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살만 루슈디의 피습
<악마의 시>의 작가 살만 루슈디(75)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에서 강연을 준비하던 중 공격당했다. 흉기에 목과 복부 등 10군데를 찔린 루슈디는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레바논계 이민자 2세인 용의자 하디 마타르(24)가 현장에서 체포돼 2급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 수사당국은 마타르와 이슬람 극단주의의 연계를 찾고 있다.
사건은 인도 출신 영국 작가인 루슈디가 <악마의 시>를 출간한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소설은 인도에서 영국으로 건너간 두 주인공을 통해 인도 문화의 타락상, 영국 자본주의의 문제와 소수자 차별 등을 선과 악의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가 무력으로 자기 종교를 타인에게 관철하는가 하면, 유일신 사상을 깨고 다른 세 여신을 인정하는 모순적 인물로 그려지는 대목 등이 일부 이슬람 신자들의 반발을 샀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1989년 루슈디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파트와’(칙령)를 내린 뒤 루슈디는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당시 영국 정부는 루슈디의 신변을 보호하며 이란과 단교를 선언했다. 호메이니 사후 영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이 1998년 사형 선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루슈디는 공개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다.
최근 루슈디는 독일 잡지 슈테른 인터뷰에서, 자신의 삶이 이제 좀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2주 뒤 종교와 문화를 주제로 한 오래되고 자유로운 토론장인 뉴욕의 셔터쿼연구소에서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마타르가 <악마의 시> 출간 10년 뒤 태어난 세대라는 점도 충격을 더한다.
유럽에서도 최근 10여년간 덴마크·프랑스 등의 언론사가 무함마드를 희화화하는 만평을 게재한 것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 대(對) 타 종교 존중’ 논란이 야기됐다. 단순한 논쟁에 그치지 않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언론사·만평가를 노린 테러로 비화하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에는 약자를 모욕하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생각을 표현하는 것만으로 폭력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 또한 되새겨야 한다.
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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