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돌고래에게 '결자해지' 할 수 있을까요? [The 5]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담당 기자가 답합니다.▶▶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https://bit.ly/3qnllp8
국내 수족관에 남은 마지막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야생에 방사하기 위한 준비가 시작됐습니다. 불법으로 포획돼 제주 퍼시픽랜드(지금의 퍼시픽리솜) 수족관에서 17년 동안 갇혀있다 풀려나는 것인데요. 같은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자연에 방사된 지 벌써 9년이 지났죠. 2013년 첫 야생 방사 이후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들은 잘 살고 있을까요? 인간은 돌고래들에게 가한 일을 제대로 ‘결자해지’할 수 있을까요? 제돌이 때부터 시작해 오랜 시간 돌고래 방사 이슈를 취재해온 스페셜콘텐츠부 기후변화팀 남종영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간 게 벌써 9년 전인데요. 제돌이처럼 불법 포획됐던 비봉이가 여전히 수족관에 갇혀 있던 이유는 뭔가요?
남종영 기자:제돌이의 경우 당시 해양경찰청 수사 결과로 불법 포획과 판매가 드러나면서 야생 방사 논의가 시작될 수 있었는데요. 그게 2011년 일입니다. 이후 2017년까지 총 7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제주 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그런데 검찰이 퍼시픽랜드 대표 등을 기소할 당시 공소시효 밖에 있었던 돌고래들이 있었어요. 바로 비봉이 같은 친구들이죠. 워낙 오래전에 잡혀 왔기 때문에 공소시효 밖에 있었고, 함께 풀려날 수 없었어요. 그 외에도 21마리의 고래류가 아직 국내 시설에 감금돼 있는데요. 대부분 제돌이 이슈 이전에 수입 등으로 국내에 반입된 친구들입니다.
[The 2] 그랬군요. 그럼 이번에 비봉이는 어떤 계기로 방사가 결정된 건가요?
남종영 기자: 제돌이와 비봉이 등을 불법으로 사들인 제주 퍼시픽랜드를 호반이 인수했는데요. 제돌이 사건 뒤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돌고래쇼가 전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호반은 수족관을 허물고 그 장소에 대규모 복합 리조트를 지으려 합니다. 호반 입장에서는 돌고래들을 빨리 빼내야겠죠? 남은 큰돌고래가 총 세 마리에요. 호반은 그중 두 마리를 무단으로 거제 씨월드에 보냈다가 환경부에 의해 고발된 상태고요. 이제 남은 게 비봉이인데, 호반에서 야생 방사를 하겠다며 정부와 협약을 맺었죠. 사실 비봉이를 얼른 내보내야 리조트 건설이 수월해지니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측면이 있어요.
[The 3] 제돌이는 성공적인 방사 사례로 꼽히지만, 금등이와 대포 등 그러지 못한 선례도 있다면서요?
남종영 기자: 맞습니다. 돌고래는 음파를 통해 지형, 지물을 인식하죠. 그런데 바다에 살던 돌고래가 좁은 수조에 갇히게 되면 음파가 계속 튕겨 오면서 감각 기관에 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커요. 제돌이 등은 수족관 감금 기간이 3~6년이어서 감각 기관이 곧 정상화했지만, 2017년 야생 방사된 금등이와 대포는 그러기 어려웠을 걸로 추정돼요. 금등이와 대포는 무려 19~20년을 수족관에서 살았거든요. 방사 뒤 5년째 행방불명 상태인데, 아무래도 무리에 다시 합류하지 못한 채 죽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정부는 금등이, 대포 사례에 대해선 아무런 리포트를 내지 않고 지나갔어요.
[The 4] 비봉이도 수족관에 17년 있었잖아요. 그럼 제돌이보다는 금등이 케이스에 가까운 거 아닌가요?
남종영 기자: 그래서 이번에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했어요. 바다로 나가는 건 좋은데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면 안 된다는 거죠. 이번 야생 방사에는 약간의 모험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대비책을 마련했는데요. 방사 성공 여부는 무리에 합류하는지에 따라 갈리니까, 좀 더 합류 가능성이 큰 곳을 방사 장소로 선택했어요. 그동안 주로 이용됐던 제주 동북부 함덕에서, 서남부 대정 앞바다로 바꾼 거죠. 그리고 무리에 합류하지 못할 경우 회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방류 일정도 예전엔 인간의 일정에 맞췄다면, 이번에는 돌고래의 일정에 맞추기로 했고요. 지금 비봉이의 컨디션은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생존 가능성은 커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The 5] 만약 돌고래를 회수하게 될 경우 그 방법이 쉽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하던데요.
남종영 기자: 네. 야생 방사 자체에도 비용이 많이 들지만, 향후 적응 여부를 모니터링하려면 보트와 인력이 있어야 하고 많은 돈이 들어요. 또 적응하지 못했을 때 회수해 울산, 거제 등 다른 수족관으로 보내야 하는데, 비행기 하나를 전세 내야 하거든요. 야생 방사가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비용’ 문제인 건데요. 이번에 정부와 협약을 할 때 호반은 단순히 방사 비용만 내기로 했어요. 회수에 소요되는 비용을 호반이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은 빠졌고요. 그런데 호반에는 최대한 책임을 묻는 게 맞거든요. 방사를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고요. 게다가 호반은 다른 큰돌고래 무단 반출로 고발된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만약 방사에 실패할 경우 결국 국민의 세금이 낭비될 상황에 놓였습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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