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삐뚤 글씨처럼 자유로운 화풍..동서양 경계 허문 '파격'
김종영미술관 내달 25일까지
바스키아 낙서처럼 거침없이
수묵·채색·유화 넘나드는 일탈
한국화로 국전 대통령상 첫 수상
추상조각 선구자 김종영과 인연
'한국화의 이단화'로 불리는 소정(素丁) 황창배(1947~2001)가 대형 캔버스 2개를 이어 혼합재료로 그려낸 1993년 대작(227×344㎝) '무제'다.
너무 커서 공개된 적 없던 이 작품을 비롯해 수묵채색화와 유화, 서예와 전각 등 대표작 32점으로 그를 만나는 유작전 '접변(接變)'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새로운 변화를 야기한다는 제목처럼 그는 한국적인 것에 뿌리를 두면서도 서구 기법이나 재료도 자기 것으로 만들며 한국화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이 전시는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인 우성 김종영(1915∼1982)과 황창배가 함께 한 사진 한 장에서 비롯됐다. 서울대 조소과 교수로 남 앞에 잘 나서지 않던 우성은 동양화과 졸업생 황창배의 부탁에 결혼식 주례를 맡고 희귀한 사진을 남겼다. 우성이 일찍이 한국미술의 최대 현안으로 '우리의 지역적인 특수성에서 인류 보편성을 찾아내는 것'이란 가르침을 좇은 참제자로 그를 인정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사실 서구 추상미술 일변도였던 1960년대 국내 미술계에서 한국화를 선택한 것만도 큰 결단이었다. 31세가 되던 1978년 국전에서 한국화 최초로 대통령상을 받아 주목받았다.
그는 전통을 기본부터 탄탄히 익혔다. 훗날 장인이 된 철농 이기우에게 서예와 전각을, 청명 임창순에게 한학과 미술사를 배웠다. 또 월전 장우성에게 초상화를 사사했다. 1전시실(1층) 한쪽에 전시된 한국화와 서예, 전각 작품에서 그 면모가 드러난다. 특히 장인이 화제(畵題)를 쓴 '새옹마도'(1978)는 절정의 기량을 뽐낸다. 하지만 그는 전통에 갇히지 않고 거침없이 다양한 실험에 나섰다. 동양화 규칙에 역행해 밑그림을 생략한 것이 대표적이다. 1980년대 후반 즉흥적으로 발묵한 후 형태를 찾아 나가는 '숨은그림찾기'연작은 민화를 재해석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한국화의 수묵에 서양화의 유성물감을 혼융해 물과 기름처럼 뜨는 효과를 이용하고, 서양화에 어린아이가 쓴 듯한 한글로 동양화식 제발(題跋)을 한가운데 넣는 일탈도 서슴지 않았다. 단기로 제작연도를 표기하고 제목을 '무제'로 남긴 것도 이채롭다.
동시대 세태와 사건에 대한 견해도 표현했다. 1991년 발생한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을 접하고 물고기 배 안에 오염물이 가득찬 그림을 그렸다. 입체적 붓질 표현이 한국화의 그것과 닮았다. 초록빛 자화상 같은 아크릴 작품 '무제'(1995)는 두껍게 손가락으로 다듬은 물감으로 코를 표현해 입체 부조같다. 그러나 암 진단 후 한지를 대량 주문하며 열의를 보였지만 약 1년 만인 54세에 세상을 등져 안타까울 따름이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문화는 항상 변화하며, 전통은 시간을 초월해 의미를 가져야 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황창배 화백이 '한국화의 현재화'를 주체적으로 시도한 선각자로 새롭게 조명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전시는 오는 9월 25일까지.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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