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가 인생수업?..2030 울리는 깡통전세, 어떻게 피할까[부동산백서]
국토부 "임차인의 정보 부족·보증 미가입이 원인..9월에 전세사기 대책 발표"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사람들은 젊을 때 그런 일은 한 번쯤 당해볼 수도 있다며 인생 수업비용으로 여기라 했지만 저는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왜 저의 피땀 흘린 노력으로 사기꾼들을 배불려야 하나요."
직장인 A씨가 4억2900만원에 계약한 강서구 화곡동 신축빌라가 매맷값보다 전셋값이 높은 '깡통 전세'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A씨가 계약한 매물은 외부 감정 평가 결과 3억원에 불과했고 분양가도 4억1900만원으로 전셋값보다 낮았습니다.
그러나 A씨를 도와주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A씨는 4억원의 빚을 떠안을 위기에 처했고 결국 계약금 2000만원을 포기하고 다시 단칸방을 찾아봐야 했습니다.
위의 사례는 지난 1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보증금 먹튀 국회 토론회'에 참여한 피해자 A씨의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특히 금전적인 여유가 없는 2030세대가 피해대상이 되며 정부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요. 오늘 백서의 주제는 '전세사기'입니다.
유형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흔한 전세사기는 '깡통전세'와 '무자본 갭투자'입니다. 집주인이 자본금 없이 여러 빌라를 매입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고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돌려막기를 하다 결국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것인데요.
분양업자와 짜고 피해자 136명에게서 보증금 298억원 상당을 뜯어낸 이른바 '세모녀 전세사기'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문제는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시장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실거래가보다 전세보증금이 높다면 설령 강제집행으로 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되고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보증금이 모자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유형으로는 경찰청에서 대표적인 전세사기로 꼽은 △부동산 권리관계 허위고지 △실소유자 행세 등 무권한 계약 △위임범위 초과계약 △허위 보증보험 △불법중개·매매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세사기, 넋 놓고 당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현실적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는 것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조언이 많습니다.
이는 HUG가 전세계약 종료 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전세보증금을 전액 보증해주는 상품입니다. HUG는 임대인을 대신해 돈을 돌려주는 대위변제 후 임대인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합니다. 쉽게말해 국가가 보증금을 우선 돌려주고 못 받은 금액을 임대인에게서 받아내는 것입니다.
부동산 전문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면 나중에 깡통전세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보험회사에서 받을 수 있다"며 "요건을 갖춰야 서류를 제출하고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 깡통전세를 걸러내는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세보증보험에 가입이 안된다면 적어도 위험한 물건임을 인지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전문가들은 전셋값과 매맷값의 차이를 면밀히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신축빌라의 경우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됩니다. 근본적으로 임차인이 거래정보를 확인할 방법 자체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20일 직접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며 전세사기에 대한 일벌백계를 지시한 바 있습니다. 국토부도 현 상황이 임차인의 거래 정보 부족과 보증 미가입으로 발생했다고 보고 안전한 거래환경 조성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예방책으로는 사회배려 계층에 대해서는 보증료를 추가 할인하고 보증가입이 가능한 보증금 기준도 상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보증금을 상습 미반환한 임대인 명단을 공개하고 임대사업자의 보증가입 의무 준수여부도 점검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어 전세자금 긴급대출, 지원센터 설치 등의 피해지원 방안을 내놓았는데요. 국토부는 9월 중으로 '전세사기 대책'을 별도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고금리가 계속되며 깡통전세 위험이 커지고 있어 정부가 내놓을 전세사기 대책을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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