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에서 '뉴스'보는 시대, 이대로 괜찮을까
일반인 뉴스 비중 높고 알고리즘 강해 확증편향 우려
외신들 틱톡발 허위정보 경고, '메시 사망'허위정보 국내서 퍼지기도
구글·페이스북보다 부족한 자율규제, 전문가들 "강화된 조치 필요"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새로운 뉴스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허위정보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경구피임약이 성적 매력을 변화시킨다' 등 틱톡의 보건 허위정보에 주목했다. 틱톡은 일반인 제공 뉴스 비중이 높고, 알고리즘이 강해 허위정보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틱톡의 내부 규정이 페이스북(메타), 유튜브(구글) 등 타 플랫폼보다 미흡하다며 자체 규정 강화를 주문했다.
영국 방송규제당국 오프콤(Ofcom)에 따르면 틱톡은 영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뉴스 플랫폼이다. 성인 기준 뉴스 소비는 2020년 1%에서 2021년 7%로 늘었다. 16~24세의 청년들로 한정하면 증가세는 더 두드러졌다. 이 나이대 청년 중 27%가 틱톡을 통해 뉴스를 소비했다. BBC 뉴스채널보다 10%p 높은 수치였다.
뉴스 플랫폼으로서 틱톡에 주목한 보고서는 이 뿐이 아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올해 발간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2'은 틱톡을 올해 가장 빠른 성장 네트워크라고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18~24세의 40%가 틱톡을 경험했고, 전체의 15%는 뉴스 플랫폼으로 소비했다. 조사에 참여한 청년들은 틱톡을 가리켜 “다양성이 있어 좋다. 방송기자도 틱톡 페이지를 가지고 있는데, 방송보다 틱톡에서 제공하는 뉴스가 더 편하고 친숙하다”고 했다.
반면 타 소셜미디어의 뉴스 소비는 줄었다. 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지난해 9월 조사에 따르면, 틱톡 이용자 중 29%가 틱톡을 통해 뉴스를 봤다. 2020년 22%에 비해 7%p 늘어난 수치다. 대부분의 소셜미디어의 뉴스 소비가 하락(트위터 59% → 55%, 페이스북 57% → 47%, 인스타그램 28% → 27%)한 가운데 틱톡 홀로 증가세를 보였다.
일반인 뉴스 비중 높고 알고리즘 강력한 틱톡
틱톡은 '일반인'의 뉴스 생산 비중이 높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1 한국'에 따르면, 틱톡에서는 관심도가 높은 뉴스 중 유명인 및 일반인 생산 뉴스 비중이 주류 언론 뉴스보다 더 높았다. 전세계가 같은 경향을 보였다. 반면 다른 플랫폼은 주류 언론의 비중이 더 높았다. 한국 기준, 페이스북은 관심도가 높았던 뉴스 중 주류 언론 출처가 37%, 유명인 및 일반인 출처가 24%였지만 틱톡은 주류 언론이 16%, 유명인 및 일반인이 46%였다.
알고리즘도 유난히 강했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어떻게 틱톡은 당신을 이해하는가(How TikTok's Algorithm Figures You Out)' 기사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틱톡은 이용자가 한 영상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다른 영상에선 얼마나 망설였다가 돌아가는지 등 매초를 분석했다. WSJ는 “틱톡은 우리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 이 알고리즘 젊은 층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 유튜브 엔지니어 기욤 샬로는 “틱톡의 알고리즘은 더 강하다. 수용자의 취약성을 더 빨리 파악한다”고 말했다.
틱톡은 사용자의 감정까지 추론해 영상을 추천했다. WSJ가 만든 가짜 계정이 슬픔, 헤어짐 관련 영상을 시청하다 '정신 건강 문제(mental health issues)', '우울증(depression)' 해시태그가 달린 영상에서 오래 머물자 틱톡은 우울증 관련 영상만 피드에 제공하는 식이다. 전체 278개의 피드 중 93%가 우울증 관련 피드였다. 기욤 샬로는 “수용자의 선호와는 상관 없이 클릭만을 위한 알고리즘”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유난히 강한 틱톡의 알고리즘이 성적 왜곡, 정치 편향 등 다양한 분야로 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WSJ는 “실험을 통해 우리 봇(Bot)의 흥미가 점차 극단화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틱톡의 추천이 계속 개인화되고 좁아졌기 때문”이라며 “일반적인 정치에 관심이 있던 봇은 선거 음모론(election conspiracies)에 빠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NYT·WSJ 등 외신들 틱톡 허위정보 '경고'
이러한 틱톡의 특성이 확증편향을 강화해 허위정보에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외신들도 일제히 틱톡의 허위정보 문제를 경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5일 틱톡의 허위정보가 특히 보건 이슈에서 심각하다고 전했다. 관련 영상에선 금발의 남성이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성적 매력의 변화가 생긴다”라고 주장한다. 남성은 경구피임약에 들어있는 '스테로이드' 성분을 문제 삼는다. 진지한 표정으로 손짓 발짓과 함께 전문용어를 섞어가며 위험성을 경고한다. 카메라에 대고 눈을 보며 말하니 진짜 같다. 하지만 '가짜뉴스'(허위정보)다.
지난 3월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가디언 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허위정보가 틱톡을 통해 퍼진다고 보도했다. WSJ는 메타, 유튜브 등은 콘텐츠 삭제 기준 등을 자세히 설명한 반면, 틱톡은 구체적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올해 6월 모질라재단은 틱톡발 허위정보가 케냐 대선의 정치적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틱톡발 허위정보가 논란이 됐다. 지난달 23일 '축구선수 메시가 사망했다'는 틱톡 영상이 퍼졌다. 허위정보였지만 트위터 등 다른 플랫폼으로 확산되며 혼선을 빚었다. 국민일보, 조선일보 등 언론이 '허위정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누군가가 직접 스피치 형태로 전달하면, 정보의 신뢰성은 당연히 더 높아진다. 더군다나 틱톡은 대부분 가공된 숏폼이기 때문에 신뢰성 판단할 때 필요한 출처, 맥락 등이 빠질 우려가 있다”며 “휘발적으로, 유희적인 목적으로 정보가 유통되면 확산 속도는 굉장히 빠르게 된다. 여가적 차원에서 공공적 사안을 비판 없이 수용할 우려가 생기는 것”라고 지적했다.
부실한 자율규제 … 전문가들 “사업자가 직접 강화해야”
우려가 이어지자 틱톡 최고운영책임자 바네사 파파스는 지난달 28일 홈페이지에 '투명성에 대한 더욱 강력한 약속'을 공지했다. 허위정보 방지를 위해 플랫폼 연구 API, 심사 시스템 API, 미국 콘텐츠 및 안전 자문 위원회와 정보 공유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틱톡은 투명성 보고서, 집행 보고서 등을 발표해 허위정보 삭제 건수를 공개하고 있다.
틱톡 관계자는 미디어오늘 측에 “현재 한국 팩트체크 파트너사는 리드스토리스(Lead Stories) 이다. 이외에도 틱톡은 13개의 팩트체크 파트너와 64개 시장 콘텐츠를 평가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다양한 보호 정책 및 기능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틱톡의 대응이 더욱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허위정보 관련 대응에 경험이 쌓인 페이스북(메타), 유튜브(구글) 등 타 플랫폼 기업보다 자율규제가 촘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는 뉴스 현안의 경우 일반 크리에이터보다 주류 언론의 기사를 우선 배열하는 '신뢰도 중심 배열'을 선보이고 있다. 페이스북은 IFCN(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를 매개로 국내 언론(JTBC)과 팩트체크 제휴를 맺어 검증하고 있지만 틱톡 측은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일례로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허위정보가 퍼지자, 틱톡은 코로나19 관련 동영상에 백신 정보를 넣는 배너를 추가했다. 하지만 배너가 제대로 달리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6000개 이상의 코로나19 영상 중 58%가 배너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투명성 보고 등의 조치는 유럽연합 자율 규제 협약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기본으로 하면서, 규율을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페이스북의 경우 미디어 투명성 위원회 등 워낙 허위정보에 대한 지적이 오래돼 삭제 기준이나 콘텐츠 검열 기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전문가 시스템에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한다. 틱톡은 상대적으로 관련한 시도 노력이 부족한 편”라고 말했다.
틱톡코리아 안전포럼에 참여했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트위터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내부 규정 강화하면서 많이 정화된 부분 있다. 틱톡도 그렇게 갈 수밖에 없을 것”라고 밝혔다.
정책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심 교수는 “실질적으로 플랫폼 관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데, 미디어 정책 관련 아무 논의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대선 당시 미디어 정책 공약이 난무했지만 현실은 정책 논의도, 논의할 사람도 구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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