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만의 가뭄에 유럽 쑥대밭..내년에도 전세계 곳곳 기상격변
아르헨·브라질·호주 '직격탄'
식량위기 잦아들 기미 안보여
올해 곡물생산 4년만에 감소
◆ 이상기후에 2차 식량 위기 ◆
전 세계 주요 식량 생산국들이 올해 수십 년 만에 처음 경험하는 수준의 더위와 가뭄에 말라가고 있다. 내년에도 세계 각지에서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어 식량위기가 해를 넘겨 지속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 기후감시기관인 지오글램은 최근 "전 세계 해수면 기온을 관측한 결과 7월까지 라니냐가 이어졌다"며 "올해 말까지 라니냐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서태평양에서는 수온이 평년보다 오르고 동태평양에서는 내려가는 현상인 라니냐는 이상기후를 유발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라니냐가 이어지면 동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앙아시아 북아메리카에 가뭄이 올 수 있다"면서 "동시에 호주와 동남아시아에는 폭우와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뭄이 우려되는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아르헨티나는 세계 3위 옥수수 수출국인 동시에 세계 7위 밀 수출국이다. 브라질도 세계 2위 옥수수 수출국이다. 홍수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를 받은 호주는 세계 6위 밀 수출국이다. 이들 국가에서 기후이변이 발생하게 되면 전 세계적인 식량가격 상승이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상황이다.
70년 만에 찾아온 가뭄에 이미 유럽 국가들은 비상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자체 101곳 중 93곳에 가뭄주의보·경보를 발령했다. 프랑스는 지난 6월부터 강수량이 예년 대비 절반으로 뚝 떨어진 가운데 최고기온이 40도에 달하는 폭염이 찾아왔다. 국제 농업 정보업체인 스트래티지 그레인스에 따르면 올해 프랑스의 밀 수확량은 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농산물의 18%를 공급하는 프랑스는 중국 인도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밀을 많이 재배하는 국가다.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러시아 침공에 제대로 밀을 수출하지 못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2022~2023년 밀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8.8%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기후와 지정학적 영향이 뒤섞인 결과 2022~2023년 전 세계 밀 기말 재고량이 전년 동기 대비 1300만t 줄어든 2억7600만t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기구 전망도 암울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발표한 '세계 곡물 수급 개요'에서 올해 곡물 생산량이 4년 만에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FAO는 올해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을 27억9200만t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2021년 생산량보다 0.6% 감소한 것이다.
농촌경제硏·매경 공동기획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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