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을 수 없는 벽' 김민재, 이제 나폴리로 간다

배진경 2022. 8. 14.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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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의 안과 밖] 축구 대표팀의 김민재가 SSC 나폴리를 새 팀으로 정했다. 빅리그 클럽의 러브콜을 집중적으로 받은 수비수는 그가 처음이다. 한국 축구 사상 역대 최고의 수비수라는 평가다.
2021년 11월11일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아랍에미리트전에서 김민재가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에게 나폴리는 꽤 친숙한 지명이다. 국민 대다수가 가본 적은 없어도 그 정체성을 인식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 아닐까. 지도에서 ‘한국의 나폴리’를 검색하면 항구 지역이 줄줄이 뜨는데, 이곳들을 선으로 연결하면 얼추 해안선을 그릴 수 있을 정도다. 축구 좀 안다는 이라면 단번에 ‘올타임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를 연결할 수도 있다. 나폴리에서 마라도나는 그 자체로 종교와도 같은 존재다. 다양한 이미지로 중첩되는 이탈리아의 미항은 이제 또 하나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 수비수 김민재의 새로운 팀 SSC 나폴리가 바로 이곳을 연고로 한다.

김민재는 7월27일(현지 시각) 나폴리 입단 계약서에 서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계약 기간은 3년에 추가 2년 옵션이며, 연봉은 250만 유로(약 33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폴리가 김민재를 데려가기 위해 전 소속 팀 페네르바체 (튀르키예)에 지불한 이적료는 2000만 유로(약 286억원)다. 7월 기준 여름 이적 시장에서 나폴리가 선수 영입에 쓴 최고 금액이다. 1년 전 베이징에서 페네르바체로 옮길 당시 이적료(300만 유로)에서 6배 이상 가치가 상승했다. 나폴리가 설정한 바이아웃(소속 구단 동의 없이 선수와 직접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최소 이적료)은 여기서 두 배 이상 더 뛴다. 4500만 유로(약 591억원)로, 2023년 여름부터 해외 팀으로 이적할 경우 발동된다.

한국 중앙수비수의 유럽 도전은 김민재 이전에도 있었다. 심재원(2001~2002, 프랑크푸르트)과 홍정호(2013~2016, 아우크스부르크)가 각각 당대 월드컵을 앞두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다. 그러나 빅리그 클럽들의 러브콜을 집중적으로 받는 수비수로 성장한 사례는 김민재가 처음이다.

김민재는 지난해 8월 베이징 궈안(중국)에서 페네르바체로 이적해 1년 만에 유럽이 주목하는 수비수가 됐다. 튀르키예 리그에서 정상급 수비수로 활약했다. 주전 수비수로 리그 대부분의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시즌 막바지 부상 암초에도 유로파리그 포함 40경기를 소화했다. 김민재를 데려가 중용했던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은 물론 후임 조르제 제수스까지 김민재의 영향력을 추켜세웠다. 팀 동료들이나 현지 언론뿐 아니라 상대 공격수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김민재에 관한 상대의 평가는 대동소이한데, 요약하면 ‘뚫을 수 없는 벽’이라는 인정이 대부분이다.

“수비수에게 필요한 능력 모두 갖춰”

김민재의 가치는 2022 여름 이적 시장에서 확인됐다. 김민재에 대한 빅리그 클럽들의 수요가 늘었다. 관심을 보인 팀명만 나열해도 현실감이 떨어질 정도다. 종착지가 된 나폴리 외에 인터 밀란, 유벤투스, AC 밀란(이상 이탈리아 세리에A), 토트넘, 에버턴(이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타드 렌, 마르세유(프랑스 리그1) 등이다. 당초 김민재의 행선지로 알려졌던 곳은 렌이다. 베이징 시절 김민재와 함께했던 브루노 제네시오 감독이 영입에 적극적이었다. 뒤늦게 나폴리가 바이아웃에 해당하는 2000만 유로를 제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나폴리는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를 확보해야 했다. 지난 시즌까지 나폴리 수비 주축으로 활약하던 쿨리발리는 이번 여름 첼시로 이적했다. “쿨리발리가 떠나면 감독직을 사임하겠다”라고 공언했던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 그 대체자로 김민재를 콕 집어 “나폴리 수준의 선수”라고 언급한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나폴리는 2021-2022시즌 세리에A에서 AC 밀란과 함께 최소 실점(38경기 31실점)의 수비력을 유지한 팀이다. 단순히 수비 자원 확보 정도에 그친 것이 아니라 김민재를 주축 센터백으로 활용하겠다는 심중이 드러난다.

이쯤에서 김민재의 능력을 점검해보자. 축구에서 센터백은 흔히 ‘욕받이’로 통한다. 상대의 자극과 도발이 있어야 반응하는, 태생적으로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라서 그렇다. 시대 불문 센터백의 최고 미덕은 ‘실수 줄이기’로 통하는데 김민재에 관한 평가는 사뭇 다르다. 국내 축구인 열이면 열, 동일하게 평가한다. “수비수에게 필요한 능력을 모두 갖췄다.” 한국 축구 수비 레전드인 홍명보(울산 감독)도, 이영표(강원 단장)도 같은 목소리다.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오범석 ‘Sky Sports’ 해설위원은 이렇게 평한다. “수비 능력을 모두 갖췄는데, 심지어 그 능력이 다 압도적이다.” 일단 피지컬이 월등하다. 190㎝, 87㎏ 신체조건을 활용한 다툼 능력을 갖고 있다. 제공권 싸움에도 능하다. 키 큰 선수들은 느리다는 통념과 달리 김민재는 발 빠른 수비수다. 볼을 다루는 기술이나 패스의 정확성도 높다. 경기 운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때는 빈틈이 없다. 김민재라는 후방 조율사 덕에 벤투호의 ‘빌드업’ 기조가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강점은 역시 수비 능력이다. 오 위원은 “빌드업이나 스피드 같은 장점을 두루 언급하지만, 수비수의 본질적인 임무는 대인 마크다. 축구가 열한 명씩 싸워도 결국 일대일 싸움에서 승패가 갈리는 경기이고 보면 수비수는 뚫리지 않아야 한다. 김민재는 상대에게 좀처럼 뚫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최고 수비수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최순호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역시 “한국 축구 역대 최고 수비수”라고 단언했다. 선배들의 극찬 세례를 받고 있는 김민재의 나이는 만 25세. 아직 전성기는 시작되지도 않았다.

나폴리가 베테랑 쿨리발리의 대체자로 김민재를 낙점한 것도 이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년 계약과 바이아웃으로 선수의 잠재력을 인정했다. 당장은 나폴리 적응과 세리에A에서의 활약이 우선이지만 길게 보면 선수의 시장가치가 상승할 거라는 기대다. 나폴리는 지난 시즌 세리에A 3위로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했다. 리그에서의 활약상을 기반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상위 클래스로 올라서기 수월해진다. 현역 최고 수비수로 평가받는 버질 판 다이크(리버풀)는 셀틱 시절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와 AC 밀란을 상대하며 프리미어리그의 선택을 받았다. 박지성과 이영표도 챔피언스리그에서 통한 덕분에 네덜란드에서 잉글랜드로 무대를 옮겼다. 과거 러시아에서 활약했던 오범석 위원은 “유럽, 특히 수비의 명가라는 이탈리아 무대 경험 자체가 김민재의 새로운 능력이 될 것이다. 초반에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적응만 끝내면 김민재는 완벽하게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챔피언스리그 외에 도약을 노릴 수 있는 또 다른 무대가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이다.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들은 그 입지와 위상이 급격히 달라진다. 압박감 속에서도 무언가를 성취하는 선수들은 팀 전체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손흥민이 그런 선수였고, 이제는 김민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오 위원은 “피지컬과 기술이 뛰어난 세계적 공격수들을 상대하는 경험이 우리 대표팀과 한국 축구에 큰 힘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빅리그를 누빌 수비수의 새로운 도전이 이제 막을 올렸다.

배진경 (전 ⟨포포투⟩ 편집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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