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작아도 하찮지 않아, 있으면 더 좋은 등산장비들

한겨레 2022. 8. 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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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 알고 쓰는 등산장비 이야기]알고 쓰는 등산장비 이야기
속건성 양말, 만능템 반다나 등
쾌적한 아웃도어 활동 돕는 소품
멋진 텐트·배낭만큼이나 유용해
버프는 사계절 모두 활용 가능한 소품이다. 알팩닷컴 제공

아웃도어 활동에 있어 중요한 장비를 꼽는다면 가볍고 멋진 텐트, 편안한 배낭, 따뜻한 침낭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아웃도어 활동의 모든 것을 책임지지는 못한다. 큼직한 장비들 사이에 몇가지 유용한 소품들을 채워 넣는다면 좀 더 쾌적한 아웃도어를 즐길 수 있다. 마치 집안 살림에서 옷장이나 냉장고, 소파 등의 큰 살림 외에 침실의 작은 무드등이나 냉장고 안의 지퍼백처럼 말이다. 오늘은 적은 비용에 비해 효용성이 높은, 혹은 가벼운 편견으로 놓치기 쉬운 소소한 장비들을 알아보자. 잘 선택한 소품들로 실제 바깥 활동에서 의외의 기쁨을 얻을 수 있다.

①양말, 소품 아닌 장비로 접근해야

양말은 등산 장비를 구입하면 덤으로 얻는 소품 정도로 취급받는데, 사실 양말은 신발만큼이나 중요한 ‘장비’다. 양말은 거의 하루종일 신고 지내야 하고, 발이 꿉꿉하면 불쾌지수가 치솟는다. 만약 오래 걷는 하이킹 중심의 활동이라면 잘못된 양말 선택으로 발뒤꿈치가 까지거나 발가락에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걷기 시작한 지 한시간 이내에 뒤꿈치가 까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대부분 신발 탓보다는 양말 때문이다. 발이 까지고 물집이 생기는 것은 발에서 발산하는 땀이 제때 마르지 않아 신발과 양말의 마찰력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피부에 상처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말도 모든 아웃도어 의류와 마찬가지로 속건성이 중요하다. 만약 먼 거리를 오래 걷는 하이킹을 한다면 쉬는 동안 양말을 벗어 잠깐이나마 말리는 게 좋다.

새 신발은 어느 정도 적응 시간이 필요하지만, 양말은 무조건 새 양말이 좋다. 걷다가 발이 까지거나 꿉꿉해서 불쾌감을 느꼈다면 수십만원짜리 전문가용 신발을 구입하기 전에 먼저 좋은 양말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친환경 가치에는 맞지 않겠지만 기능성 아웃도어 양말은 소모품이다. 아무리 뛰어난 속건 기능성 양말도 오래 신으면 섬유 조직이 훼손되고 오염되어 세탁 뒤에도 처음의 쾌적함을 느낄 수 없다.

여름 산행에서 반바지 차림이라면 무릎까지 올라오는 무릎양말(니삭스)도 좋은 선택이다. 잡목이나 등산로의 풀 때문에 종아리에 생기는 생채기를 막아줄 수 있고, 근육을 잡아주기도 한다.

장거리를 걷는다면 쉬는 동안 양말을 벗어 말린다. 이현상 제공

②붕대로도 수건으로도, 반다나

일반 손수건보다 크고, 튼튼한 소재로 만든 등산용 반다나를 하나쯤 챙긴다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땀을 닦거나 손을 씻은 뒤 사용하는 것처럼 손수건과 같은 용도로 쓰이기도 하지만 등산용 반다나의 활용도는 훨씬 폭넓다. 강한 햇빛 아래에서는 머리에 쓰거나, 모자 속에 걸쳐 얼굴을 가리면 자외선과 열기를 차단할 수 있다. 전통적인 등산 교과서에서는 부상을 당했을 때 압박붕대로 사용하거나 부목을 묶을 때 활용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이마에 둘러 눈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막아주기도 하고, 목에 둘러 멋을 낼 수도 있다. 반다나는 면 소재가 좋으며, 60㎝ 이상의 큰 제품을 고른다. 반다나는 몇천원이면 살 수 있는, 그야말로 ‘소확행’의 대표적인 소품이다.

③사계절 모두 활용 가능한 버프

반다나와 비슷한 용도로 버프도 요긴한 소품이다. 버프는 신축성과 속건성이 뛰어난 소재로 머리나 목에 두르는 헤드웨어의 하나인데 자외선을 차단할 때도 유용하지만 비니 모자처럼 쓸 수 있어 겨울철에는 보온 효과도 뛰어나다. 하이킹이나 캠핑뿐 아니라 라이딩과 러닝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속건성이 뛰어난 얇은 제품 하나와 약간 두툼한 원단으로 제작한 제품 하나, 이렇게 두 종류를 가지면 사계절 내내 잘 활용할 수 있다. 참고로 버프(BUFF®)는 스페인의 ‘오리지널 버프’사의 등록된 상표이지만 헤드웨어의 대명사가 되었다.

일회용 생수병 대신 텀블러. 이현상 제공

④일회용 생수병 대신 텀블러

안타깝지만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은 아웃도어 활동을 할 때 특히 많이 소비되고 있다. 생수는 등산로 입구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유럽 플라스틱·고무 생산자 협회인 ‘유로맵’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국 63개국 중 한국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포장재 소비량이 67.4㎏(2020년 추정치)으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멋을 좀 안다면 배낭 옆구리에 일회용 생수병을 꽂고 다니는 일은 이제 조금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일회용 생수병을 대체하는 가장 좋은 소품은 보온·보랭 기능이 있는 텀블러다. 손잡이가 없는 텀블러는 배낭 옆구리에 끼워 넣기도 좋을 뿐 아니라 사계절 활용도가 높다.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에는 텀블러에 미리 얼음을 채워 가면 하루종일 시원한 물을 즐길 수 있다. 커피를 즐긴다면 얼린 커피를 넣어 가도 좋다. 뜨거운 열기 속 숲에서 즐기는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가 될 것이다.

⑤몸에 착 붙는 크로스백

어깨에 가로질러 메는 작은 크로스백도 유용하다. 자주 꺼내 쓰는 휴대폰이나 수첩, 동전 등을 보관할 수 있다. 시중에는 ‘사코슈백’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제품이 나와 있다. 2만~3만원대면 충분히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특별한 기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취향만 맞는다면 굳이 비싼 제품을 고를 필요는 없다.

작은 소비로도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나만의 등산 소품을 찾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세상 모든 재화가 꼭 가격에 맞는 효능과 만족감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현상 그레이웨일디자인 대표, <인사이드 아웃도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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