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위기는 국가 위기, 윤석열의 위기 탈출법은? [쓴소리 곧은 소리]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입력 2022. 8. 1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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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장관 사퇴 정도론 정권교체 효과나 윤석열다움 입증하지 못해
위기 본질에 대한 성찰 필요..감염병처럼 퍼져 가는 내러티브 있어야

(시사저널=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윤석열 대통령이 위기다. 취임 석 달 만에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했다. 이는 광우병 파동으로 취임 4개월 만에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것과 비슷하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의혹으로 탄핵당하기 직전인 2016년 10월 3주 차(25%)와 비슷한 수치다. 우려스러운 것은 지지율 하락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다. 취임 첫 주에 50%대를 보였던 지지율이 두 달 만에 반 토막이 났다. 그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국정 능력에 물음표를 띄운 셈이다.

20%대 지지율이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문제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방식이 잘못됐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대세이고, 지지율 반등의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 결과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8월8일 기자들과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제가 할 일은 국민의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고 했다. 인적 쇄신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에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겠다"고 했다. 그 결과 '초등학교 만 5세 입학' '외고 폐지' 등 최근 잇단 정책 혼선을 빚은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자진 사퇴로 이어졌다. 국정운영의 지지율 하락세를 멈춰 세우고 반등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대통령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다. 윤 대통령이 현재의 지지율 하락을 막고 국정운영의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위기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정권이 교체되었음에도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윤석열다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J 실러 예일대 교수는 "마치 감염병처럼 퍼져 나가는 '내러티브(narrative)'가 정치·경제를 이끄는 진정한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월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공정과 상식 같은 '윤석열식 내러티브', 취임 후 작동 안 돼

내러티브란 이야기다. 대마불사, 부동산 불패, 코인, 분배와 시민, 시장 친화 등 인구, 언론, SNS 등을 통해 회자되며 사람들의 인식과 행위에 영향을 준다. 실러 교수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것은 '당신의 일자리와 부를 이민자들이 빼앗아가고 있다'는 위협 내러티브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이익 내러티브를 동시에 구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트럼프의 이런 내러티브는 "사람들에게 내재된 성공 욕구를 자극하고 이를 격분의 촉매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도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습니다"라는 위협 내러티브와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습니다"라는 이익 내러티브를 동시에 구사하면서 승리했다. 그러나 집권 이후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상식적인 기반'에 의해 국정을 운영하고, '법치'를 제대로 지켜 나가겠다는 윤석열 내러티브가 유효하게 작용하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8·15 맞아 강력한 '국민 통합 내러티브' 선보여야

잘못된 인사로 공정은 훼손되고, 노동자들의 불법 파업에 대해 적당히 타협함으로써 법치는 무너졌고, 대통령의 '내부 총질 대표' 문자 노출 등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대통령실과 내각의 전면 개편, 대통령의 말과 태도 변화, 윤핵관 의존 정치 탈피, 집권당의 권력투쟁 종식 등도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만들어내야 할 내러티브다.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등 국정 목표 내러티브가 규제혁신, 연금·노동·교육 개혁, 성장 인프라 등 정책과의 시너지를 통해 생명력을 가져야 한다. 그 밖에 8·15 광복절을 맞아 국민들이 깊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국민 통합 내러티브를 선보일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국가 통합 미션(Mission)을 분명하게 하고, 이런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마스터 플랜(Master plan)'과 열성적 지지층(Mania)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3M 전략'이 성공하면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이 밖에 제도와 조직의 변화에 따른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현 정부는 대통령실 권한 축소를 위해 과다한 수석 및 비서관 수를 감축했다. 정책실장을 폐지하고 민정수석실도 폐지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간 정책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부처가 충분한 공론화 없는 정책을 발표해 논란이 커진 뒤 대통령이 번복하는 정책 뒤집기 사태가 종종 발생했다.

가령,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발표한 '주 52시간제 개편' 등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안에 관해 윤 대통령이 "아직 정부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게 아니다"고 말해 혼선을 초래했다. 대통령실의 정책 조율자가 부재한 상황이라는 것이 획인된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또 다른 정책 혼선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 추락시키고 지지도 상승은 요원할 것이다.

폭우로 나라 곳곳이 물에 잠긴 날 윤 대통령은 국가위기관리센터로 가지 못하고 집에서 밤새 전화로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지시를 내리는 일이 발생했다. 야권에서는 "컨트롤타워가 어디에 있었나"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실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변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의 기존 인식과 태도에서 획기적 변화가 없으면 위기 극복은 공염불이 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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