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매일 느끼는 기쁨이 가장 큰 보상"..공부하는 봉사자 윤희자씨

허광무 2022. 8. 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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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장애인 목욕봉사..두아들에 모범되려 시작, 퇴직 남편도 봉사에 빠져
사회복지·심리상담 학위도 취득.."젊은 층 부족한데, 봉사 참여해줬으면"
장애인과 음식 만들기 봉사하는 윤희자 씨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봉사를 시작한 계기는 아이들 때문이었어요. '어린 두 아들을 어떻게 바르게 키울까' 하는 걱정에 '내가 모범을 보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그 결과는 대성공입니다. 아이들은 잘 자라 주었고, 저는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을 만끽하고 있으니까요."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 배꽃봉사회 회장을 맡은 윤희자(62) 씨는 25년이 넘는 세월을 봉사에 매진한 공로를 인정받아 울산시자원봉사센터가 선정하는 '2022년 울산 자원봉사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봉사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가 영광스럽지만, 그보다 봉사활동 자체가 안겨주는 매일의 기쁨이 더 큰 보상이라고 윤씨는 말한다.

약 25년 전 그가 처음 경험한 봉사는 급식소 지원, 행사 운영, 홀몸노인 생신상 차리기 등이다.

3년여간 열성을 다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무언가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고 한다.

'더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곳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배꽃봉사회가 장애인 목욕봉사를 한다는 말을 듣게 됐다.

그길로 봉사회에 가입한 윤씨는, 매달 한 번씩 시설을 찾아 장애우들의 몸을 씻기는 목욕봉사에 꼬박 17년간 참여했다.

봉사활동 하는 윤희자 씨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4명가량의 회원이 20명이 넘는 장애우들을 씻겼는데, 샤워 수준이 아니라 온몸 구석구석의 때를 말 그대로 '박박' 밀었다고 한다.

그동안 경험했던 다양한 봉사 중에서도 단연 가장 고된 활동으로 윤씨는 기억한다.

그렇지만 힘이 드는 이상으로 성취감과 보람도 컸기에, 가장 즐겁고 행복한 봉사였다고 윤씨는 되돌아봤다.

다만 육체적으로 강도가 너무나도 높은 봉사에 회원들의 체력은 한계를 보였고, 참여를 자원하는 봉사자들도 점점 줄어들었다.

결국 2017년 목욕봉사는 종료됐고, 윤씨는 그 점이 지금까지도 내내 아쉽다.

"하루 목욕봉사를 하고 오면 며칠 동안 몸살이 날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런데도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며 목욕하는 날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그만큼 보람찬 일도 없었죠. 하지만 새로운 봉사자가 유입되지 않으니 한계에 부닥쳤어요. 일 자체가 너무 힘들기도 하고, 목욕 중에 대변을 볼 정도로 장애가 가볍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죠. 한번 경험하고는 다시는 하지 않으려는 분들이 많았어요.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니까 탓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결국 그렇게 봉사가 중단됐지만, 지금도 아쉬운 마음이 많아요."

비록 목욕봉사는 멈췄지만, 윤씨의 일과는 여전히 봉사로 분주하다.

장애우들과 문화체험 나선 윤희자 씨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경로식당에서 평일 아침을 시작한다. 배식과 청소 등을 돕는 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계속된다.

오후에는 결연 이웃 방문, 지역 환경 정화, 제과·제빵 취약계층 전달, 각종 캠페인 참여 등이 이어진다.

한 달에 2∼3회는 주간보호센터에 낮 동안 맡겨지는 장애우들과 함께 음식 만들기, 역사·문화 시설 체험, 시장보기 등 사회 적응을 돕는 나들이 등을 병행한다.

오랫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만큼 기억에 선명하게 남은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1주일에 3번 정도 반찬을 배달하며 안부를 확인하던 남자분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사흘 정도 보이지 않으셨어요. 그 동네 식당 아주머니도 같은 걱정을 하시길래 같이 집을 찾아봤죠. 그러다 욕실에서 이미 숨을 거둔 그분을 발견했어요. 겨울이었는데 술을 드시고 샤워를 하시다가 변을 당하셨던 것 같아요. 경황없이 경찰에 신고하고, 무서워서 덜덜 떨면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광경은 지금도 한 번씩 눈앞에 스쳐 가요. 안타까운 기억이지만, 그렇게라도 발견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어서, 더 소홀히 하지 않으려 해요."

봉사활동 하는 윤희자 씨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말 그대로 '봉사에 진심'인 윤씨는 공부하는 자원봉사자로도 유명하다.

봉사활동에 필요할 듯해서 요양보호사 자격은 진작에 땄었고, 사이버대학에 등록해서 심리상담과 사회복지 학위도 취득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느라 한때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남편과 두 아들 모두 엄마의 봉사를 응원한다.

특히 직장을 퇴직한 남편은 요즘 윤씨를 곧잘 따라 나오면서, 점차 봉사의 재미에 빠져드는 중이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시작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봉사활동은 그 자체로 제 삶이었어요. 힘들 때도 즐거울 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봉사로 행복했거든요.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시간상으로 여유가 되는 분들이 좀 더 봉사에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회원들이 대부분 60대 이상일 정도로 젊은 분들이 너무 없어요. 젊은 층이 뜻있는 일에 참여해주신다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봉사활동이 더 다양하고, 역동적이며, 재밌어지겠죠."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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