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내년도 예산 '순감' 예고한 정부.."장·차관 월급부터 깎을 것"

이창준 기자 2022. 8. 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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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강원도 강릉 안반데기 고랭지 배추 재배지를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건전 재정’을 선언한 정부가 내년도 본예산 규모를 올해 총 지출 규모보다 큰 폭 줄이겠다고 밝혔다. 본예산 규모가 전년도 총 지출보다 감소한 것은 2010년이 마지막이다. 그러나 취약계층 지원,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 등에 들어가는 예산을 감안하면 지출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하더라도 총지출 증가율을 급격히 떨어뜨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우선 장·차관 등 고위공무원 임금의 10%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내년 예산 편성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번 주 쟁점 사업 이견 조율을 거쳐 내주 초에는 편성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강원도 강릉 안반데기 고랭지 배추 재배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예년에 없이 굉장히 강도 높게 허리띠를 졸라매고 예산 편성 작업을 하고 있다”며 “추경(추가경정) 예산 포함 전년도 대비 대폭 감소한 수준의 예산 편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예산은 정부가 최초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는 내년도 연간 예산안으로 통상 나라의 경제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서 예산안 규모도 매년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부가 예고한대로 허리띠를 졸라맨 내년도 예산안이 편성된다면 2010년 이후 13년 만에 본예산 규모가 전년도 전체 지출보다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두차례에 걸친 대규모 추경으로 올해 지출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내년도 본예산은 이보다 큰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올해 본예산 규모는 607조원이었지만 두차례 추경을 통해 전체 지출 규모가 679조원까지 커졌다. 정부는 지난 7월 윤 대통령 주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0% 이내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의 50%대 중반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을 GDP의 3% 이내로 관리하려면 총지출 증가율을 이명박·박근혜 정부 평균치인 5% 중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본예산 연평균 증가율 8.7%와는 격차가 있다.

정부는 지출 감소로 인한 경제 성장률 둔화도 일부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추 부총리는 “거기(경제 성장률)에 약간 진폭이 있더라도 물가 수준 자체가 굉장히 높아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산 편성)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필요한 지출 소요는 지출 구조조정 통해 마련해나가고 있는데 역대 최고 수준의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공무원 급여 인상부터 제한하기로 했다. 내년도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 임금은 올해와 동결되는데, 정부는 이 중 10%는 반납토록 하겠다고 했다. 이외 공무원 임금은 동결되거나 소폭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 부총리는 “현재 물가 수준과 공무원의 사기, 국민의 공공 부문에 대한 솔선수범 기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마지막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데다 정부가 정권 초기에 다양한 국정과제를 추진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윤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에 5년간 209조원의 재원이 소요된다고 추산했다. 이중 내년 분량에 대한 재원을 우선 배정할 필요가 있다. 또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폭우 피해가 확산된 점도 재정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 기준보다 더 올릴 수는 없지만 본예산(607조원) 기준으로는 30조~40조원 가량 증가하는 선에서 예산안이 편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물가 상승률이 정점에 이르렀다며 향후 상승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추 부총리는 “천지개벽하듯이 대단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물가가 그렇게(7%대까지) 가지 않는다”며 “5%대를 볼 날도 멀지 않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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