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역사 왜곡에 맞잡은 손..통일의 시작

KBS 입력 2022. 8. 1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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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 본토를 제외하고 일본에서 가장 큰 섬은 오키나와 섬이고요 그 다음으로 큰 섬이 제 뒤에 보이는 사도 섬입니다.

네, 이 사도 섬이 올 초부터 우리와 일본 사이에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는데요.

최근 들어 논란이 더 뜨거워졌습니다.

네, 이 섬에 사도광산이란 게 있는데요.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 강제동원이란, 우리에겐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여기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다가 서류심사에서부터 고배를 마셨습니다.

일본은 사도광산 추천서에 일제 강제동원 기간을 빼는 등 꼼수를 부렸었는데요.

이에 맞서 남한의 민간단체 연구자들과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소속 연구자들이 사도광산에서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념과 갈등을 넘어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 손을 맞잡은 현장, 윤진 기자가 이를 취재했는데요, 함께 보시죠.

[리포트]

고급 스키장과 유명 온천이 곳곳에 있어 일본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니가타 현.

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북서쪽으로 2시간 30분 정도를 더 가면 사도 섬이 나옵니다.

사도 광산은 태평양 전쟁 시기 구리와 철 같은 전쟁 물자를 제공했고, 현재는 관광지로 운영 중인데요.

유명 만화 영화의 배경으로 나온 광물을 선별하는 선광장도 보입니다.

하지만 일본이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유네스코에 제출한 추천서 목록에 이 선광장이 없는데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동원의 역사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모두가 기피하는 위험한 광산 노동에 1,200에서 1,500명가량의 조선인을 동원해 강제 노역을 시켰습니다.

["조선인 노동자들은 이런 좁은 구멍 안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주로 맡았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려 하지만 사도 광산 주변 구석구석에는 조선인 노동자들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는 강제 연행된 노동자들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숙사였습니다."]

조선인 117명이 머물렀던 기숙사 터는 수풀만 무성한 채 방치돼 있는데요.

조선인 강제 동원의 산물이 세상 밖으로 알려지게 된 건, 뜻밖에도 사도 섬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서 직접 조사한 덕분이었습니다.

30여 년 전 한 담배 판매소에서 조선인 명부를 처음 발견했고, 주민들은 사비를 들여 한국으로까지 피해자를 찾아다녔다고 하는데요.

[코스기 쿠니오/사도 주민 : "담배 배급 명부에서 한국에서 온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노동 환경이 힘들었다는 걸 사람들에게 듣고 나서, 이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4월엔 ‘사도 조선인 노동자를 기억하는 모임’을 만들어 피해자들의 증언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아라이 마리/사도시의회 의원 : "(피해자) 증언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9월 열릴 시의회에서라도 ‘증언에 귀를 기울이자’라고 다시 강조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양심적인 현지 주민 일부만 조선인 노동자를 추모할 뿐, 사도 광산 유적 안내문 그 어디에도 조선인이 끌려와 일했다는 설명은 없습니다.

이처럼 여전한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 최근 특별한 만남이 있었는데요.

도쿄역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

["(이름이 뭐예요?) 리풍해입니다. (어디 이 씨예요?) 전주 이 씨…."]

남한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산하 조선인 강제연행 진상조사단 소속 연구자들입니다.

이들은 사도 광산 현장에서 조선인 노동자의 강제 동원을 조사하고, 일본의 유네스코 등재 재추진에 대응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2018년, 남북의 민화협은 역사 문제에 대응하는 데는 힘을 모아야 한다며 일제 청산 활동을 함께하기로 합의했는데요.

하지만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코로나19 상황은 길어져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최근 활동을 재개한 겁니다.

["먼저 떠난 사람들의 뼈가 있다고…."]

다만 북측은 직접 오지 않았고, 조선총련에서 강제 동원 역사를 조사해 온 연구자들이 참석했는데요.

광산과 박물관 등 곳곳을 함께 찾아다니며 힘겹게 일했던 조선인의 흔적을 살펴보니 어느새 마음이 뭉클해져 옵니다.

[이시종/민화협 사무차장 : "저희가 지금 오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그 당시에 여기까지 끌려온 부분을 생각해 보면 사실은 참 마음이 많이 아프죠."]

[김영현/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 연구자 : "조선인 강제연행, 강제노동 역사는 북만의 역사도 아니고 남만의 역사도 아니고, 북남이 함께해야 하는, 함께 풀어갈, 함께 알고 가야될 그런 역사이기 때문에…."]

양측은 관동대지진 100주년인 내년에는 추도식 등의 다양한 행사도 함께 추진하기로 약속했는데요.

[이시종/민화협 사무차장 : "북쪽에 있는 분들도 참석하시고, 남쪽에 있는 우리도 참석하고, 또 일본에 있는 분들도 다시 참석해서 남북이 공동으로 계속 이런 사업들을 진행하면, 또 과거사 문제를 진정한 민족 화해를 위해서 그런 사업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김영현/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 연구자 : "과거의 슬픈 역사이긴 하지만 그런 현장을 통해서 우리끼리 만나서 그런 정을 맺어 가면 통일이란 것이 뭔가 먼 것이 아니라, 아, 눈앞에 있는 이 사람하고 나는 통일을 해서 만나는구나 하는 그런 생각도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이런 사업들이 진행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념과 갈등을 넘어서 민족의 아픈 역사 앞에 함께 맞잡은 손.

2020년, 많은 논란 속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군함도와 같이 강제 동원을 왜곡하려는 일본의 시도를 남북이 힘을 모아 바로잡기를 기대해봅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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