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떼이는 알바생' 현실 알린 청소년유니온, 8년 활동 마침표

김치연 2022. 8. 14. 07: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내 최초의 청소년 당사자 노동조합 청소년유니온이 이달 6일 총회를 끝으로 8년 6개월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청소년유니온은 2014년 2월 24일 청소년 노동인권의 실태를 알리고 청소년이 정당한 노동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탄생했다.

지난 8년간 청소년유니온은 사각지대에 있던 청소년 노동인권이라는 화두를 우리 사회에 제시하며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청소년 당사자와 만날 기회가 줄었고 자연스레 단체 활동 방향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여파에 회원 수 감소..청소년 노동 실태조사 등 족적 남겨
2014년 2월 청소년 노동조합 '청소년유니온' 출범 기자회견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삼각함수와 구운몽의 주제의식은 가르치면서 청소년에게 일터에서 월급 떼이지 않는 방법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청소년의 노동은 다른 이들의 노동과 마찬가지로 가치 있으며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청소년유니온 창립선언문 일부)

국내 최초의 청소년 당사자 노동조합 청소년유니온이 이달 6일 총회를 끝으로 8년 6개월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청소년유니온은 2014년 2월 24일 청소년 노동인권의 실태를 알리고 청소년이 정당한 노동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탄생했다. 청소년 당사자 노동조합으로는 국내 최초였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청소년유니온 사무실에서 만난 박건휘(22) 전 청소년유니온 비상대책위원장은 "단체 활동 기간 청소년들이 일하는 환경이나 스스로 권리를 인식하는 측면에서 상당히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고 자평했다.

박 전 위원장은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2018년 청소년유니온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그에게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정 넘게 일하는 건 다반사였다. 주휴수당과 야간수당은 꿈같은 얘기였다.

지금 보면 마땅히 지켜져야 할 것들이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부모조차도 "남의 돈 버는 게 쉬운 줄 알았느냐"고 할 정도로 일하는 청소년에게 부당한 대우는 빈번하고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는 때였다고 박 전 위원장은 회고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일하는 청소년을 '하라는 공부는 안 하는 애들'로 보는 인식이 만연한 사회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청소년유니온은 청소년들이 권리를 보장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통해 근로계약서 없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청소년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세상에 알렸다.

청소년 호텔·웨딩홀 아르바이트 실태 결과 발표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청소년 노동조합 '청소년유니온' 관계자들이 2014년 10월 9일 국회 앞에서 '청소년 호텔·웨딩홀 아르바이트 실태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8.14 leesh@yna.co.kr

2014년 10월에는 아르바이트 청소년의 임금을 체불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대표를 고용노동부에 고발해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한화가 주휴수당을 지급하도록 만드는 성과를 끌어내기도 했다.

또 특성화고등학교 재학생의 안전한 현장실습 환경 보장을 촉구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코로나19 시기 청소년 노동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청소년 노동자를 위한 노동인권 교육과 상담도 진행했다.

2014년 출범 초기부터 마지막까지 8년의 세월을 함께한 송하민(24) 전 집행위원은 "이전에 없던 조직이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삶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단체 활동에 대해서만큼은 10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박건휘 전 청소년유니온 비상대책위원장 [촬영 김치연]

지난 8년간 청소년유니온은 사각지대에 있던 청소년 노동인권이라는 화두를 우리 사회에 제시하며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청소년 당사자와 만날 기회가 줄었고 자연스레 단체 활동 방향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게다가 만 15∼24세 청소년을 조합원으로 하는 단체 특성상 시간이 흐르면서 기존 조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점도 해산의 배경이 됐다.

송 전 집행위원은 "전체 회원이 140명일 때도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조합원이 5명만 남았다"며 "그마저도 20대가 4명이고 10대는 1명에 불과해 청소년 당사자가 아닌 이들이 청소년 조직을 이끌어가는 점에 대해 회의를 느끼며 고민하다 해산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하민 전 청소년유니온 집행위원 [본인 제공]

박 전 위원장과 송 전 집행위원은 청소년유니온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만, 청소년 노동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계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전 위원장은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청소년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청소년유니온이 없어지더라도 청소년 노동문제에 의식적으로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청소년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송 전 집행위원도 "청소년 운동이 당사자성을 지니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많은 이들의 관심과 후원이 있어야 청소년 인권 향상을 위한 단체가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hic@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