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빠 첩살이 했던 엄마..꼭 용서해야 할까요 [씨네프레소]
*주의 : 이 기사에는 드라마의 전개 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씨네프레소-43]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사람은 자기 인생을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들여다본다. 반면, 다른 사람은 그의 인생을 관찰자 시점으로 볼 수 있을 뿐이다. 사람이 종종 억울하단 느낌을 받는 건 상당 부분 이러한 시점의 간극에서 온다. 본인의 인생은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자신이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할 행동은 거의 없다. 남이 보기엔 돌발적인 행동도 한 사람의 인생을 통으로 봤을 땐 그 나름의 합리성을 지니는 경우가 다수다. 그러나 관찰자 시점으로 자신의 인생을 파편적으로 바라본 타인들은 일부분만으로 한 사람을 판단하고, 비난할 뿐이다.


사실 그의 지인들은 동석이 어렵게 살았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드라마 안에서 주인공들은 친구 집에 수저가 몇 개 놓이는지 알 만큼 서로 가깝게 지낸다. 동석이 누나를 잃은 상처를 채 치유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그의 엄마가 재가해 아들 마음 생채기를 더욱 깊게 후벼팠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 다만, 이제 그의 모친도 여려질 만큼 여려졌고, 더 이상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으니 용서하는 게 동석을 위해서도 좋지 않으냐고 권유하는 것이다. 돌아가신 후엔 후회만 남을 수 있으니 말이다.



제사에 따라 들어갈 생각은 없었던 동석은 1층에서 그 집 형제를 만난 뒤 마음을 바꾼다. 이제 어느덧 중년이 된 그 남자는 점잖은 표정을 하고 있지만, 동석의 눈엔 어린 시절 자신을 때리며 웃던 잔인한 얼굴이 겹쳐 보인다. 거기서 그와 눈을 마주치고도 들어가지 않으면 마치 도망가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도 있다. 굳이 제사에 참석한 그는 "그 많던 너네 아방(아버지) 재산 다 말아먹고 겨우 이러고 사냐"며 일부러 속을 긁는다.



동석은 엄마가 세상을 뜰 때까지 정식으로 사과를 받지 못한다. 그렇지만 동석의 얼어붙은 마음은 그날 제사를 기점으로 서서히 풀어진다. 자신의 편에서 엄마가 진심을 담아 싸워준 것이 수백 번의 "미안하다"는 말보다 그에겐 더 큰 위로가 된 것이다. 엄마마저 내버린 자식이라는 생각에 상처받았던 동석은 모친이 적어도 자신을 보며 마음 아파하고 있었단 사실에 위무받는다.


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
출연: 이병헌, 김혜자,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고두심, 한지민 등
평점: 왓챠피디아(3.9/5.0)
※2022년 8월 12일 기준.
감상 가능한 곳: 넷플릭스,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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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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