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수수색에 '간첩죄' 명시..안보 논란으로 번지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기밀문서 반출 의혹에 대한 연방 당국의 수사가 국가안보 사안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내 자택을 압수수색한 연방수사국(FBI)은 방첩법(Espionage Act) 위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이 12일(현지시간) 공개한 FBI의 압수수색 영장을 보면 방첩법 위반, 사법 방해, 정부 기록물 불법 처리 등 3가지 법률 위반 혐의가 적시됐다. 이 중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간첩죄까지 씌울 수 있는 방첩법 위반 혐의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수사 진행 결과에 따라선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기밀문서를 소홀하게 취급해온 것으로 악명이 높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가안보 침해 논란에 휘말리게 될 수 있어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 “트럼프 백악관의 혼란스러운 기록물 관리를 둘러싼 낮은 수준의 공방에서, 전직 대통령이 핵무기 등 고도의 비밀 문건을 빼돌리면서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렸는지 여부를 따지는 매우 심각한 수사로 변모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방첩법 위반 혐의가 포함된 것이 “수사 취지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1917년 제정된 방첩법에 따르면 타국 정부에 국가 안보 기밀을 유출하는 ‘스파이’ 행위만이 아니라, 기밀 정보를 수집·전파·분실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 된다. 국방 관련 비밀문서를 승인받지 않은 장소 및 대상에게로 이동하는 것도 기밀 정보 전파에 해당할 수 있다. 또 비밀 문건을 반환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도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비밀 해제된 문서들을 가져갔으므로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그러나 방첩법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민감한 정보인지를 중요하게 판단할 뿐 비밀 분류나 비밀 해제 여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법원이 공개한 영장과 압수물 목록에 따르면 FBI는 지난 8일 마러라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모두 11건의 기밀문서를 비롯해 20상자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이 중에는 ‘여러 1급 비밀/민감한 특수정보(TS/SCI)’로 분류된 문건 1건, 1급 비밀 4건, 2급 비밀과 3급 비밀 각 3건이 포함됐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FBI가 압수수색으로 핵무기 관련 문서를 찾으려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공개된 영장과 압수물 자료에서 비밀문서의 내용까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 하원의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 캐롤린 멀로니 감독개혁위원장은 정보 수장인 애브릴 헤인즈 국가정보국장(DNI)에게 보낸 서한에서 FBI가 마러라고에서 확보한 기밀문서와 관련해 정보 당국이 즉시 위험 평가에 착수할 것을 요청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민주당 소속인 이들은 서한에서 “만일 보도가 사실이라면 (트럼프 측이) 해당 문서를 제거 또는 유지하는 무모한 결정을 함으로써 나타날 국가안보상 위험이 상당하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비밀 문건 반환과 관련해 거짓말을 한 정황도 새로이 드러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지난 6월 마러라고를 찾은 법무부 고위 관리를 만나 리조트에 보관 중이던 기밀 자료를 모두 반납했다고 확인하는 문서에 서명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그러나 최근 FBI가 압수수색에서 11건의 비밀 문건을 추가로 찾아낸 데서 보듯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법무부에 기밀 문건의 존재에 대해 사실대로 밝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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