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인데 펄펄 오른 '죄악주'를 아시나요

홍준기 기자 2022. 8. 13. 1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 위스키 잭 다니엘을 판매하는 기업인 브라운포맨과 던힐 등 담배 브랜드로 유명한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의 주가는 올랐다. 일부 ‘죄악주(Sin Stock)’ 주가가 글로벌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상승한 것이다. 죄악주는 일반적으로 주류·담배·카지노 기업 주식을 의미하는데, 방산 기업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영국 런던의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사무실./로이터 연합뉴스

13일 국민연금공단이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브라운포맨 주식(B 클래스)을 4829만달러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다른 주류 기업에 비해서 보유금액은 적은 편이긴 하지만, 이 주식은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주가가 2.5% 올랐다. 같은 기간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의 주가는 23.6% 상승했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 이 회사 주식을 2억870만달러어치 보유 중이었다.

지난해까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가 투자 결정을 내릴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건으로 떠올랐다. 이 중에서도 E, 즉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하지만 올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석유·석탄 기업의 주가도 상승세다.

◇죄악주 주가는 달콤했다

죄악주 중에서도 주가가 좋은 흐름을 보인 것은 담배 기업이다. 담배 기업 중 작년 말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었던 필립모리스(4억1905만달러)의 주가도 5.5% 상승했다. 영국 증시에서 임페리얼 브랜즈의 주가도 17.9% 올랐다. 글로벌 담배기업 알트리아 주가는 3.2% 하락했지만, 다른 대형주들의 주가 하락세를 고려하면 나름 선방한 셈이다.

국민연금은 주류 기업 중에서는 영국 증시의 디아지오(4억102만달러)를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스카치 위스키 조니워커와 흑맥주 기네스 등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인데, 올 들어 주가는 3.3% 하락했다. 미국의 컨스텔레이션 브랜즈의 주가도 5.8%, 중국의 귀주모태주 주가는 5.7% 내렸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최다 보유 해외주식인 애플 주가가 6.8%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주류 기업들의 주가가 약세장에서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던 셈이다. 다만 위스키 브랜드 발렌타인과 앱솔루트 보드카 등으로 유명한 페르노리카(억2878만달러 보유) 주가는 7.5% 하락했다.

코로나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고, 해외 여행이나 관광 등도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카지노 기업의 주가는 대체로 내렸다. 미국 시저스 엔터테인먼트(-47.6%), MGM리조트(-23.1%), 영국 엔테인(-21.3%) 등의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카지노 기업 주식 보유규모는 1억달러가 넘는 종목이 없어, 주류·담배 등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모든 카지노 기업 주가가 하락한 것은 아니다. 보유금액은 1004만달러로 적은 편이지만, 홍콩 증시의 갤럭시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주가는 16.3% 상승했다.

◇ ESG 강조되는 시대지만 전쟁 여파에 에너지 기업은 주가 2배 된 곳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가 제재 대상이 되면서 에너지 가격은 무섭게 상승했다. 석유 메이저 주식 중에서 국민연금의 보유금액이 가장 많았던 엑손 모빌(4억8108만달러)도 주가가 48.5% 올랐고, 그 다음으로 보유금액이 많은 셰브론(3억7158만달러) 주가도 33.2% 상승했다. 주가가 2배가 된 기업도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투자한 기업으로도 관심을 끌었던 옥시덴털 페르롤리엄의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108% 올랐다. 국민연금은 이 회사 주식을 지난해 말 5432만달러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영국 증시의 BP(28.6%)와 셸(35.6%), 프랑스 증시의 토탈 에너지스(16.5%) 등 사실상 석유 기업 주가는 대체로 두자릿수 상승률을 자랑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 주가가 오르면서 석탄 가격도 올랐다. 그러다 보니 석탄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덩달아 뛰었다. 국민연금은 중국의 석탄 관련 기업 주식을 일부 보유하고 있었지만, 보유금액은 많지 않았다. 중국 선화 에너지(1812만달러 보유) 주가는 35.4% 올랐고, 이보다 보유금액이 적었던 산시 콜 인더스트리(339만달러) 주가는 73.8% 뛰어올랐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