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티켓·미숙한 운영.. 아쉬움 남기고 폐막한 포뮬러E
국내에서 최초로 열린 전기차 경주 대회 포뮬러E가 14일 폐막했다. 선수들의 박진감 넘치는 레이싱이 이목을 사로잡았지만, 지나치게 비싼 티켓 가격과 미숙한 운영은 아쉬움을 남겼다.
◇손에 땀을 쥔 초싸움… 벤츠팀 반도른, 시즌 챔피언
이날 열린 시즌 마지막 경기 16라운드에서 메르세데스-EQ(벤츠) 포뮬러E 팀의 스토펠 반도른(30)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승점 18을 추가해 총점 213으로 시즌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메르세데스-EQ는 닉 드 브리스(27)가 지난 시즌 챔피언을 차지한 데 이어 두 시즌 연속 드라이버 챔피언을 배출했고, 팀으로서도 두 시즌 연속 종합 1위에 올랐다.
전날 열린 15라운드 우승을 차지한 재규어 TCS 레이싱의 미치 에반스(28)는 시즌 2위로 마감했고, 이날 열린 16라운드 우승을 차지한 로킷 벤추리 레이싱의 에두아르도 모라타(35)는 시즌 3위로 마감했다. 시즌 종합 2위 팀은 로킷 벤추리 레이싱, 3위 팀은 스텔란티스 산하 DS오토모빌의 포뮬러E 모터스포츠팀 DS테치타다.
양일간 펼쳐진 서울 대회에선 모터스포츠만의 속도감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랩 타임을 겨루는 예선에선 0.1초 차이로 순위가 엇갈려 피 마르는 ‘초싸움’이 펼쳐졌다. 예선 결과에 따라 본선 출발 지점이 결정됨에 따라 선두에서 출발하고자 하는 선수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모든 선수들이 동시에 출발해 최종 순위를 가리는 본선에선 코너 구간에서 인코스로 추월하거나 직선 구간에서 강하게 치고 나가며 추월하는 장면이 눈을 사로잡았다. 차로 폭이 좁아 추월하기 어려워 보였던 올림픽주경기장 내부에서도 그림 같은 추월이 펼쳐졌다.
비로 젖은 노면으로 인한 변수는 긴장감을 더했다. 지난 13일 경기에선 예선이 진행되는 도중 빗방울이 점차 굵어졌고, 본선이 진행되는 도중엔 반대로 비가 개고 하늘이 점차 맑아져 트랙의 상황이 시시각각 변했다. 특히 본선을 시작한 지 불과 1분 54초 만에 경주차 8대가 젖은 노면 탓에 언더스티어링(차량이 운전자가 원하는 것보다 회전이 덜 되는 현상)이 발생한 듯한 모습으로 안전벽과 충돌해 관중들은 손에 땀을 쥐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선수들이 전략적으로 ‘액티베이션 존’을 거쳐 ‘어택 모드’를 활성화하며 질주하는 모습은 보는 맛을 더했다. 어택 모드는 포뮬러E만의 특별한 전술이다. 어택 모드를 확보하기 위해선 레코드 라인(서킷에서 선수들이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 경로)에서 벗어난 경로인 액티베이션 존을 통과해야 하는데, 대신 4분 동안 35㎾의 추가 출력을 얻는다.
◇티켓값 50만원에 관심 뚝… 초대권 풀리며 중고나라서 10만원
반면 지나치게 비싼 티켓 가격으로 인해 절반 이상 텅 빈 관중석과 포뮬러E 주최 측의 미숙한 운영은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에서 이날 열린 포뮬러E 경기는 시즌 마지막 경기로 시즌 종합 우승팀과 종합 드라이버 챔피언이 가려지고, 포뮬러E 역사상 100번째 경기라는 상징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지 못했다.
모터스포츠는 국내 인기 종목은 아니고 포뮬러E는 포뮬러원(F1)보다 인지도가 낮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포뮬러E는 수도 서울에서 개최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인원을 끌어들이기 쉬운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서울에서 개최한 효과가 전혀 없어 보였다.
티켓 가격을 너무 비싸게 설정한 점이 뼈아팠다. 포뮬러E는 경기 한 달을 앞둔 지난달 8일 1차 티켓 판매를 시작하며 로얄핑크석 50만원, 프라임석(1·2층) 29만9000원의 가격을 공개했다. 지난 5월 독일 베를린에서 포뮬러E 티켓 가격은 최저가 49유로(약 6만5000원), 최고가 99유로(약 13만원)였다. 지난달 뉴욕 대회에선 티켓값이 최저가 95달러(약 12만원), 최고가 145달러(약 19만원)였다. 대회를 목전에 두고 가장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시기에 공개된 서울 대회의 지나치게 비싼 티켓값은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냈다.
포뮬러E 주최측은 지난달 12일 2차 판매를 시작하며 프라임석 가격을 19만9000원으로 낮추고 9만9000원짜리 3층 티켓을 오픈했지만, 뒤늦게 반응을 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관중 부족을 우려한 포뮬러E가 뒤늦게 초청권을 대거 풀며 중고나라에선 50만원짜리 로얄핑크석 티켓이 10만원에 팔렸다. 얼리 버드로 티켓을 구매한 모터스포츠 열성 팬들의 원성만 샀다.
주최측의 미숙한 운영도 아쉬움을 키웠다. 서울 대회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런던 대회를 끝낸 선수들과의 현지 줌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언론에 공지했는데, 예정 시간이 30분 지나서야 현지 서버 통신 문제로 인터뷰가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또 대회 D-3일인 8월 10일 트랙을 언론에 공개하는 미디어데이를 개최하겠다고 공지했는데, 불과 하루 전에 “8월 11일에 열겠다”고 날짜를 바꿨다. 대회 당일 현장에서는 지하철역에서 올림픽주경기장 매표소까지 가는 동선이 복잡하게 꼬여 있다는 관중들의 불만이 컸다. 포뮬러E 마샬(진행요원)로 참여한 자원봉사자 사이에서도 “국내 여러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자원봉사를 해봤는데, 포뮬러E 주최측의 일처리 방식은 동네 칠순 잔치보다 못한 역대 최악의 수준이었다”는 불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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