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소수민족 "우크라 위험한 격전지, 우선 투입은 차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군 내에서 “돈바스 같은 위험한 격전지에 소수민족 출신 병사들이 우선적으로 투입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영국 BBC 등이 지난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실제로 소수민족 출신 병사들이 러시아계 병사들보다 더 많이 전사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강조해 온 ‘다민족 단합’ 기조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BBC와 러시아 독립 언론 미디어조나 등은 이날 “러시아 지자체들 발표를 종합·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숨진 러시아군 5507명 중 ‘다게스탄 공화국’ 출신이 267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보도했다. 다게스탄 공화국은 아바르인·다르긴인 등 30개 이상의 러시아 소수민족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BBC는 “다게스탄 공화국 인구는 약 315만명으로 모스크바(약 1264만명)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전사자 수는 19배에 달했다”며 “인구 30%가 몽골계인 부랴트 공화국 출신 전사자가 235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 내 ‘소수민족 차별’ 의혹이 불거지자 이들이 참전을 거부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러시아 모스크바타임스는 지난달 “다게스탄 공화국 출신 병사 300명 이상이 참전을 거부하고 귀환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대부분은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투입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부랴트 공화국 출신 병사 최소 70명이 최근 ‘참전을 거부한다’는 서신을 러시아군 상부에 제출했다고 미디어조나가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지난 8일 “다양한 민족들로 구성된 러시아군 내에서 ‘소수민족 차별’ 의혹으로 인한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포격전이 끊이지 않자, 방사능 누출 등 안전사고를 우려한 우크라이나 당국이 주민들을 대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12일 보도했다. 데니스 모나스티르스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자포리자 원전의 위험 정도가 최고조에 달했다”며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러시아 국민 16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전주보다 0.5%p 오른 81.3%였다고 이날 밝혔다. 외신들은 이 같은 결과가 “러시아의 ‘여론 통제’ 덕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 64%는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모든 영토를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 평가한 국민은 9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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