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후 스펠맨, 오세근 단짝 되어줄까?

김종수 2022. 8. 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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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의 역사는 오세근이 있을 때와 없을 때로 구분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오세근(35‧199.8cm)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KGC에 들어온 이래 챔피언결정전 3회 우승에 모두 공헌했다. 팀 역사를 바꿔놓은 프랜차이즈라는 점에서 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전설 팀 던컨의 KBL판 버전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의 이승엽, 축구의 이동국이 그렇듯 ‘라이언 킹’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남자다.


오세근의 최고 무기는 '밸런스'다. 서장훈의 슛터치, 함지훈의 부드러운 움직임, 김주성의 스윙맨급 스피드, 하승진의 압도적 사이즈 등 하나하나 놓고 보면 앞서는 부분이 없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특별히 모자란 부분도 없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최근에는 부상, 나이 등으로 예전같이 엄청난 파워와 미칠듯한 활동량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나 대신 한층 노련해지고 원숙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는 평가다.

노장임에도 여전한 기량, KGC 공수의 시작과 끝

'건강한 오세근은 플레이오프 보증수표다'는 평가에서 알 수 있듯이 오세근의 플레이 안정성은 KBL 역사에서도 역대급으로 인정받는다. 특히 30대 들어서는 미들슛의 활용도가 몰라보게 늘어나고 좋아졌다. 미드레인지 점퍼, 스텝백 점퍼, 45도 뱅크샷은 물론 턴어라운드 페이드 어웨이까지, 포스트업에 패싱게임마저 잘하는 오세근이 성공률 높은 미들슛을 넣어주게 되면서 수비하기 더욱 까다로운 선수가 됐다.


오세근은 슛을 잘 쏘기는 하지만 무리해서 난사하며 개인기록을 올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착실한 스크린 등 팀 플레이를 우선시하는 유형인지라 오세근의 공격에만 신경을 쓰다가는 다른 선수들이 더불어 터지기 일쑤다. KGC 공수의 알파와 오메가로 평가받는 이유다.


한창 때만 해도 오세근은 국가대표팀에서도 대체불가 선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크고 작은 부상 등으로 인해 승선횟수가 확 줄어든 상태다.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 했을 때 사실상 대표팀 은퇴 상태라고해도 틀리지 않다. 여전히 전력에 도움이 되는 선수이기는 하지만 몸상태 등을 감안했을 때 ‘이제는 쉬게 놔두자’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선수 생활 초창기 이정현, 박찬희, 김태술 등과 함께 KGC를 강팀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이후 베테랑이 되어서는 변준형, 문성곤 등을 이끌며 화수분 농구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른바 인삼신기 1기, 2기에 걸쳐 모두 버티고 있는 선수는 양희종을 빼면 오세근뿐이다. 


오세근이 기둥으로 있는 KGC는 최근 두 시즌동안 여전히 강팀으로서의 위용을 뽐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이어 올 시즌 역시 준우승의 성적을 올렸다. 특히 올 시즌 같은 경우 지난 시즌 우승의 일등공신 자레드 설린저와 재계약에 실패한 상태에서도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며 KGC가 왜 전통의 강호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돌아오는 시즌은 오세근의 짐이 더욱 무거워질 공산이 높다. KGC를 강팀으로 이끌며 명장 대열에 올라선 김승기 감독을 비롯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슈터로 꼽히고 있는 FA 전성현(30‧189cm)까지 놓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화수분 농구로 유명한 KGC라도 전력손실이 너무 크다.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선수와 잘 맞았던 오세근

국내리그에서 주전급 토종 빅맨을 보유했던 팀들은 하나같이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높이가 절대시 되는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확실한 이점 하나를 선점하면서 전력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선수로 인해 탄탄한 포스트 전력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거기서 파생되는 타 선수들의 스탭업도 상당하다.


하지만 거기에는 하나의 선결 과제가 있다. 토종 빅맨과 호흡을 맞추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장신 외국인선수의 존재다. 역대급 빅맨 자원으로 꼽히던 서장훈, 김주성 또한 그러한 파트너와 함께할 때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 둘은 각자의 플레이스타일이 확연하게 다른 만큼 호흡이 잘 맞는 외국인선수의 유형도 달랐다.


어지간한 스윙맨 이상으로 슈팅력이 좋았던 서장훈은 본인이 위주가 되어 고득점을 올리는 것을 즐기는 슈팅 센터다. 기동력이 빠르지 않을 뿐더러 활동량을 많이 가져간다거나 궂은일을 하는 타입도 아닌지라 그의 득점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단점을 커버해주는 외국인선수가 필요하다. 유일하게 그를 중심으로 우승했던 초기 SK 시절이 그랬다.


당시 최인선 감독은 기동력, 수비, 외곽슛에 더해 패싱능력까지 출중했던 다재다능한 재키 존스를 트레이드해와서 서장훈의 위력을 극대화 시키는데 성공했다. 존스가 떠난 이후 그만한 파트너를 만나지 못해 어려워하던 서장훈과 SK는 테렌스 무어의 대체로 들어온 에릭 마틴이 좋은 활약을 해주자 그제야 전력을 재정비하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마틴은 존스처럼 다재다능하지는 않았지만 묵직하게 골밑을 사수하면서 수비 등 궂은일에 능한 유형의 외국인선수였다.


플레이스타일, 성격 등에서 사용법이 까다로웠던 서장훈과 달리 김주성은 어떤 유형의 외국인선수와도 호흡이 잘 맞았다. 서장훈을 보유하고 있는 팀은 외국인선수를 뽑을 때도 거기에 맞춰야한다. 반면 김주성은 본인이 외국인선수에 맞춰버렸던 팀 플레이어였다. 수비 등 궂은일 위주로 살림꾼적인 공헌도가 높으면서도 특유의 스피드를 살린 득점력까지 빼어났던지라 모든 지도자가 선호하는 유형의 빅맨으로 꼽혔다.


김주성은 데릭 존슨같은 파워형 센터는 물론 패싱능력이 돋보였던 원조 포인트센터 리온 데릭스와도 무난한 호흡을 보였다. 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플레이스타일의 외국인선수와 함께 할 때는 서로간 시너지가 더욱 극대화되었다는 평가다. 트윈타워를 구축해 ‘DB산성’이라는 명성을 함께 만들어냈던 자밀 왓킨스, 레지 오코사, 로드 벤슨 등이 대표적이다.


플레이 유형은 다소 다르지만 팀플레이를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오세근은 김주성과로 분류된다. 서장훈처럼 자신의 단점을 커버해줄 수 있는 선수보다는 비슷하게 장점을 교류할 수 있는 스타일과 시너지 효과를 잘 낸다. 골밑에서 묵직하게 몸싸움을 해주면서 다재다능함을 보여줬던 크리스 다니엘스와 데이비드 사이먼이 그랬다. 역대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꼽히는 자레드 설린저같은 경우는 워낙 사기 캐릭터인지라 논외다.


 

 


다른 색깔 조합! 스펠맨과 오세근의 시너지는?

오세근의 과부하를 걱정할 수밖에 없던 KGC팬들은 골밑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사이먼 유형의 선수를 매시즌 원했다. 아쉽게도 구단은 외국인선수를 애써 오세근에 맞추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미카엘 매킨토시, 레이션 테리, 브랜든 브라운, 크리스 맥컬러, 얼 클락 등 사이먼 이후에 영입된 장신 외국인선수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돌아오는 시즌 KGC 성적의 키를 쥐고있는 선수중 한명은 1옵션 외국인선수 오마리 스펠맨(25·203㎝)이다. 올시즌 후반부터 부상으로 결장횟수가 많았을뿐 아니라 이후에도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제 기량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했던 만큼 건강하게 풀타임을 소화해줄 수 있다면 전력상승 여지는 충분하다. 좋았을 때의 기량은 이미 검증됐기 때문이다. 이를 모를리 없는 스펠맨 또한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가 강한 상태다.


203cm, 111kg에 218cm의 윙스팬까지…, 스펠맨은 체격조건만 놓고보면 KBL에서 빅맨으로 뛰기에 손색없다. 크고 묵직하면서도 운동능력과 기동성까지 장착했다. 플레이스타일은 단순히 골밑위주로 듬직하게 버티어주는 정통적인 빅맨과는 차이가 있다. 내외곽을 오가며 전천후로 활약해주는 스타일이다.


캐치 앤 슛뿐만 아니라 드리블 이후에 풀업 3점슛을 즐긴다는 점에서 덩치큰 3.5번 느낌도 난다. 오세근만 놓고 봤을 때는 다소 아쉬움이 남기도하지만 전성현의 부재로 공격옵션의 큰축이 하나 날아간 상태임을 감안했을 때 다양한 방식으로 고득점을 올릴 수 있는 스펠맨이 현재 상황의 KGC에는 더 잘어울릴지도 모른다.


지난 시즌 검증되었다시피 스펠맨의 기량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건강하다는 전제하에 무조건 평균 이상의 활약을 보장해줄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때때로 너무 열정이 강해서 플레이가 뜻대로 잘 풀리지 않으면 스스로 흔들려버리는 모습도 노출했다는 사실이다. 불같은 성향으로 인해 냉정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해당 경기에서 슛감이 좋지않으면 거기서 그쳐야하는데 다른 플레이에까지 영향을 받는다. 스스로 기복을 만든다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로, 아마도 다가올 시즌 KGC는 스펠맨으로 인해 울고 웃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래도 스펠맨이 공격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면서 부침이 있을 공산이 큰지라 거기에서 오는 간극을 좁히고 분위기를 수습하는 역할의 상당 부분은 오세근이 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오세근과 스펠맨의 다른 색깔 조합은 예상외 시너지를 내며 옵션이 줄어든 KGC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을까? 다음 시즌 KGC 성적이 더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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