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산객 위협하는 '무등산 들개'..광주 동구·국립공원·소방서 공동 포획
광주광역시 동구 무등산 증심사 인근에 사는 주부 김현숙씨(64) 지난달 18일 오전 9시쯤 집을 나서다가 거리를 활보하던 들개로부터 위협을 받았다. 몸집이 큰 개는 김씨를 보고 짖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물기라도 하듯 달려들었다. 김씨는 인근 건물로 간신히 몸을 피해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최근 무등산 등산로와 증심사 주변 주택가에 야생 들개가 출몰하면서 등산객과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14일 동구 등에 따르면 무등산 초입에 위치한 이들 지역에서는 지난 7월 한 달간 40여건에 이르는 들개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대부분은 목줄이 채워져 있지 않은 개들로부터 위협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동구와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사무소)는 무등산 일대 서식하는 야생 들개들이 여름철에 왕성한 먹이 활동을 벌여 사람과 접촉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거리 두기 전면 해제 이후 첫 여름 휴가철이 맞아 유기견이 증가한 것도 요인이다.
동구는 무등산 등산로 일대 야생 들개로부터 주민과 등산객을 보호하기 위해 8월 한 달을 ‘야생 들개 집중 포획 기간’으로 정했다. 사무소와 동부소방서 등과 협력해 합동 포획단도 구성했다.
또 상습 출몰지역 일대에 대형 포획 망과 포획 틀을 설치하고 주택가 주변에는 야생 동물 기피제를 살포하는 등 피해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사무소와 소방서도 야생 들개가 자주 출몰하는 장소에 각각 GPS 트랩을 설치하고, 유기 동물 포획단을 배치하는 등 공동 대응하고 있다.
유기 동물 포획단 등은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들개와 유기견 5마리 정도를 포획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획된 들개와 유기견은 중성화 수술을 등을 마친 뒤 광주광역시 동물보호소로 인계됐다.
동구청 관계자는 “야생 들개들은 포획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냄새를 기억하고 피할 정도로 예민하고 야생성이 강하다”면서 “앞으로도 세 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해 주민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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