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해외송금 규모 8조5000억 넘어..금감원 현장검사·검찰 수사 가속
국내 은행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거액의 이상 외환거래 규모가 8조5000억원대로 늘었다. 최초에 확인된 4조1000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금융당국의 현장검사까지 마치면 이상 거래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여 사태의 파문도 확산하고 있다.
금융당국, 검찰, 국가정보원 등은 해외로 흘러간 대규모 자금의 출처와 최종 도착지, 연계 조직 등을 추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4일 현장검사와 은행 자체 조사 결과 2021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확인된 이상 외화송금 거래 규모가 지난 12일 기준 약 8조5412억원(65억4000만달러), 거래 업체는 65개사(중복 제외)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중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이상 외화송금 거래규모는 26개사(중복 제외 시 23개사) 4조4273억원(33억9000만달러)으로 중간 집계 규모보다 1개사·2000만달러가 늘었다.
다른 은행의 자체점검에서는 53개사(중복 제외 시 46개사) 4조1139억원(31억5000만달러)가 확인됐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연계된 계좌를 운영하는 은행(신한, 농협, 전북, 케이)과의 입금 거래가 빈번했고 다른 업체와 대표가 같거나 사무실과 직원 일부이 중복된 경우도 있었다.
이상 거래의 대부분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개인 또는 법인에 원화로 송금된 자금이 무역법인으로 이체된 후 은행을 통해 외화로 해외법인에 보내졌다. 국내 가상통화 시세가 해외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거래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단기간에 소규모 법인을 통해 대규모 자금이 해외로 보내진 만큼 불법 정치자금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지난 6월 말 거액의 이상 해외송금 사실을 보고받고 현장검사를 해 신한은행 2조5000억원(20억6000만달러), 우리은행 1조6000억원(13억1000만달러)의 이상 외환거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모든 은행에 두 은행과 유사한 형태의 거래가 있었는지 한 달간 자체점검 후 결과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점검 대상은 신설·영세업체, 가상자산 관련, 특정 영업점을 통한 대규모 집중적 송금거래였다. 금감원은 자체적으로 검사 중인 거래를 포함한 53억7000만달러(7조132억원)에 44개 업체가 관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중 일부는 정상적인 상거래에 따른 해외 송금일 수도 있어 점검대상 전체가 이상거래라고 단정하지 못했지만 은행 자체점검 결과 전체 이상거래 규모가 점검대상보다 커졌다.
이상 해외송금 거래 규모는 금감원의 현장검사 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이상 외환거래 규모는 당초 은행 자체 점검에서 8개 업체 2조5000억원(신한은행 1조6000억원, 우리은행 9000억원)이었지만 금감원 현장검사로 17개(중복 제외 시 24개) 업체 1조6000억원(신한은행 8000억원, 우리은행 7000억원)이 추가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오는 19일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마치고 이상 외화송금 의심거래가 파악된 다른 은행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유관기관과 공유할 예정이다.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외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유령 법인 관계자 3명을 지난 11일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검사 나욱진)도 금감원과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이상 외환거래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1일 “금감원이 은행 검사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하고 실체를 밝히는 과정이 몇 달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도 금감원과 업무협조를 하면서 이상 해외송금 관련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원과 업무협조를 진행하고 있냐’는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유관기관과 협조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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