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유족 전영순·추국향씨도 국가에 돌려줄 배상금 이자 면제

허진무 기자 2022. 8. 1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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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화해권고 결정 수용
이창복씨 이어 빚 탕감 조치
생활고 시달린 피해자 가족
남은 원금 돌려주기도 막막

법무부가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인혁당 사건) 피해자 이창복씨에 이어 다른 피해자의 유족들에 대해서도 지연손해금(지연이자)을 면제하기로 했다. 배상금보다 커진 지연이자는 사라졌지만 ‘빚 고문’ 논란을 끝내려면 국가로부터 피해를 입은 이들을 실질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추가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법무부는 최근 인혁당 사건 피해자 유족인 전영순씨와 추국향씨에 대한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전씨와 추씨가 국가에 지연이자를 제외한 초과지급 배상금 원금만 돌려주면 재산 압류를 정지하고 부동산 강제 경매를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추씨에 대한 지난달 28일 화해권고 결정은 2주 동안 양측의 이의가 없어 확정됐다. 법무부는 전씨에 대한 화해권고 결정에 대해서도 이의 신청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인혁당 사건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고(故) 전재권씨의 딸 전영순씨는 2009년 국가배상 소송에서 가지급금으로 4억2300만원을 받았지만 1억9500만원을 돌려줘야 할 처지가 됐다. 징역 20년이 선고됐던 고 정만진씨의 부인 추국향씨는 가지급금으로 배상금 10억원을 받았지만 4억6000만원을 돌려줘야 했다. 2011년 대법원이 ‘오래된 사건에 불법행위 시점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하면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너무 많은 배상금을 줘야 한다’며 판례를 바꿨기 때문이다. 생활고에 시달려온 사건 피해자나 유족은 그동안 진 빚을 갚는 데 이미 가지급금을 써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초과지급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초과지급금을 갚지 못하는 동안 매년 20%씩 이자가 붙었고 피해자들이 갚아야 할 지연이자는 보상금 액수를 훌쩍 넘어섰다. 국가는 이들의 재산을 압류하고 살고 있는 아파트를 강제로 경매에 넘겼다.

법무부의 이번 ‘지연이자 탕감’ 조치로 피해자들은 일단 큰 짐을 덜었다. 하지만 초과지급금 원금을 돌려주는 일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전씨는 이달 31일까지 2000만원을, 내년 8월31일까지 1억7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추씨는 내년 2월28일까지 4000만원을, 내년 10월31일까지 4억2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1회라도 지급이 지체되면 지연이자 면제 효력이 사라진다.

전영순씨는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초과지급금 원금을 돌려주려면 아파트를 팔아야 한다. 추국향씨는 아파트 가액이 초과지급금 원금보다 낮아 화해권고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를 그대로 경매에 넘겨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 대리인인 김형태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기존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사실 법무부가 말하는 초과지급금 원금도 피해자에게 받아가선 안 될 이자”라며 “국가가 이자를 제대로 안 주고선 피해자들에게 이자를 내놓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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