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빌라 샀다간 '깡통' 찰수도..거래마저 꽁꽁 얼었다

손동우 2022. 8. 1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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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만에 하락 전환
6월 거래량 14.7% 급감
"다세대·연립 가격 떨어져
깡통전세 우려도 높아져"
최근까지 투자 열풍이 불었던 연립·다세대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빌라촌 전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주택 상승장에서 아파트 대체재로 각광받던 연립·다세대주택 열기가 식고 있다.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가격도 떨어지며 불안정한 모습이다. 특히 이들이 주택시장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깡통전세 위험이 가장 높은 부동산 형태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빌라(연립·다세대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은 0.01% 떨어지며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추세는 '불장' 양상을 보였던 작년과 비교하면 완전히 딴판이다. 지난해 초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서울 빌라 가격은 매달 0.2~0.5%씩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올해 2월 갑자기 0.07% 떨어지며 하락 반전하더니 3월(-0.01%), 4월(0.01%), 5월(0.02%), 6월(-0.01%)까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매매가격을 떠받치던 전셋값도 상태가 좋지 않다. 지난해 서울 빌라 전세가격은 매달 0.2~0.4%씩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2월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며 약보합세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분위기가 이렇게 급변하면서 거래량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6월 서울의 빌라 거래량은 3242건으로 전달(3801건)보다 14.7%나 떨어졌다. 서울 빌라 거래량은 올해 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반적인 부동산시장이 관망세로 접어들면서 2419건까지 줄어들었다. 그 후 대선이 치러진 3월에는 3156건, 4월에는 3865건으로 반등하는 듯했으나, 최근 금리 상승과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를 피하지 못하고 거래량 하강 국면에 들어갔다. 작년 5월 6025건까지 올라갔던 점을 고려하면 46% 가까이 쪼그라든 셈이다.

작년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이를 감당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대체재인 빌라시장으로 몰리면서 한동안 반사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아파트시장이 꺾이자 후행 성격이 강한 빌라시장도 시차를 두고 충격을 받는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값이 장기간 떨어지면서 오피스텔, 빌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최근 금리 인상 속도까지 빨라지면서 매수세가 가라앉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보고 있다. 빌라는 아파트보다 감가상각이 빠르고 선호도가 낮아 시장 변동성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조정기가 길어지면 빌라시장은 아파트보다 더 타격을 받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빌라 가격이 조정을 받자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까지 나온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와 올해 지어진 서울 빌라의 올 상반기(1∼6월) 전세 거래 3858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21.1%인 815건이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 90%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이 매매가와 같거나 더 높은 경우는 전체의 15.4%인 593건에 달했다. 통상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가 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본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금액도 올 상반기에만 3407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이 중 다세대주택 세입자 피해가 1961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값이 빠질 때는 주택시장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되는 게 빌라"라며 "서민이 주로 거주하는 빌라는 매매가격이 내리면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진다"고 말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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