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에 노이로제, 하늘이 원망"..주말 비 소식에 이재민 '한숨'(종합)

송상현 기자 임세원 기자 한병찬 기자 입력 2022. 8. 13. 18:55 수정 2022. 8. 1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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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구룡마을·관악구 도림천 일대 복구 더뎌
주말 시간당 30mm 물폭탄 소식에 근심 커져
13일 폭우로 인해 침수 피해를 입은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민가 주변으로 쓰레기더미들이 쌓여있다. 22.08.13/ 뉴스1 ⓒ 뉴스1 임세원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임세원 한병찬 기자 = "이제 빗소리에 노이로제가 생질 지경이예요"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에서 만난 조모씨(71·여)는 이번 주말 또다시 폭우가 내릴 수 있다는 소식에 표정이 굳어졌다.

조씨는 8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 8일 밤을 회상하며 "20분 만에 방 안에 물이 다 차서 새벽부터 잠도 못 자고 퍼내야 했다. 빗물을 막기 위해 이불을 문 입구에 막아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조씨는 생계유지를 위해 일터에 나가느라 아직 짐 정리를 다 못 끝냈다고 했다.

13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폭우로 인해 붕괴된 민가가 도랑을 막고 있다.. 빗물이 도랑으로 빠져야하는 데 잔해가 막고 있어 물이 민가 쪽으로 넘쳤다. 22.08.13/ 뉴스1 ⓒ 뉴스1 임세원 기자

◇독거노인 많은 구룡마을 폭우에 속수무책…"밤새 물퍼 심란"

기상청은 이날 오전부터 14일까지 일부 수도권과 강원 영서 남부, 충청권, 전북에 천둥·번개와 돌풍을 동반한 시간당 30㎜ 내외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한 상황이다.

이날 둘러본 구룡마을은 여전히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주택 외부는 원래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무너져 있고, 각종 가재도구가 길가를 나뒹굴고 있었다. 구룡마을 주변을 흐르는 도랑에는 옷걸이, 슬래브 지붕 잔해 등 쓰레기 더미가 함께 흐르고 있었다.

구룡마을에서 홀로 거주하는 노모씨(77·여)는 비가 온다는 소식에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생각에 아주 심란하다"고 말했다.

노씨는 8일 밤 같이 빗물을 퍼낼 사람이 없어서 혼자서 밤새 고무대야로 물을 퍼냈다고 했다. 싱크대 물까지 역류해 침수 피해가 더 컸다. 김씨는 "장판은 지인 도움받아서 새로 깔았다"면서 "당장 쌀이 없어 쌀 좀 구해다 주면 좋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비교적 거주지 규모가 작고, 짐이 많지 않다 보니 집안 내부 정리는 빠르게 이뤄졌다. 구룡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구룡마을 임시 대피소 운영도 이날까지다. 이영만 구룡마을자치회장은 "90% 정도는 다 들어와서 주무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가 더 올 것이라는 소식은 믿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13일 오전 침수 피해가 컸던 서울 관악구 신사동 일대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다. 22.08.13/ 뉴스1 ⓒ 뉴스1 한병찬 기자

◇도림천 범람 피해 컸던 관악구 주민 "막막하다"…복구 더뎌 '한숨'

주말 물 폭탄에 대한 우려는 이번 폭우로 피해가 가장 컸던 서울 관악구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관악구 도림천 인근 신사동에서 만난 김소라씨(38·여)는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자 긴 한숨을 내뱉으며 "설마 또 도림천이 넘칠까요. 넘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폭우로 집이 침수되는 등 피해를 봤다. 집안 여기저기 나뒹구는 가재도구를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다. 전날까지 호텔에서 머물던 김씨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주인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이날 오전 둘러본 신사동 일대는 도로 한가운데 여전히 쓰레기 더미가 나뒹굴고 주민들은 집 안을 정리하느라 쉴 틈이 없어 보였다. 쓰레기와 하수구에서 역류한 물이 뒤섞이며 극심한 악취에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여럿이었다. 이들은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하자 인상을 찌푸린 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쉴 뿐이었다.

반지하에 거주하는 박인철씨(57)는 비교적 빠르게 주거지 복구를 마치고 집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고 했지만 "또 비가 오니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남편, 발달장애인 딸과 함께 빌라 반지하에 거주한다는 김점순씨(63·여)는 "언제까지 밖에서 자야 할지도 모르겠고 살길이 막막해 울고 싶다"며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신림동에서 만난 PC방 주인 구자훈씨(51)씨는 가게가 완전히 침수돼 1억7000만원 정도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고 했다. 구씨는 비가 다시 온다는 소식에 "자포자기"라며 "하늘이 야속하고 그날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난 8일 8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 5일째가 됐지만, 복구작업은 더딘 모습이다. 신사동과 신림동 일대에는 군인과 경찰이 복구 작업에 투입됐지만 장비 등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신사동에 거주하는 심모씨(53·여)는 "주민센터에서 나와 도구라도 줘야 하지 않냐"며 "군인들이 (제대로 된) 도구나 장비 없이 박스에 옮겨서 쓰레기를 옮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13일 오전 침수 피해가 컸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PC방이 초토화된 모습. 22.08.13/ 뉴스1 ⓒ 뉴스1 한병찬 기자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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