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의 워싱턴정치K] 꺼지지 않는 ‘펠로시 후폭풍’…美 의회 “한국도 타이완 도와야”

이정민 2022. 8. 1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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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아시아 순방 중 타이완 방문으로 미·중 간 긴장을 고조시켰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늦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순방 뒤 미국으로 돌아와 연 첫 기자회견이었는데, 함께 순방길에 오른 민주당 소속 미국 하원의원들도 함께했습니다.

"원칙은 보여줬지만 시의적절하지 못했다"(워싱턴포스트), "후과를 감내할 정도로 가치 있었던 방문인지 의문이다"(CNN), "아태 지역 동맹 구축에 공을 들여온 행정부의 노력을 훼손할까 우려된다"(뉴욕타임스) 같은 비판이 미국 국내를 이미 잔뜩 휩쓸고 간 뒤였습니다. 의원들의 해명성 발언들 역시 중국의 강성 대응은 미리 계획됐던 것이며, 이번 방문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는 데 집중됐습니다.

현지 시각 10일, 타이완 방문 관련 기자회견을 가진 펠로시 美 하원의장 및 아시아 순방 하원의원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우리가 타이완에 간 목적은 우리가 지지하는 '현상 유지(status quo)'에 기반한 강력한 관계를 말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중국이 타이완을 고립시키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은 타이완이 WHO(세계보건기구)에 가입하는 걸 막았습니다. 중국이 그걸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타이완에 가는 걸 막지는 못합니다."

▶ 그레고리 믹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
"현상 유지를 뒤엎으려는 건 우리가 아닙니다. 그건 중국이라는 걸 우리는 보았습니다. 우리가 방문한 지역의 사람들은 우리가 그들의 친구나 동맹 같은 협력자가 될 거라는 걸 보여주는 데 큰 감사를 표했습니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방문을 청한다면, 우리는 이번 순방에서 보여준 것처럼, 거기로 가겠습니다."

■ 꺼지지 않는 미·중 갈등…"즉자적 반응 아닌 中 전략 전환"

한껏 올라간 미·중 간의 갈등이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의원들이 단체로 나선 이번 기자회견의 배경입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타이완에 도착하기도 전인 2일부터 타이완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시작했습니다. 훈련 직후인 10일에는 22년 만에 타이완 관련 '백서'를 발간하고, 타이완과의 통일 과정에 무력 사용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타이완 펠로시 의원의 타이완 방문을 전후해 중국이 벌인 군사훈련을 이틀 전 <뉴욕타임스>는 일본과 타이완 정부 자료를 인용해 지도로 그려 보여줬습니다.


중국의 미사일은 타이완을 빙 둘러싸고 이곳저곳에 발사됐고, 가장 많은 5발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고 일본 방위성은 밝혔습니다. 이 중 4발은 타이완 상공을 가로지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미사일이 타이완 상공을 가로지른 첫 2일부터 일주일 넘게 실시된 훈련에서 중국 군용기들은 타이완 해협에 있는 중국과 타이완의 중간선을 수시로 넘나들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미 행정부와 정보·군 당국자들이 펠로시 의장의 타이완 방문에 대한 즉자적 반응이 아닌, 중국 전략의 전환점으로 이런 훈련을 실시했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에서 타이완 문제는 통치 정당성과 직결됩니다. 시진핑 주석은 10월 자신의 3연임 결정을 앞두고 펠로시 의장의 타이완 방문을 강경 대응으로 맞받아치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높이는 계기로 돌렸습니다. 한 외교 전문가는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중국 지도부에 오히려 점수를 딸 계기를 준 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 군함 파견에 관세는 재검토…"타이완 문제가 모든 걸 바꿨다"

펠로시 의장의 순방 기간 동안 미국 행정부의 공식 입장은 '펠로시 의장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존중한다'고 했지 '지지한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됐듯, 바이든 행정부는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거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과의 충돌 방지, 타이완 해역 관리에 악영향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순방이 마무리된 지금, 미국 내에선 공공연하게 '펠로시는 얻었지만, 바이든은 잃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미국 행정부의 분위기도 달라지는 모양샙니다. <뉴욕타임스>는 미 해군 함정이 몇 주 안에 타이완 해협을 지나갈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타이완 해협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주장을 무시하겠다는 겁니다. 앞서 지난 8일 "국제법이 허용하는 비행과 항해를 계속할 것"이라며 "타이완 해협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한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의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계획입니다.

현지 시각 9일, ‘중국 견제’를 내세운 반도체 산업 육성법에 서명하고 있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 출처 : 연합뉴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인하 정책도 다시 들여다볼 거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중국산 수입품 일부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매겨왔는데,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누르기 위해 지난 몇 달간 이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습니다.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회담 때마다 요구해온 사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로이터>는 펠로시 의장 방문에 대한 중국의 공격적 반응으로 행정부 관리들이 중국의 위협에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한다며, 관세 인하 움직임이 없었던 일이 될 가능성을 보도했습니다. "타이완 문제가 모든 것을 바꿔놓고 있다"고 한 관리는 털어놨습니다.

■ 바빠진 주미 중국 대사 트위터…"타이완을 장기말로 쓰는 미국"

미국이 공세 수위를 높이자 친강 주미 중국 대사의 트위터가 바빠졌습니다. 친강 대사는 펠로시 의장이 타이완에 도착했을 당시 도착 시점에 맞춰 <워싱턴 포스트>에 타이완 방문의 정당성을 알리는 기고를 싣자, 바로 다음 날 이를 반박하는 기고문을 같은 신문에 싣기도 했었습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스르는 듯한 미국의 행동을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며, 미국도 결국 해를 입을 거라는 게 주미 중국 대사가 높이는 목소리의 핵심입니다.

친강 주미 중국 대사 트위터


■ 더 강경한 법안 준비하는 美 상원…"한국도 타이완 도와야"

긴장을 촉발한 측인, 미 의회의 움직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상원입니다. 타이완 정부를 사실상 별도 정부로 인정하는 '타이완 정책 법안(Taiwan Policy Act)'이 표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과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함께 발의한 초당적 법안인데, 미국 행정부가 타이완 정부를 타이완 국민의 합법적 대표로 인정하고 타이완과 외교 관계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사실상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을 부정하고 타이완을 중국과 별도 정부로 인정하는 법안입니다.

미·중 외교 관계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는 내용에 부담을 느낀 백악관이 일부 조항 수정을 요청해 표결이 미뤄진 거로 알려졌습니다. 양안의 긴장을 너무 끌어올리는 건 미국과 중국 모두에 부담입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펠로시 하원 의장의 타이완 방문에 앞서 "중국은 전쟁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펠로시 의장의 행보는 작은 계기만 있어도 타이완을 둘러싼 미·중 관계의 긴장도가 확 올라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서 앞으로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 3일 타이완 타이페이 총통부를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에게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오른쪽)이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 등급 훈장 ‘특종대수경운’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출처:타이완 총통부)


한국에도 영향이 없을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기자회견에서 미국 하원의원들은 타이완 해협 문제에 있어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마크 다카노 미 하원 보훈위원장은 전날 한국 및 일본 국회의원들과 화상 토론을 했다면서 "한미일 3국 동맹은 타이완 해협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요하다. 타이완이 현상 유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데 있어 3국 동맹에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일 3국의 의원들이 함께 3국 정상 간 회담을 하루 빨리 개최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도 밝혔습니다. 한미일 정상은 지난 6월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바 있습니다. 만약 또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다음 달 열릴 유엔 총회에서 가능할 수 있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는데, 타이완 해협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우리 입장을 미리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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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기자 (ma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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