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인플레이션 감소법' 경제 회복 밀알 될까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입력 2022. 8. 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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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의 중장기 경제정책, 물가 안정·경제 성장 겨냥
재정지출 확대로 통화긴축 정책과 모순된다는 비판도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미국 상원은 8월7일 인플레이션 감소법(Inflation Reduction Act)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기후, 의료 및 세금과 관련한 법률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씩 균점하고 있는 미국 상원의 특성상 표결 결과는 동률로 나왔으며, 이에 따라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법안이 통과됐다. 민주당으로서는 거의 1년에 걸친 길고 긴 협의를 통해 천신만고 끝에 통과시킨 셈이다. 일단 상원을 통과한 법률안은 하원에서 8월12일 투표가 예정되어 있지만,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추진하던 정책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률이 늦게나마 마련된 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6월16일 (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해 "경기 침체가 피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강력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AP 연합

'기후변화·의료보조금·세수' 위한 포석  

700페이지가 넘는 인플레이션 감소법은 많은 것을 다루고 있지만 가장 핵심은 3가지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기후변화 관련 투자, 수백만 명의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보조금 제공, 그리고 1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내는 기업에 최소 15%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핵심 요인으로 간주되는 석유 등 화석연료 가격변동 영향을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축소시키고, 저소득 가계의 지출 가운데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의료비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인플레이션에 맞서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이익을 향유하는 기업들에 대해 일률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세율을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이 법안은 전기자동차 소비자를 위한 현금 인센티브 지급과 더불어 재생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해 관련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을 포함해 향후 10년 동안 에너지 및 기후변화 프로그램에 36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도록 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600억 달러를 기후변화에 의해 타격을 받는 도시에 투입하며, 아메리카 원주민 커뮤니티를 위한 기후 회복기금 명목의 수백만 달러도 포함됐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2030년까지 미국의 탄소 배출량은 40%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기차와 관련한 세부적인 사항의 경우 기존에 지급되던, 연간 총수입이 30만 달러 이하인 전기차 구매자에 대해 연간 1대당 7500달러까지 지급하는 보조금 조항은 유지했다. 제조업체당 보조금 지급 대상이 20만 대로 설정된 상한선을 폐지해 보급 대상을 확대하도록 했다. 이와 더불어 해외우려집단(Foreign Entity of Concern)이 2023년 이후 생산·조립한 배터리 부품이나 2024년 이후 생산한 배터리 핵심 원재료가 포함되지 않아야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중국 배터리 업체를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미국 또는 FTA 체결 국가에서 생산된 차량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으며, 원재료 및 배터리 등에 대해 이들 지역에서 생산되는 부품 비중이 매년 높아지도록 연도별 비중을 설정했다. 

이와 더불어 이 법률안은 미국의 건강보험인 메디케어가 특정 고가의 약에 대해서는 제약사와 약값을 직접 협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약제비 지출을 줄이도록 도모하고 있다. 메디케어 가입자의 경우 2025년부터 약 처방에 대해 최대 2000달러(약 260만원)의 본인 부담금 상한선을 설정했다. 기업에 대해서는 연간 이익이 10억 달러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15% 최소 세율을 적용해 테크기업 등 대규모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의 조세회피 행위를 크게 규제했다. 

인플레이션 감소법은 당초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추진했던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가족계획법(American Families Plan)을 대폭적으로 수정해 4300억 달러로 투자 규모를 줄인 축소판에 해당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감소법으로 변경되면서 부모와 가족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여러 조치가 삭제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육을 위해 가정에 매여 있어야 하는 여성 노동력이 노동시장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육 관련 시설을 사회 기반시설로 간주하고 여기에 대해 투자를 늘리고자 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 및 노동시장 참여율을 확대시키면 급여 수준이 안정적으로 유지됨에 따라 노동력 부족에 따른 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요인을 축소시킨다는 방안이 당초 구상이었던 것이다. 

중장기 경제 효과 고려한 선택 

인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한 법이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대규모 지출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인플레이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회예산처(CBO)는 이 법률이 통과되더라도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반대하는 측의 경우 통화정책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시중 통화량을 줄이기 위한 긴축으로 선회하는 와중에 재정 확대를 수반하는 법률의 시행은 모순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현재 미국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는 데는 일정 부분 도움을 줄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단기 인플레이션 대책이라기보다는 중장기적 효과를 고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 통화를 감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요인은 유동성 외에도 소득 및 생산비용 등 다양한 요인으로 구분된다. 유동성 이외의 요소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에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핵심 논리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정부 예산지출 통제 강화를 통한 긴축재정 운용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경우 고령자의 은퇴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이로 인한 임금 상승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여기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단기 경기 후퇴를 통한 인플레이션 축소 처방보다는 종합적인 차원에서 물가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함을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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