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신종 인수공통 바이러스 발견..증상과 전파력은?
중국에서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새로운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최근 10년 사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발견된 헤니파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첫 환자가 나온 중국 산둥성의 마을 이름을 따서 '랑야 헤니파바이러스(Langya henipavirus‧LayV)'로 명명됐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열, 무기력, 기침, 거식증. 근육통, 메스꺼움의 증세를 보이지만 전파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중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11일(현지지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한국 중국 일본에 서식하는 땃쥐에 의해 옮겨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바이러스는 2018년 이후 중국 동부에서 35명만 감염시켰으며 어떤 사례도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만큼 쉽게 전파되지는 않기 때문에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논문을 검토한 호즈 시드니대의 에드워드 홈즈 교수(바이러스학)는 "특별히 이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지속적인 감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람과 동물에게 새로 생겨나는 바이러스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것은 다른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될 수 있는 동물성 질병의 위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
연구진은 2018년 4월~2021년 8월 중국 동부 산둥(山東)성과 허난(河南)성 등 3개 병원에서 환자를 꾸준히 관찰해왔다. 첫 번째 환자인 53세의 여성의 목구멍에서 면봉으로 채취한 LayV의 게놈 염기서열도 분석했다. 논문의 공동저자 중 한명인 듀크–싱가포르국립의대(NUS)의 왕린파(王林發) 교수는 LayV의 이름이 이 환자가 태어난 마을 이름을 딴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기간 내 확인된 35명 환자들은 심각한 폐렴에서 기침까지 다양한 증상을 보였다. 대부분의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기 한 달 전에 동물에 노출됐다고 답했다.
게놈 분석 결과 LayV는 2012년 중국 남부 윈난성의 한 폐광에 살던 쥐들에게서 처음 분리된 모장헤니파바이러스와 가장 유사했다. 헤니파바이러스는 홍역과 볼거리 같은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파라믹소바이러스과에 속한다. 호주, 한국, 중국에 서식하는 박쥐, 쥐, 땃쥐에서 검출된 헤니파바이러스 중에서 사람에게 전파되는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헨드라(Hendra)와 니파(Nipah),에 이어 LayV까지 3종뿐이다. 헨드라 바이러스는 1994년 호주에서 발견됐는데 말에 의해서 전파됐으며 니파 바이러스는 1998년 말레이시아에서 발병해 100명 이상을 숨지게 했는데 돼지에 의해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ayV가 사람들 사이에서 전파된다는 명확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짧은 시간 내에 또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같은 과에 있는 환자 집단은 없었다. 왕 교수는 "35건의 사례 중 단 한 건도 관련이 없다"라고 말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존스 홉킨스 대의 에밀리 굴리 교수(역학)는 "대유행(팬데믹)의 경종을 울릴 만한 위협적 요소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의 동물 기원을 밝히기 위해 연구진은 환자들의 마을에 사는 염소, 개, 돼지, 소를 대상으로 LayV에 대한 항체를 검사하고 주변에 서식하는 25종의 야생 작은 동물의 조직과 소변 샘플을 채취했다. 그 결과 소수의 염소와 개에서 LayV 항체가 발견됐다. 그리고 표본이 추출된 262마리의 땃쥐 중 27%에서 LayV 바이러스 RNA를 확인했다. 이는 땃쥐가 바이러스의 진원지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땃쥐나 중간 동물로부터 직접적으로 감염되었든 간에 사람들이 어떻게 감염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굴리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땃쥐에게 퍼지고 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감염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홈즈 교수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전염병과 같은 더 많은 전염병을 피하기 위해 바이러스 유출을 감지하고 그 결과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세계적인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ejm.org/doi/10.1056/NEJMc2202705)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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