고된 상황
급격한 '긴축' 부작용 우려도 제기
정부가 내년 본예산의 총지출 규모를 올해(2차 추가경정예산 포함) 지출보다 축소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을 거치면서 실시된 확장재정 탓에 나랏빚이 대폭 증가한 만큼 당장 내년부터 적극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대적인 지출 구조조정, 장차관급 고위 공무원 보수 삭감 등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예산은 다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내년부터 각종 감세 조치가 예고된 데다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안전망 관련 예산이 축소될 경우,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고랭지 배추밭을 방문해 배추 생육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고랭지 배추 재배지인 강원도 강릉 안반데기를 방문한 자리에서 “최근에는 다음 해 본예산을 편성할 때 그해 지출보다 증가한 상태에서 예산을 편성했으나 내년 본예산은 올해 추경을 포함한 규모보다 대폭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차 추경을 포함한 총지출(679조5000억원)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예산이 편성된다는 뜻이다. 다음 해 본예산 총지출이 전년 전체 지출보다 작아지는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가 내년부터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총지출 증가율은 5% 중반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올해 본예산 총지출 규모인 607조7000억원을 기준으로 증가율을 5%로 설정하면 내년 총지출은 638조1000억원, 6%로 잡으면 644조2000억원 수준이 된다.

정부가 ‘긴축 모드’에 들어간 건 나랏빚 증가세가 심상찮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첫해인 2017년 국가채무는 660조2000억원이었지만 올해 2차 추경 기준 연말에 나랏빚은 1068조8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2017년 36.0%에서 올해 말 49.7%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전방위적으로 재정 다이어트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올해 기준 300조원 정도로 편성된 재량지출의 10% 정도를 절감하는 등 대대적인 지출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1205개 민간 보조사업 중 440개를 점검해 이 중 61개 사업을 폐지하고, 191개 사업은 감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장차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의 임금은 동결하되 10%를 반납하도록 하고, 국유재산 중 유휴·저활용 재산 16조원을 향후 5년간 매각할 예정이다.

하지만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으로 향후 5년간 60억원 정도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긴축’으로의 급속한 전환이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총지출 중 사회복지 분야가 32.1%(195조원)로 가장 비중이 큰 만큼 각종 사회안전망 관련 예산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2.0%(한국개발연구원 설문조사)까지 쪼그라들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복지 예산 축소는 취약계층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정 지출의 효율화는 필요성이 있지만 경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급격하게 재정을 축소시키면 재정의 경기 안정화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대기업, 자산가,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정책이 ‘부자감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이렇게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우리 사회에서 여유 있는 계층이나 집단이 세금을 내서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고용안전망 관련 재원을 두텁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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