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충청도에서 오고, 유학생도 나섰다.. 연휴에도 계속되는 수해 피해 복구

이종현 기자 입력 2022. 8. 14. 06:01 수정 2022. 8. 1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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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에 침수 피해 컸던 서울 상도동·신림동 일대
반지하주택·상가 복구 작업에 자원봉사 손길 이어져

지난 13일 정오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만화카페. 이 만화카페는 지하 1층에 자리한 탓에 이번 폭우에 완전히 침수됐다. 안에 있던 만화책 12만권도 고스란히 모두 물에 젖었다. 물에 젖은 만화책을 빼내기 위해 봉사자 10여명과 육군 52사단 군인들까지 동원됐다.

침수로 전등이 고장이 나 불도 켜지지 않는 상태에서 봉사자와 군인들이 그새 곰팡이가 핀 만화책을 하나한 마대자루에 옮겨 담아 밖으로 빼내고 있었다. 상도동 인근인 노량진에서 일손을 도우러 왔다는 오윤순(70)씨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직접 자원봉사를 신청해 왔다”며 “상도동에 장을 보러 많이 오는데 폭우 피해를 본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안 좋다”고 했다.

침수 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만화카페에서 자원봉사자가 물에 젖은 만화책을 치우고 있다. /김민소 기자

만화카페 사장인 신모(60대)씨는 “만화책 12만권이 모두 물에 젖어 폐기해야 하는 상태”라며 “손을 놓고 싶을 정도로 피해가 컸지만, 여기저기서 많이 모여서 도움을 주러 와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근처에 위치한 노래방에서도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역시나 지하 1층에 위치한 탓에 이번 폭우에 완전히 침수된 곳이다. 노래방 기계와 가구, 뜯어진 천장과 벽지가 뒤엉켜 원래 상태를 짐작도 하기 힘들었다.

이곳에서는 벽과 천장을 골조가 남기고 모두 뜯어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물에 젖은 합판과 내장재를 뜯어내면 마대자루에 퍼 담아서 밖으로 빼내는 작업이었다. 덥고 습한 탓에 봉사자들의 웃옷이 순식간에 땀 벅벅이 됐지만, 자리를 떠나는 사람은 없었다.

충청북도 증평에서 자원봉사를 신청해 왔다는 신현준(62)씨는 “뉴스를 보다가 서울의 침수 피해가 너무 심각한 것 같아서 자원봉사포털을 통해 신청했다”며 “연휴지만 하루 날 잡고 봉사하러 왔다. 다들 고생하는데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주택가.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수해 복구에 나선 2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우산이나 우비를 챙길 겨를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가구 주택이 모여 있는 신림동 일대는 이번 집중호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다. 이날 자원봉사자들이 찾은 다가구 주택도 마찬가지였다. 반지하와 지상 2개층에 모두 6세대가 살고 있는 이 주택에서는 반지하층에 위치한 두 세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공동현관부터 급하게 반지하층에서 꺼내 놓은 세간살이와 가재도구가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채 가득했다. 쌓여 있는 가재도구는 1.5m 높이에 달했다.

13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수해 복구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미처 꺼내지 못한 냉장고에는 각종 음식과 과일이 가득했다. 전기가 끊긴 냉장고에 있던 음식이 썩어가면서 날파리가 꼬여 있었다. 방바닥에는 여전히 진흙이 가득해서 조심스레 딛지 않으면 미끄러져 넘어질 정도였다. 진흙에서 나는 비린내와 고인 물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 음식물이 썩는 냄새가 뒤섞여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집안 곳곳에 쌓인 쓰레기를 치웠다. 10명이 반지하층에 들어가 파란색 비닐봉투와 노란색 마대자루에 못 쓰게 된 가재도구나 쓰레기를 담으면, 나머지 10명은 봉투를 건물 바깥으로 빼내는 작업을 했다. 악취가 나고 축축한 기운이 가득했지만 불만을 표시하거나 요령을 피우는 봉사자는 없었다.

40분 동안 이어진 청소 작업 과정에서 나온 쓰레기의 양만 20L 쓰레기봉투 28개, 100L 마대자루 10개 분량이었다. 청소 작업을 하던 한 자원봉사자가 삼중으로 끼고 있던 장갑을 벗자 안에 가득 고여 있던 땀방울이 빗물처럼 우수수 떨어질 정도로 고된 작업이었다. 근처 주민이라고 자신을 밝힌 박모(40대)씨는 “이 동네는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며 “이웃주민으로서 마음이 안 좋아서 주말에 시간 내서 봉사활동을 왔다”고 했다.

자원봉사자 중에는 외국인의 모습도 보였다.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는 라피(27)씨는 “외국인 유학생 단체방에 자원봉사자 신청 링크가 올라왔다”며 “방글라데시도 지금 심각한 물난리를 겪고 있는데, 거기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신림동에서라도 일손을 돕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김다솜(31)씨도 함께 일손을 거들었다. 김씨는 “서울대 대학원생인 친구와 함께 수해복구 자원봉사를 하러 왔다”며 “평일에 강남 수해 피해 현장을 보면서 마음이 안 좋았다. 수해민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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