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세가지 시선

김슬기 입력 2022. 8. 14. 16: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혜리 '묘사하는 마음'
정희진 '영화가 내 몸..'
유이치의 '물리학자처럼..'
"영화에 이목구비가 있다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그 초상을 그려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묘사하는 마음)

배우의 서사를 통해, 자신의 삶에 비추어, 과학자의 눈으로 각각 영화를 읽어내는 3인 3색 영화 비평서가 나란히 나왔다.

두터운 팬을 보유한 씨네21 영화기자 김혜리의 5년 만의 신작 '묘사하는 마음'(마음산책 펴냄)이 출간됐다. '토리노의 말' 같은 예술영화부터 '어벤져스' 같은 블록버스터까지 망라하는 53편의 글에는 이자벨 위페르, 틸다 스윈튼, 베네딕트 컴버배치, 톰 크루즈, 폴 러드 등 배우론도 실렸다. 저자는 주간지의 숱한 마감을 이겨낸 힘이 "어제까지 그만써야 할 100가지 이유를 만지작거렸던 자신을 까맣게 잊고 흥분해서 키보드 앞에 앉게 부추겼던 영화들"이었다고 헌사한다. 넷플릭스 시대에도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의미에 대해서 "양질의 시간을 찾아서 영화관에 간다"고 답하며 "영화는 버지니아 울프의 관찰대로 여전히 현실보다 리얼하며, 삶에서 멀어지려는 우리를 붙잡아 삶으로 데려다놓을 수 있다"로 토로한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교양인 펴냄)를 통해 사회와 공동체의 역할을 성찰하는 비평의 전범을 보여준다. 그의 비평은 작품 자체가 아닌 영화를 보는 자신을 향해 있다. '그래비티'는 우울증 환자의 치유기이고,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을 다룬 '작전명 발키리'는 정치철학의 고전 '리바이어던'에 대한 최고의 해제다. '비밀은 없다'에서 딸의 실종 사건을 추적하는 엄마의 대사("정신을 차리자")는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사회를 살아내야 하는 약자의 자기 주문(呪文)으로 치환된다.

'물리학자처럼 영화 보기'(애플북스 펴냄)는 스티븐 호킹의 제자인 우주 물리학자인 다카미즈 유이치가 '백 투 더 퓨처' '인터스텔라' '마션' 등 12편의 공상과학(SF) 영화 속에 숨어 있는 과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에는 2개의 태양이 뜨는 타투인 행성이 등장한다. 현재 천문학계에서는 태양이 여러 개 있는 천체가 다수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가 제작될 당시까지만 해도 밝혀지지 않았던 사실이다.

시간 여행도 SF 영화의 단골 주제다. '테넷'에서는 타임워프를 사용하지 않고 실제로 시간의 경과를 체감하면서 과거로 돌아가 미래의 자신과 싸우는 진기한 장면도 등장한다. 웜홀 환경에서는 이론상 가능할 수도 있지만, 물리학적으로 말하자면 과거로의 이동은 인과율이라는 규칙에 의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