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지친 이들에게 전하는 낭만적인 위로
"코로나로 공연 취소되니 무력감 커
그때 듣던 로맨틱한 소품곡에 위안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마음
차이콥스키·슈만 등 다섯 곡 담아
12월 '8중주' 2023년 '특이한 4중주' 공연
언젠가 슈만·브람스 앨범도 내고 싶어"
‘타임패스’는 2018년 체코 슬로박(슬로바키아) 필하모닉과 녹음한 드보르자크 협주곡 앨범 이후 4년 만에 나온 신보다. 이것저것 재기보다 자신이 들으며 위로받았던 음악이 주는 느낌을 다른 이에게도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만든 작업 결과물이다. “지난해 잡혀 있던 국내외 연주일정이 코로나19로 모두 취소되면서 ‘연습은 해서 뭐 하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무욕증(無欲症)까지 생겼을 때 바이올린 대가 아르튀르 그륀미오의 로맨틱 소품 앨범을 들은 게 큰 위안이 됐고 ‘소품집을 내보자’는 영감이 들었어요.”
녹음을 앞두고선 두 가지 목표가 떠올랐다고 한다. 20대 초반부터 10년이 흐르는 시간 동안 사랑했던 작곡가의 낭만적 소품을 연주하면서 무대 위에 섰던 추억을 길어 올리는 것. 또 하나는 코로나19로 심신이 지치거나 무료한 사람들이 대중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을 들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자는 것. 그래서 제목을 ‘타임패스’로 달았다.
앨범에는 차이콥스키 ‘소중한 곳에 대한 추억’, 거슈윈의 ‘포기와 베스 주제에 의한 콘서트 판타지’(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이고르 프롤로프 편곡), 슈만 ‘환상 소곡집’·‘3개의 로망스’, 그리고 비탈리 ‘샤콘느’ 다섯 곡이 수록됐다.
김다미는 “기획부터 선곡까지 제 의지를 전적으로 반영한 음반”이라며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원전 악보를 철저히 연구하고 다시 연습을 시작하면서 의욕을 되찾고 큰 위안도 얻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악기를 접한 건 5살 때 피아노였다. 태어나기 전부터 대전에서 ‘다미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하던 어머니에게 직접 피아노를 배웠다. 하지만 흥미를 못 느껴 7살 때 새로 잡은 바이올린에서 재능을 보여 한국 바이올린계 1세대를 대표하는 양해엽(1929∼2021) 전 서울대 교수에게 7년가량 배웠다. 금호영재 출신이기도 한 그는 중1(예원학교) 때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고, 스승의 권유로 중3이던 2003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미국 명문 커티스 음악원에 들어가 전설적 바이올리니스트 아론 로잔드(1927∼2019)를 5년간 사사했다. “항상 ‘기본에 충실하라’는 정신을 강조한 양 교수님을 통해 어려서부터 연주 기본기를 단단히 다질 수 있었고, 로잔드 선생님은 매주 리사이틀을 하듯 엄청난 숙제를 내주셔서 지금도 활용할 만큼 많은 곡을 배울 수 있었어요.”
김다미는 이후 유서 깊은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여성 바이올린 거장 미리암 프리드(76) 지도 아래 학사·석사과정을 마쳤다. “두 분 할아버지 선생님께 정말 감사함에도 어린 나이에 엄한 교육을 받다 보니 제 스스로 위축되고 연주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었어요. 그러다 (성인이 돼 만난) 프리드 선생님은 용기와 확신을 심어주고 섬세한 지도로 제 음악적 연구에 가장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죠.”
지금의 김다미를 있게 한 이들 세 스승 중 교육자로서 롤모델 역시 프리드 교수라고. 이제 후학을 양성하게 된 그는 “학생마다 다른 발전 속도를 기다려주면서 학생 특성에 따라 맞춤식 교육을 했던 프리드 선생님처럼 가르치려 한다”고 말했다.
‘타임패스’ 발매를 기념해 최근 끝낸 피아니스트 김규연과의 듀오 리사이틀 투어에 이어 오는 12월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가 모이는 8중주 공연, 내년 3월 기타·플루트·피아노와 함께 하는 ‘특이한 4중주’ 공연을 기획한 김다미는 “언젠가 슈만과 브람스(1833∼1897, 독일) 바이올린 소나타와 브루흐(1838∼1920, 독일) 바이올린 협주곡 전곡 앨범도 내고 싶다”며 교육·연주활동 모두 열심히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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