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인기지역으로 갈아타기 더 어려워졌다

김노향 기자 2022. 8. 14.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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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현실화된 '공급폭탄' (1) - 거래 위축에 입주물량 증가.. 쌓이는 매물

[편집자주]주택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공급론이 지난 정부 내내 이어지면서 오는 16일 윤석열 정부는 '250만가구+α(알파)' 주택공급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을 시작으로 금리인상이 본격화되고 집값 고점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주택거래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공급이 지속돼 올해와 내년 주택 공급량이 각각 10%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정부의 공급대책까지 나와 사상 최대의 '입주 폭탄'이 전망된다. 주택 미분양 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건설업체 실적 저하와 경기침체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1주택 실수요자의 갈아타기 실패와 역전세난에 따른 세입자 보증금 미반환 피해도 우려된다.

올해와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공급폭탄이 현실화되자 기존주택 처분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1) 1주택자, 인기지역으로 갈아타기 더 어려워졌다
(2) 경기 급전세 증가… 전세가율 '20~30%' 실화?
(3) [Tip] 일시적 2주택자 비과세 요건은?


#. 2017년 서울 외곽에 영끌(영혼 끌어모은 대출) 투자로 신축 아파트를 매입한 A씨. 회사 출·퇴근 거리와 자녀 교육을 위해 도심으로의 이주를 결심했지만 현재 갈아타기 조건이 좋은 상황인지 혼란스럽다. 5년 전 5억원 후반대에 구입한 아파트는 지난해 7월 마지막 실거래가가 10억원 중반대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하지만 1년째 거래가 없고 가격을 낮춰 급매로 내놓지 않으면 매도가 쉽지 않다는 중개업소의 설명을 들었다. A씨가 원하는 강남·용산의 준공 20년차 같은 면적 아파트 호가는 18억원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집값의 절반 이상 받아야 하는데 이자 상승 부담에 앞으로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소식에 고민이 크다.

통상 부동산가격 하락 초기는 상급지나 넓은 면적으로 주택 교체를 하는 업그레이드 갈아타기 전략이 유효한 것으로 인식돼 왔다.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 기존 보유주택으로 자산가치를 불려 현금화하고 비싼 지역의 주택을 저가 매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공급폭탄이 현실화되자 기존주택 처분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이자 부담마저 커진 상황이어서 전문가들은 기존주택의 매도를 완료한 후에 매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세금 측면에선 새 정부의 취득세,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하 정책으로 1주택 교체 수요자에게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기존주택 거래 위축에 입주물량 증가… 쌓이는 매물


부동산플랫폼 직방의 조사 결과 2018년 이후 주택 매매거래 총액은 ▲2018년 236조7900억원 ▲2019년 253조7400억원 ▲2020년 382조3400억원 ▲2021년 296조3200억원 ▲2022년 6월 77조4100억원 등으로 나타나 2020년을 정점으로 거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의 경우 주택 매매거래량은 31만260건으로 전년동기(55만9323건)대비 44.5% 급감했다. 서울 주택의 매매거래량은 한 해 전보다 52.0% 줄어든 3만4945건에 그쳤고 수도권 전체적으론 같은 기간 55.5% 급감한 12만3831건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할 때 연간 전체 매매거래 건수나 금액이 지난해의 절반 안팎에 머물 것이란 예상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처분하려는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거래 급감에 따라 시장엔 매물이 더 많이 쌓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입주 물량은 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준공(입주) 주택 수는 18만3277가구로 전년동기(17만7906가구)에 비해 3.0% 증가했다. 특히 아파트는 같은 기간 13만2173가구에서 13만9265가구로 5.4% 늘었다. 입주 물량은 이후에도 계속 늘고 있다. 직방 조사에 따르면 7월과 8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각각 2만4711가구와 2만7735가구로 2개월 연속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직방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이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거래 위축에 따른 기존주택 매물 적체 현상이 맞물려 매매시장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커진 이자 부담에 따라 내놓은 매물에다 입주 물량까지 겹치면서 거래는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매매가 하락을 유도하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절세 효과는 노려볼 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 거래시장 상황이 상급지로 갈아타기에 나쁜 조건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일반적으로 불황일 때 상급지로 갈아타는 기회를 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주거 프리미엄이 줄어 블루칩과 비블루칩의 가격 차이가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파트가격은 상급지보다 중급지나 하급지에서 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경기·인천 아파트값은 각각 0.46%, 0.33% 상승했고 같은 기간 서울은 0.8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에선 안양 동안구(-2.27%) 수원 영통구(-2.26%) 화성(-2.20%) 의왕(-1.28%) 등의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박 전문위원은 "이들 지역 아파트값이 많이 하락한 것은 최근 3~4년 사이 그만큼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최근 부동산 거래시장의 흐름이 '탈서울 내집마련'이어서 주로 20~40대 갭투자 수요가 몰린 곳이 많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기·인천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상급지 갈아타기는 실속이 없을 수 있다"며 "특히 최근에 집을 장만한 사람일수록 내집은 싸게 팔고 남의 집은 비싸게 사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렇다면 강북에서 강남으로 갈아타기는 어떨까. 박 전문위원은 "강남 아파트가 강북보다 절대금액이 아닌 비율(%)로 따질 때 덜 올랐다"면서 "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지역보다 낮은 곳으로 이동하진 않기 때문에 갈아타기가 애매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같은 지역에서 면적을 넓혀 옮기는 것은 절세 효과가 가능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고 신축이나 기존주택가격이 조정되는 상황이어서 1주택자 세금 부담이 감소하는 정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매도를 먼저, 매수를 나중에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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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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