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기록적 폭우에 쑥대밭 된 부여 마을..복구 주민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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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충남 부여군 은산면 홍산리에서 만난 김모(72) 씨는 밤새 내린 폭우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며 불안해했다.
김 씨의 아들은 "새벽 1시에 하천에 갔더니 이미 물이 차 마을로 들어올 수 없었다"며 "아버지께 다급히 연락해 옥상에 올라가 기다리시라고 했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하천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모(67) 씨는 가게 안에 덕지덕지 붙은 진흙을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퍼내느라 30분간 허리를 펼 수조차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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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40년간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여, 2시간 내린 비로 어떻게 다리가 잠길 수 있는지…"
14일 오전 충남 부여군 은산면 홍산리에서 만난 김모(72) 씨는 밤새 내린 폭우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며 불안해했다.
전날 늦은 밤부터 내린 비로 갑자기 하천이 범람하면서 15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은 순식간에 고립됐다.
3년 전 1억 원을 들여 수리를 마쳤다는 김씨의 양옥집과 농기계 창고는 곳곳이 무너지고 잠겨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김 씨의 아들은 "새벽 1시에 하천에 갔더니 이미 물이 차 마을로 들어올 수 없었다"며 "아버지께 다급히 연락해 옥상에 올라가 기다리시라고 했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부여군에는 176.7㎜의 비가 내렸다.
특히 새벽 시간대 불과 1시간 사이에 100.6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돌아본 은산면 은산교 일대는 범람한 하천이 남긴 나뭇가지와 진흙 등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폭염을 대비해 도로에 물을 뿌리는 살수차가 연신 진흙을 걷어내고, 인근 군부대 장병들도 대민 지원을 나와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었다.
사정 없이 쏟아져 내리는 비를 초조하게 지켜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못 쓰게 된 생활 터전을 보며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은산교를 중심으로 100m가량 이어진 도로 옆으로 자리 잡은 지물포, 편의점, 식당, 오토바이 대리점 등 대부분 상점이 졸지에 침수 손해를 입었다.
하천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모(67) 씨는 가게 안에 덕지덕지 붙은 진흙을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퍼내느라 30분간 허리를 펼 수조차 없었다고 한다.
그는 "가게에 와보니 냉장고 3대와 에어컨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며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장사가 어려운데 착잡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앞집에서 건강원을 운영하는 최모(75) 씨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건강즙을 만드는 데 쓰는 기계들은 물론 최 씨의 집까지 모조리 물에 잠겼다.
그는 "순식간에 물이 허리춤까지 차올라 마당 의자 위에 올라가 기다리기만 했다"며 "탕제기들을 하나도 못 쓰게 됐다"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부여군에 신고된 침수, 토사 유입, 폐수 역류 등 풍수해 신고 접수 건수는 155건에 달한다.
이날 오전 1시 44분께 은산면 나령리 인근에서는 봉고 트럭이 물길에 휩쓸려 차에 타고 있던 2명이 실종돼 소방관 등이 수색에 나섰다.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자 주민의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
일부 주민은 "2시간 내린 비로 이 마을 다리가 잠기는 일은 평생 한 번도 못 봤다"며 "이 일대는 가뜩이나 저지대인데 콘크리트로 만든 제방이 제 역할을 전혀 못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coo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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