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탕평·균형 무너진 윤석열 정부, 인적쇄신으로 바로잡아야
취임 100일을 앞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고위공직자 구성에서 탕평·균형 인사 원칙이 모두 무너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이 14일 대통령실과 중앙부처 등 45개 기관의 장차관, 주요 실·국장 등 윤석열 정부 핵심 고위공직자(윤핵공) 190명의 출신 지역·학교, 성별 등을 분석한 결과다. 영남과 수도권이 과대대표되고, 특정 대학 쏠림 현상은 심화됐으며, 여성 고위직 진출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이 ‘안배는 없다’며 ‘능력주의’를 유일한 인사 원칙으로 내세운 결과로 본다. 그러나 설익은 ‘취학연령 하향’ 발표로 낙마한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 사례에서 보듯 윤석열 정부 인사는 유능과도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면적 인적쇄신이 절실한 이유다.
‘윤핵공’은 출신 지역으로 보면 대구·경북(TK·20.5%)을 포함한 영남이 38.4%로 가장 많고, 서울(22.1%)을 포함한 수도권(29.5%)이 뒤를 이었다. 문재인 정부 3년차이던 2019년(영남 31.8%, 수도권 22.8%)보다 급증했다. 광주·전남 출신 장관급 이상은 전무하다. 윤핵공의 TK 쏠림은 국가정보원·검찰·경찰·국세청 고위직 31명 중 TK 출신이 9명으로 2019년보다 3배 급증한 데서도 확인된다. 윤핵공 평균 출생연도인 1966년 지역별 출생자 통계와 비교해도 TK·서울은 과대대표, 호남은 과소대표됐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44.7%), 고려대(12.1%), 연세대(11.6%) 순으로 이른바 ‘SKY’가 68.4%에 달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보다 과점현상이 심화됐다. 고교의 경우 윤 대통령이 졸업한 충암고 출신이 약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은 윤핵공에서 가장 불균형한 지점이다. 여성 비율은 7.4%로 10명 중 1명에도 못 미친다. 공약대로 여성가족부를 폐지할 경우 5.3%로 더 낮아진다. 질적으로도 18개 부처 장관 중 여성은 3명(16.7%)뿐이다. 2019년엔 국가보훈처 포함 19곳 중 6곳(31.6%) 수장이 여성이었다.
특정 성별·지역·학교 출신들이 모인 동종교배 구성으로는 국민 전체를 바라보는 통합적 시야를 갖기 어렵다. 소수자·약자를 포함한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일은 정부의 의무다. 앞서 보수·진보를 불문하고 여러 정부가 균형인사를 통한 사회통합을 추구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대통령실 개편이 임박했다. 교육·복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 검찰총장 임명도 서둘러야 한다. 이들을 인선할 때는 통합·균형 인사 정신을 철저히 구현해야 한다. ‘서·오·남’(서울대 출신·50대·남성)에서 탈피해 널리 인재를 찾아야 한다. ‘검찰 출신’이나 ‘오랜 지인’ 중심 인사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인사참사는 되풀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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