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패전 후 27년 괌 밀림서 생존한 병사 육성 공개 [특파원 24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연합군에 항복한 후에도 이를 믿지 않고 27년간 괌의 밀림에서 살았던 일본 병사 요코이 쇼이치가 생전에 남긴 육성 녹음테이프를 요미우리신문이 입수해 14일 공개했다.
그가 괌에서 발견돼 일본에 귀국한 이듬해인 1973년에 녹음된 25시간 분량의 이 테이프에는 정글에서 생존했던 당시의 체험과 느낌이 상세히 담겨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 항복 믿지 않고 정글서 생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연합군에 항복한 후에도 이를 믿지 않고 27년간 괌의 밀림에서 살았던 일본 병사 요코이 쇼이치가 생전에 남긴 육성 녹음테이프를 요미우리신문이 입수해 14일 공개했다. 그가 괌에서 발견돼 일본에 귀국한 이듬해인 1973년에 녹음된 25시간 분량의 이 테이프에는 정글에서 생존했던 당시의 체험과 느낌이 상세히 담겨 있다.
1915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태어난 요코이는 양품점 점원으로 일하다 1938년과 1941년 두 차례 소집돼 1944년 괌에 배치됐다. 같은 해 7월 미군이 상륙해 벌어진 괌 전투에서 일본군은 2만2,000여 명의 병력 중 1만8,000여 명이 숨지는 괴멸 상태가 됐다.
살아남은 일부 장병들은 산속으로 철수해 게릴라전을 벌였다. 요코이도 4명의 동료와 산속에 동굴을 만들어 생존했다. 1945년 8월, 섬에는 포츠담 선언을 전하는 일본어 삐라(전단)가 뿌려졌지만, 그는 일본의 항복을 믿지 않았다.
1946년에 2명이 투항했지만, 나머지 3명은 정글 생활을 계속했다. 그러다 1964년에 2명도 세상을 떠났다. 육성 녹음에서 그는 두 사람과 떨어지게 된 것이 “작은 오해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두 사람이 사는 동굴을 찾아갔더니 나란히 숨져 있고 시신은 이미 백골화돼 있었다. “인간의 천박함 때문에 사소한 일로 헤어졌다. 그들을 죽게 한 것은 나의 죄”라고 그는 후회했다.
혼자가 된 요코이는 “섬에 잠든 수많은 아군의 영혼이 나를 도와준다”고 믿으며 살다가 1972년 1월 24일 괌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군사 교육을 받은 요코이는 ‘살아서 본토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결의로 전장에 나갔던 기억이 확고했다. 이 때문에 귀국 당시 여러 차례 ‘부끄럽지만 돌아왔다’고 말했는데, 이 말은 그해의 유행어가 되었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그는 서적도 발간하고 전국을 다니며 자신의 체험에 대해 강연을 했다. 그러나 2년 뒤 필리핀에서 투항한 또 다른 일본 병사 오노다 히로에게로 관심이 쏠리자 그는 도예에 전념하며 조용히 살다 1997년 세상을 떠났다.
오노다는 필리핀에서 미군 레이더 기지에 계속 공격을 가했고, 투항 당시에도 일본도를 포함한 군장을 완벽하게 정비하고 군복도 차려 입은 상태였다. 그는 필리핀에서 생존하던 중 민간인을 수십 명 살해하는 만행을 저지르고도 당당했다. 귀국 시엔 ‘천황 폐하 만세’를 외쳐, 패전 콤플렉스에 빠져 있던 우익의 영웅이 됐다.
하지만 오노다와 달리 요코이는 전쟁의 악몽을 고통스럽게 여겼다. 2006년 남편의 기념관을 설립한 부인 미호코씨에 따르면 요코이는 자신이 산에서 잡아 먹었던 쥐가 나타나거나 괌 주민에게 쫓기는 악몽을 꾸다 소리를 지르며 깨는 일이 종종 있었다. “전쟁은 천재지변이 아니다. 인간의 욕심과 욕심이 만나 일으키는 것이니, 지나친 욕심이 없어야 한다”며 일본의 빠른 경제성장을 경계하기도 했다. 그의 삶과 생각을 전하던 미호코씨는 올해 5월 27일 세상을 떠났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준석 "선당후사? 이 새x 저 새x 하는 사람 대통령 만들고자 열심히 뛰었다"
- 폭우도 그녀들을 막지 못했다…우리 회사엔 '골때녀'가 있다!
- 이루안, 엄마 김부선 언급 "되게 유명한 여배우" ('펜트하우스')
- 키즈카페서 놀이기구 타다 과다출혈로 3세 아이 숨져
- "32세에 세상 떠난 아들, 내 가장 큰 팬"... 임진모의 고백
- 95%였던 기상청 비 예보 정확도, 여름철 뚝 떨어진 까닭은?
- 한국서 제일 높은 125층 옥상서 하룻밤..."친구랑 여름 밤하늘 실컷 봐서 좋았죠"
- "3억에도 온다는 의사 없어" 성남시의료원 인력난 호소
- 형이 손목을 잘랐다… 그 남자의 불행은 끝이 없다
- 폭우 때 급류 휩쓸려 사망했는데 ‘수해 피해자’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