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30주년인데.. '사드 3불 1한' 논란에 양국 갈등만 심화

노민호 기자 2022. 8. 14. 0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기지 '정상화' 속도.. "中, 압박시 한중관계 급랭 불가피"
ⓒ News1 DB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오는 24일이면 우리나라와 중국이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맺은 지 30주년이 된다.

이에 한중 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작년부터 '한중 문화교류의 해'(2021~22년)를 운영하는가 하면 올해 양국 외교장관의 상호방문 등을 통해 이를 기념한다는 계획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8~10일 중국을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나 박 장관의 이번 방중 직후 중국 측이 재차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운용문제와 관련해 '내정간섭'에 가까운 발언을 하면서 양국이 수교 30주년을 무조건 기념·축하만 하긴 어렵게 됐단 지적도 나온다.

한중 외교당국에 따르면 박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달 9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약 300분간 회담과 만찬을 이어가며 양국 현안과 협력과제 등을 논의했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의 대(對)중국 정책 방향과 관련, 중국 옛 성현 공자의 어록 중 '화이부동'(和而不同·남과 사이좋게 지내긴 하나 무턱대고 어울리진 아니함)을 거론하며 "국익·원칙에 따라 중국과 협력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 장관 또 미국 정부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 이른바 '칩4' 논의에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데 대한 중국의 이해를 구하는 한편, 중국 당국이 2017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취하면서 위축된 중국 내 한국 문화콘텐츠 수출 재개의 필요성 또한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박 장관과 왕 위원 간의 이번 회담이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며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장관이 귀국한 직후 중국 당국은 한중 간 최대 갈등현안인 사드와 관련해 기존의 이른바 '3불(不)'에 이어 '1한(限)'까지 거론하며 우리 정부를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외교부 제공) 2022.8.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사드 3불'은 △한국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도 결성하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 또 '사드 1한'은 주한미군이 이미 배치한 사드 운용을 제한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사드 3불 1한' 모두 한국이 공식적으로 선포했다"는 게 중국 당국의 주장이다.

중국 당국은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2017년 10월 남관표 당시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간 협의에서 거론된 '사드 3불'이 "한중 간 약속"이라고 주장해온 반면, 우리 측은 "당시 사드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한 것일 뿐 국가 간 약속·합의가 아니다"고 밝혀왔다.

이 같은 논란이 채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측이 '사드 1한'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그 파장이 커졌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외교부 대변인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사드 3불 1한'이 언급된 것일 뿐 이를 따로 발표하려 했던 건 아니란 취지로 이번 논란의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측의 이 같은 설명은 '3불 1한'이 그들의 기본 입장임을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가 중국 측이 다시 불을 지핀 사드 관련 논란에 맞서 이달 말까지 경북 성주 소재 주한미군 사드기지에 대한 지상 접근권을 '100% 확보'토록 하는 등 기지 정상화에 한층 더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주한미군 사드 기지는 일부 지역 주민과 단체, 그리고 중국 당국 등의 반대 등 속에 5년째 '임시 배치' 상태로 운용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사업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어져왔지만 코로나1) 등의 영향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미국·중국 간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소극적인 측면도 있었다"며 "중국이 '사드 1한'과 관련해 우리 측에 계속 압박을 가하면 한중관계는 급격히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ntig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