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탑건' 찍은 펠로시에 日 어부지리 왜[김보겸의 일본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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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현실판 탑건'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시바타 사토시 일본 금융청 종합정책국 총무과장은 "중국은 20년도 전부터 외환보유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획적으로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줄이는 한편 일본 국채를 사들이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고래 싸움에서 일본은 어부지리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겠다며 기대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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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크루즈 점퍼 뒤 다시 등장한 대만 국기
미중갈등 고조에 日 어부지리 기대 커져
中, 미국채 줄이고 일본국채 50% 늘려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지난 2일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현실판 탑건’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중국은 펠로시가 대만에 도착하기 전날부터 군용기 21대를 띄워 대만 해협 인근에서 비행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후시진 환구시보 전 편집장이 “펠로시가 탄 비행기를 격추시켜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아무리 미국과 앙숙 관계인 중국이라고 해도 미 권력 3위를 겨냥한 발언은 선전포고가 될 수 있는 상황.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호 항모 전단과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호를 대만 동남쪽 1000km 지점에 대기시켰다. 펠로시를 태운 미군 F-15 전투기 8대와 공중 급유기 5대가 편대비행하며 그를 호위하는 모습은 현실판 탑건을 방불케 했다.
영화 ‘탑건’을 통해서도 미중 간 기싸움이 드러난 바 있다. 36년만에 돌아온 ‘탑건: 매버릭’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대만 국기와 일장기가 새겨진 가죽 점퍼를 입고 나타났다. 1960년대 일본과 대만 일대에서 미 해군으로 복무한 것을 기념한 아버지의 유품이라는 설정이다.
중국 텐센트와 투자 계약을 맺으면서 사라진 대만 국기가 텐센트가 ‘친미영화’ 지적에 투자를 철회하면서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할리우드 영화계도 차이나 머니를 더는 의식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미중갈등이 고조되면서 일본이 어부지리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미국과 중국이 장기적으로 대립 구도를 띠면서 중국은 미 달러화 외화채권 보유 비율을 낮추고 일본 엔화 국채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희망사항에 그치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실제 미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이 확보한 미국 국채는 5월 말 기준으로 전달보다 226억달러 줄어든 9807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2년만에 1조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한때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빚을 진 국가는 중국이었다. 2013년까지만 해도 중국은 미 국채를 1조3000억달러가량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무역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은 미국 국채를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중국이 미국 경기를 침체시키려 일부러 매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 국채 가격을 떨어뜨리고 금리 상승을 일으켜 미국 경제 전반 비용 증가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미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달러패권에 맞서기 위해 미국 채권을 매각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바타 사토시 일본 금융청 종합정책국 총무과장은 “중국은 20년도 전부터 외환보유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획적으로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달러 의존도를 낮춰 다른 통화로 분산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줄이는 한편 일본 국채를 사들이고 있어 주목된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중국이 확보한 일본 국채는 24조엔 규모로 전년보다 50% 늘어난 수준이다. 닛케이는 “중국이 미 국채 보유를 줄여서 확보한 자금으로 일본 국채 매입을 늘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톰 크루즈 점퍼에 등장한 대만 국기와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서 보듯 미중갈등은 앞으로도 첨예한 형태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고래 싸움에서 일본은 어부지리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겠다며 기대하는 모습이다.
시바타 총무과장은 “중국이 중요하게 여기는 안전성과 유동성, 자산가치 유지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대상은 한정적”이라며 “엔화가 그 중 하나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보겸 (kimk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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