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에 미친 출판사 영업사원의 맛집 탐방기..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오마주]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몇년 전 일본여행을 갔을 때 도쿄 신주쿠역 근처의 한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커피 한 잔과 케이크를 시켰죠. 검정색 앞치마를 두른 주인장이 직접 친 생크림을 정성스럽게 펴발라서 내준 케이크를 받을 때 기분은 마치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같은 일본 만화 속에 들어와있는 것 같았습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디저트의 천국입니다. 코로나19로 일본여행이 어려운 요즘, 도쿄의 디저트 가게를 대리여행하는 기분을 맛보게 해줄 작품을 하나 추천합니다. 온라인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 올라와있는 일본 드라마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시즌1)>(2017)입니다.
주인공은 세일즈맨, 영업사원인 아메타니 칸타로(오노에 마쓰야)입니다. 포마드 기름이라도 발라서 정리한 것 같은 단정한 머리에 깔끔한 양복차림을 고수하는 그는 어딘가 괴짜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던 그는 근무시간 중에 도쿄의 디저트 맛집을 다니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출판사 영업부로 이직을 했죠. 부장으로부터 서점에 나가서 일을 처리하고 오라는 지시를 받고 사무실 문을 나서는 순간, 칸타로는 ‘디저트 동선’부터 머리에 그립니다. “2시간 동안 7군데! 결코 쉽지 않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야”라면서 말이죠.
드라마는 총 12회차로 구성돼있습니다. 매 회차마다 다른 디저트를 주제로 합니다. 안미츠(화과자), 빙수, 마메칸(한천, 붉은 완두콩, 시럽으로 구성된 일본식 디저트), 파르페, 핫케이크, 에클레어 등입니다. 칸타로가 찾아가는 디저트 가게들은 모두 도쿄에 실제로 있는 곳들입니다. 2화에서 칸타로는 도쿄 기치조지역에 있는 빙수 전문점 ‘고오리야 피스’에 찾아갑니다. 이곳은 1년 내내 빙수만 팔죠. 칸타로는 프리미엄 멜론 셔벗 빙수와 소금 캐러멜 휘핑크림 빙수를 주문해 신나게 먹습니다. 고화질로 담긴 예쁜 디저트를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은 일드(일본드라마) 고유의 만화같은 연출과 편집이 돋보이는 드라마입니다. “해내고야 말겠어!” “빙수를 한 입 베어물기만 해도 기분이 빙점 아래로 내려가!” 같은 대사들이 수시로 등장합니다. 칸타로가 디저트를 한 입 베어무는 순간 머리가 찹쌀떡이나 팥빙수로 변하는 등 만화적 연출이 펼쳐집니다. 이같은 연출이 좀 오글거린다고 느껴질 수도 있으나, 일드의 발랄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기분좋게 볼만합니다.
에피소드 한 회 당 러닝타임이 20분 정도라서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아주 옅은 러브라인이나 갈등 상황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디저트에 집착하는 광기어린 덕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죠. 한 번에 몰아보기보다는 출출할 때 간식 하나씩 꺼내먹듯이 천천히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방구석 여행 지수 ★★★★★ / 방에서 떠나는 도쿄 여행
몰아보기 지수 ★★ / 한 편씩 끊어봐도 충분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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