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尹 직격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종합)

손덕호 기자 입력 2022. 8. 13. 17:31 수정 2022. 8. 1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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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윤리위 징계 후 첫 공개석상 모습 드러내
"저를 '이 XX, 저 XX'하는 사람 대통령 만들려 뛰어"
"양 머리 흔들면서 개고기 가장 잘 팔았던 사람, 바로 저"
'윤핵관과 그 호소인' 실명 거론 후 험지 출마 촉구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한 달 여 만에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서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직격했다. 그는 “저에 대해서 ‘이 XX, 저XX’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 대표로서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36일만인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022.8.13/뉴스1

또 국민의힘은 당이 ‘비상 사태’라면서 지도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했지만, 현 상황은 당의 위기가 아닌 윤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직선제 대통령은 상당한 권위를 가져서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을 견인한다”며 “7월 초를 기점으로 정당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낮다. 리더십에 위기가 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선거 승리 위해 참아야지’라며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 다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에게 선당후사를 이야기하는 분들은 매우 가혹한 것이다. 그들(윤핵관)이 입으로 말하는 선당후사보다 훨씬 아린 선당후사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이 대표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겪는 과정에서 어디선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누차 그들(윤핵관)이 저를 ‘그 XX’라고 부른다는 표현을 전해 들으면서, ‘그래도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내가 참아야지’라고 참을 인(忍)자를 새기면서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녔고 목이 쉬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근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사자성어로 윤핵관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사실 저에 대한 자책감 섞인 질책이었다”라며 “돌이켜보면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였다”고 했다. “선거 과정 중에서 그 자괴감에 몇 번이나 뿌리치고 연을 끊고 싶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1월 6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조선DB

국민의힘은 당이 ‘비상 사태’라면서 지도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했다. 이 전 대표는 “민심은 떠나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원내대표에게 보낸 어떤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것은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습니다’라는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돼 정치권에서 파장이 일었던 일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전 대표는 “문제되는 메시지를 대통령께서 보내시고 원내대표의 부주의로 그 메시지가 노출되었는데, 그들이 내린 결론은 당 대표를 쫓아내는 일사불란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전혀 공정하지도 논리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 만날 의향이 있나, 먼저라도 오해를 풀자고 제안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을 만날 이유도 없고, 풀 것이 없다”며 “대통령실이 텔레그램 문자에 대해서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해서, 오해하지 않고 정확하게 알아들었으니 오해했다고 오해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이 지는 것”이라며 “권한이 있는 곳에 책임이 있고, 이미 텔레그램 문자 이후 저는 권한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윤핵관 실명 거론 후 수도권 험지 출마 촉구…”그런 선택 할 리가 만무한 사람들”

‘윤핵관’에 대해서는 다음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險地)에 출마하라고 촉구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정권이 위기인 것은 윤핵관이 바라는 것과 대통령이 바라는 것, 그리고 많은 당원과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전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경상도나 강원도, 강남 3구 등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통해서 딱히 더 얻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성동(강원 강릉),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장제원(부산 사상) 등을 ‘윤핵관’,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김정재(경북 포항북구), 박수영(부산 남구갑) 의원 등을 ‘윤핵관 호소인’이라고 분류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총선 승리를 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서 모두 서울 강북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지역 출마를 선언하라”며 “여러분이 그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그저 호가호위하는 윤핵관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핵관들이 꿈꾸는 세상은 우리 당이 선거에서 이기고 국정 동력을 얻어서 미래 세대가 바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이 아니다”라며 “그저 본인들의 우세 지역구에 다시 공천받는 세상을 이상향으로 그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윤핵관’들을 향한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 “국민 모두가 알고 계시는 것처럼 윤핵관과 그 호소인들은 그런 선택을 할 리가 만무한 사람들”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왼쪽)과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한 뒤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6월 12일에 ‘독대’했다고 밝혀…대통령실 발표로는 대통령은 저를 만나지 않았지만”

이 전 대표는 지난 6월 12일 윤 대통령을 독대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사실이 보도되자,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를 앞두고 있던 당 윤리위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다양한 관측이 나왔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만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대통령실 입장에 따르면 6월12일에 (나는)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다. 대통령실이 그렇다니까 저도 별 말을 붙이지 않겠다”면서도 “하지만 저는 그와 상반되게, 제 기억으로는 독대를 통해 대통령께 그런 내용(북한 방송 개방)을 전달한 적이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당시 회동 자체에 대해 확인하지 않으면서 진실공방이 이어진 가운데 당시 비공개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독대한 것이 맞는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북한의 민낯을 노출하는 북한 방송 개방까지 추진해서 저들에게 우리 문화의 개방을 끝없이 요구하고, 무엇보다 북한 정권이 스스로 폐쇄성과 문화 콘텐츠의 상대적 저열함을 부끄러워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최근 통일부는 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북한방송 개방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이 전 대표는 “앞부분의 내용은 다 어디로 가고 두서 없이 북한 방송 개방에 대한 얘기만 단편적으로 흘러나온다”며 “이것이 지금 서사와 철학이 빠진 영혼 없는 당정의 모습”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힌 뒤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비대위 전환 과정 ‘비민주적’ 지적…”가장 웃고 있는 것 이재명”

이 전 대표는 최근 발생한 당의 혼란상에 대해 “우리 당의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국민들과 당원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책임 있는 사람으로서 진심을 다해 사과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체제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된 데 대해 “비대위 전환의 의도는 반민주적이었다”며 “모든 과정은 절대반지에 눈이 돌아간 사람들의 의중에 따라 진행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당이 한 사람을 몰아내기 위해서 몇 달 동안 위인설법을 통해 당헌·당규까지 누더기로 만드는 과정은 전혀 공정하지 않았으며, 정치사에 아주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라고 했다.

또 이 전 대표는 “이번 비대위 전환을 위해 누더기로 만든 당헌·당규와 그 과정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한다고 모든 무리수를 다 동원하던 민주당의 모습과 데칼코마니가 되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현재의 당 상황과 관련해 “제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했다. 가처분신청에 대해서는 “법원이 절차적 민주주의와 그리고 본질적인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결단을 해줄 것이라고 믿고 기대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일들로 더 이상 더불어민주당과 유력 당권주자 이재명 의원을 비판하기 어렵게 됐다고도 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대표가 되어 ‘이재명 지키기’를 위해 위인설법하고, 이 후보의 지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비판할 방법이 있나”라며 “우리 당의 이런 처신을 보면서 가장 웃고 있는 것은 이 후보”라고 했다.

법원이 이 전 대표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할 경우에 대해서는 “기각이 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며 “윤핵관은 정당과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만의 희생양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했다. 가처분신청 자체에 대해서는 “당에서 김앤장 출신 변호사에게 맡겨서 대응에 나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당도 다툼을 예상하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눈물 보인 이준석 “전라도에서 보수정당에 기대 가진 도서벽지 주민들의 절박한 표정 보면서…”

이 전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윤핵관’들이 ‘그XX’라고 욕설을 하는 것을 참고 윤 대통령의 승리를 위해 뛰었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저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참을 인(忍) 자를 새기면서 웃고 또 웃었다”라며 “처음 정당이라는 것에 가입했다면, 보수정당이 썩어 문드러진 반공 이데올로기가 아닌 원하는 정치 과제를 다뤄달라면서 당원 가입 캡처 화면을 보내온 그 수많은 젊은 세대들에게 마약 같은 행복함에 잠시 빠졌다”고 했다. 또 “전라도에서 보수정당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민원을 가져오는 도서벽지 주민들의 절박한 표정을 보면서 진통제를 맞은 듯 새벽 기차를 타고 심야 고속버스를 탔다”고 했다.

‘젊은 세대들에게 마약 같은 행복함’ ‘전라도 도서벽지 주민들의 절박한 표정’을 말하면서 이 전 대표는 울먹이기 시작했다. 갖고 있던 흰색 마스크로 눈물을 찍어내며 10초 정도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눈물의 의미’를 묻자 “분노가 가장 크다”며 “한 달 남짓한 사이에 저는 지방을 돌면서 당원 만나고 책을 쓰고 있었는데,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더니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저에 대한 뒷담화를 하면서 저에게는 어떤 표현도 하지 않고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자기들끼리 서로 괜찮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지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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