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피소에 코로나까지.."또 비 온다는데 집에는 언제"

장나래 2022. 8. 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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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찾은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는 지난 8일 밤 폭우로 무너져내린 옹벽 인근에 방수포와 지지대를 설치하고, 배수로를 정비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파트 주민인 30대 후반 이아무개씨는 "4인 가족이 친척 집 신세를 지고 있는데, 한 달이나 신세를 질 순 없지 않느냐. 주변 숙박업소는 이미 다 찼거나,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인 상황이다. 이재민 대피소는 가족이 지내기 불편한 데다 코로나 확진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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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4명 이재민 발생한 극동아파트
폭우 예보에 추가 피해·붕괴 우려도
대피소 코로나 우려에도 "갈 곳 없다"
반지하 이재민들 "또 침수될까 걱정"
14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극동아파트에서 중장비들이 무너진 옹벽 현장에 투입돼 작업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4일 찾은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는 지난 8일 밤 폭우로 무너져내린 옹벽 인근에 방수포와 지지대를 설치하고, 배수로를 정비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당장 15일부터 중부 지방에 추가 폭우가 예보됐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옹벽 철거 작업은 광복절 연휴가 끝난 뒤에야 시작된다.

비가 쏟아지던 8일 밤 11시께 ‘쿵’하고 아파트가 흔들린 뒤 주민들은 소방관들의 대피 지시에 따라 옷가지 몇개만 챙기고 황급히 몸만 빠져나왔다. 이날 현재 옹벽 붕괴로 모두 554명의 이재민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공사 현장을 바라보던 주민 김아무개(38)씨는 “초등학생인 아이가 다음 주에 개학인데, 숙박업소에서는 요리나 빨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지금은 보강 공사 수준만 진행하고 있는데, 산사태의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 붕괴 등의 우려가 크다. 임시 보강 공사만 해서 한 달 뒤에 안전해지는 게 맞는 거냐”고 했다.

지난 8일 밤 폭우로 붕괴된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 옹벽. 독자 제공

폭우 피해로 극동아파트 주민들을 포함해 동작구·관악구 이재민들은 일주일째 임시거주시설(대피소)와 숙박업소 등을 전전하고 있다. 언제 집에 돌아갈지 모르는 가운데 무더운 날씨, 불편한 대피소 생활은 이들을 힘겹게 하고 있다. 게다가 대피소에 확진자가 발생하며 코로나19 확산 위협까지 닥쳤다. 오는 15~17일 또 비가 예보되며 추가 피해 우려마저 나와 이재민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극동아파트 주민들은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애초 극동아파트 두개 동 주민들에게 긴급 보수공사를 위해 동에 따라 이르면 8월 말, 늦으면 9월 초까지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기상이나 공사상황, 안전점검 결과에 따라 대피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공지가 전날 동작구청으로부터 내려왔다. 아파트 주민인 30대 후반 이아무개씨는 “4인 가족이 친척 집 신세를 지고 있는데, 한 달이나 신세를 질 순 없지 않느냐. 주변 숙박업소는 이미 다 찼거나,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인 상황이다. 이재민 대피소는 가족이 지내기 불편한 데다 코로나 확진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구청은 이재민들에게 2인 기준 7만원의 숙박비와 한 끼에 8천원의 피해 지원을 하고 있다.

최지애(49)씨가 14일로 일주일째 서울 관악구 신사동주민센터에서 4인 가족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장나래 기자.

침수피해를 입은 다른 이재민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일주일째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는 이재민들은 코로나 위협 속에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저녁 6시 기준 서울시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8명 발생해 격리조처가 이뤄졌다. 극동아파트 인근 이재민 대피소인 사당종합체육관, 사당1동 주민센터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서 주민센터에 마련됐던 이들 대피소는 결국 폐쇄됐다.

서울시 관악구 신사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 가보니, 현재 30여명의 주민이 머물고 있었다. 딱닥한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담요를 덮고 지내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커지자 2인 텐트도 설치됐다.

지난 8일 밤 반지하 집이 침수돼 이곳에서 4인 가족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최지애(49)씨는 “보일러까지 망가졌는데, 집주인이 고쳐주지 않아 집을 말리지 못하고 있다.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반지하에 살고 싶어서 사는 사람이 어딨겠나. 임대주택이라도 옮길 수 있게 금리 등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목까지 침수돼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는 선명식(65)씨도 “입을 옷조차 없어 구호단체에서 준 옷을 입고 있다. 집으로 정말 돌아가고 싶은데, 썩은 냄새가 너무 심해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가 걱정돼도 별수 있나. 또 비가 온다고 하는데 겨우 빼놓은 물이 또 차지는 않을지가 큰 걱정”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선명식(65)씨가 14일 서울 관악구 신사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좁은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모습. 장나래 기자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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