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보다가 생각난 김밥"..줄서는 집엔 이유있다[쩝쩝박사]

송혜수 입력 2022. 8. 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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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에 위치한 '서울 3대 김밥집'
'우영우' 보다가 찾아온 손님들
'저탄수화물' 키토 김밥도 인기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
지난 6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인근에 있는 ‘서울 3대 김밥’ 가게에 들렀다. (사진=송혜수 기자)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아침에는 항상 우영우 김밥을 먹습니다. 김밥은 믿음직스러워요. 재료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예상 밖의 식감이나 맛에 놀랄 일이 없습니다.”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가 한 말이다. 극 중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우영우는 자신이 직접 식재료를 확인할 수 있다는 안도감에 김밥을 즐겨 먹는다.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가 김밥을 먹는 모습.(사진=ENA)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우영우가 먹는 김밥에도 관심이 쏠렸다. 온라인상에선 “우영우 드라마 보다가 갑자기 김밥이 먹고 싶어 배달시켰다”라는 반응이 이어졌고, 실제 편의점 김밥 매출은 우영우 방영 이후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6일 기자 역시 김밥 맛집을 찾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인근에 있는 한 가게에 들렀다. 이곳은 ‘서울 3대 김밥’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가게 방문 전 ‘꿀팁’을 살펴보니 내부에 먹을 공간이 없어 미리 포장 주문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많았다.

가게 앞 모습. 내부에 먹을 곳이 없어 손님들이 포장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다.(사진=송혜수 기자)
조언에 따라 방문 30분 전 포털사이트의 ‘주문’ 기능을 통해 김밥을 골랐다. 이날 주문한 김밥은 총 다섯 줄. 가격은 3만원 정도였다. 기본 김밥부터 육회가 들어간 김밥, 김치 삼겹 김밥, 계란과 치즈가 들어간 김밥, 참치와 치즈 그리고 매콤한 진미채가 들어간 김밥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가게 내부에 장식된 맛집 인증서.(사진=송혜수 기자)
픽업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몇몇 손님들은 가게 앞에서 주문한 김밥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곳에 처음 방문했다는 이동환(58)씨도 우영우 드라마를 보다 김밥이 먹고 싶어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대한민국에서 제일 맛있는 김밥집이라고 해서 방문했다”라며 “전화 주문이 안 돼 직접 가게에 와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기자가 주문한 김밥 다섯 줄. 가격은 3만원 정도 나왔다. (사진=송혜수 기자)
그간 몇 번 가게에 방문해 봤다는 엄모(29)씨는 “집이 근처에 있어 종종 가게에 들린다”라며 “요즘은 우영우 드라마가 인기라 사람들이 더 몰리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가게의 단골손님이라는 황모(35)씨 역시 우영우 효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황씨는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 중에) 아무래도 우영우 효과가 없진 않을 것 같다”라며 “단골손님으로서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키토 김밥”이라고 했다.

유부가 들어간 기본 김밥의 모습. 재료가 가득 들어가 있다. (사진=송혜수 기자)
손님들과 이야기 나누는 사이 주문한 김밥이 나왔다. 제일 먼저 맛본 김밥은 기본 김밥이었다. 기본 김밥에는 유부와 두툼한 계란 지단, 우엉, 당근 등이 들어 있다. 유부가 다채로운 식감을 만들었다.

두 번째로 맛본 김밥은 육회가 들어간 김밥이었다. 육회 맛이 궁금해 고기만 살짝 떼서 맛보니 고소한 참기름과 달짝지근한 배를 갈아 버무린 듯, 고기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었다. 이 밖의 재료로는 치즈와 양상추, 피클 등이 들어갔는데, 부드러운 육회를 상큼하게 잡아주는 식감이 조화로웠다.

육회 김밥의 모습. 반지르르한 육회가 입맛을 사로잡는다. (영상=송혜수 기자)
세 번째는 김치 삼겹 김밥이다. 주문할 때부터 제일 궁금했던 김밥이었다. 빨간 김치가 들어가는 줄 알았지만 백김치가 들어 있었다. 한입 크게 먹어보니 마치 고기쌈을 먹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네 번째는 계란과 치즈가 들어간 김밥이다. 두꺼운 계란 지단에 묵직한 치즈가 살짝 느끼할 것 같았는데 오산이었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두 배로 혀를 감쌌다. 여기서 신기했던 것은 몽실몽실한 계란에 살짝 녹아있는 치즈였다. 덕분에 씹는 내내 즐거웠다.

김치 삼겹 김밥. 아삭아삭한 백김치가 들어가 있다. (사진=송혜수 기자)
마지막으로는 참치와 치즈, 진미채가 들어간 김밥을 맛봤다. 매콤한 진미채와 고소한 참치, 그리고 치즈의 조화가 이른바 ‘맵느맵느’(맵다와 느끼하다를 합친 말)했다. 진미채는 씹을수록 오징어 향이 진하게 났다. 진미채가 어떻게 이렇게 매울 수 있을까 궁금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주 얇게 썰어 양념이 골고루 배어 있었다.
계란과 치즈가 들어간 김밥. 몽실몽실한 계란과 살짝 녹아있는 치즈가 조화롭다. (영상=송혜수 기자)
사장은 어쩌다 이렇게 다양한 김밥을 선보이게 된 것일까. 직접 물어봤다. 사장 박수아(30)씨는 애초 4가지 메뉴로 김밥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박씨는 “처음에는 유부, 참치, 치즈, 갈비 김밥으로 시작했다”라며 “여기서 응용해 다양한 맛을 시도하다가 지금의 메뉴가 탄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메뉴로는 유부가 들어간 기본 김밥과 계란과 치즈가 들어간 김밥을 꼽았다. 그는 “골고루 다 괜찮지만, 기본 김밥과 계란과 치즈가 들어간 김밥은 호불호가 크게 나뉘지 않는 편”이라며 “연어와 육회를 좋아한다면 연어 김밥과 육회 김밥을 추천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참치와 치즈, 진미채가 들어간 김밥. 매콤한 진미채를 참치와 치즈가 감싸고 있다. (사진=송혜수 기자)
맛있는 김밥을 만드는 데 특별한 비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씨는 “특별한 비법은 없고 그저 김밥엔 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밥을 정성 들여 짓는다”고 했다. 특히 “밥의 수분감을 유지하기 위해 도정한 지 얼마 안 된 쌀을 사용하고 있다”라며 “촉촉한 밥으로 김밥을 만들게 되면 감칠맛이 살아난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김밥에 사용하는 참기름 역시 국산을 고집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 들어 우영우 드라마를 보고 손님이 더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실제로 한 손님은 우영우 김밥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라며 웃어 보였다.

* ‘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드립니다.

송혜수 (s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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