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반지하도 사람 사는 곳" 오세훈 "지하층 사람 살 수 없도록"

손덕호 기자 2022. 8. 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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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10일 반지하에 주거금지 추진 정책 발표
원희룡, 이틀 뒤 "중요한 건 반지하 주거환경 개선"
오세훈, 카드뉴스로 반박.."주거공간은 지하에 있으면 안 된다"

지난 8일 밤 서울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거주하던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이 집안에 고립돼 목숨을 잃었다. 동작구에서도 반지하 거주민이 같은 사고로 숨졌다. 이에 서울시가 10~20년 안에 기존 반지하 주택을 차례로 없애겠다는 대책을 발표하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반지하를 없애면 그분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시 반지하 주거를 없애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여권 잠룡들이 정권 초 ‘반지하 주거’를 놓고 충돌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 현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오세훈 서울시장. 이 반지하 주택에서는 발달장애 가족이 지난밤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0일 기록적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시는 지하·반지하를 ‘주거 목적’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건축법을 개정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도록 했다. 침수되는 지역인지와 관계 없이, 지하층은 사람이 살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 일몰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에 허가된 지하·반지하 건축물에 10~20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없애는 제도다.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가 나간 뒤에는 더는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비주거용 용도 전환을 유도하고. 근린생활시설과 창고, 주차장 등 비주거용으로 전환할 경우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시는 현재 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는 기존 세입자의 대체 주거지 마련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기회를 주거나, 차상위계층 가구에 월세를 일부 지원하는 ‘주거 바우처’를 활용하겠다는 대책도 발표했다.

오세훈 시장은 “지하·반지하 주택은 안전·주거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주거취약 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유형”이라며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만큼은 임시방편에 그치는 단기적 대안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지키고 주거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을 방문해 침수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그러자 이틀 뒤 국토부의 원희룡 장관이 반대하고 나섰다. 원 장관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서 “반지하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반지하를 없애면 그분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했다. 또 “먼 거리를 이동하기 어려운 노인, 환자,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실제 많이 살고 있다”면서 “이분들이 현재 생활을 유지하며 이만큼 저렴한 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오 시장이 밝힌 반지하 주택 퇴출 추진 정책에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원 장관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반지하 거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라며 “당장 필요한 개보수 지원은 하되, 집주인을 비롯해 민간이 정부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주거 이전을 희망하는 분들이 부담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주택들이 시장에 많이 나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모든 정책은 거주민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원 장관은 지난 10일 반지하 주택에서 폭우로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주택가를 찾아 “쪽방 등 취약가구 거주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그러면서 “도시 전체에 대한 취약성 분석을 강화해 배수, 저류시설 확충 등 방재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과 함께 건축물 설계·관리 기준을 기후변화 시대에 맞게 정비하는 등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반지하 대책’을 마련 중이다. 오는 16일 발표하는 ‘250만+α(알파)’ 주택공급대책에 ‘반지하 대책’ 등 주거복지정책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반면 오 시장은 13일 페이스북에서 “반지하의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라며, 시가 기존에 발표한 ‘지하·반지하 주택 주거 목적 사용 금지’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다시 강조했다.

이날 오 시장은 5장의 카드뉴스를 올렸는데, 그 중 한 장은 유명 건축가 유현준 홍익대 건축대학 교수가 유튜브 방송에서 “주거공간은 지하에 있으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또 오 시장이 “반지하 주택은 영화 소재로도 사용되었던 후진적 주거유형”이라고 말하는 카드뉴스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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