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호통에 41년 만의 발전소 완공
◀ 김필국 앵커 ▶
북한이 최근 함경북도 어랑천 수력 발전소를 완공했습니다.
높은 산을 흐르는 강에 댐을 쌓고 굴을 뚫어서 5개의 발전소를 짓는 공사였는데요. 마지막 발전소가 완공되기까지 무려 41년이나 걸렸습니다.
◀ 차미연 앵커 ▶
41년이나 결렸다 하면 어마어마한 대공사라고 생각하실텐데요. 사실 중소규모에 불과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심하다, 뻔뻔하다'고 비난할 정도로 공사 진척이 늦었는데요. 그 이유가 뭔지 김세로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높은 산줄기 사이로 흐르는 강물이 댐 아래로 폭포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지난 4일 완공된 함경북도 어랑천 3호발전소입니다.
발전용량 2만 4천kw.
수력발전소치고는 상당히 작은 중소규모지만 준공식에는 노동당 비서, 부총리, 장관급 등 고위층이 참석했고, 건설자들을 "영웅"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어랑천 3호발전소 준공 보도] "숭고한 정신과 고귀한 실천으로 당과 조국을 받든 우리 시대의 참된 충신, 애국자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해발 2천미터가 넘는 함경산맥 궤산봉에서 시작해 동해인근 장연호까지 흐르는 어랑천.
여기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은 1981년 김일성 주석의 교시로 시작됐습니다.
1호부터 5호까지 계단식으로 다섯개의 발전소를 만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어랑천 발전소 건설 관련 보도>] "어랑천 상류에 언제(댐) 식으로 3호와 4호 발전소를 건설하고 그 아래에 팔향 언제를 쌓아 물길식으로 1호, 2호, 5호 발전소를 건설하게 돼있으며.."
하지만 1호 발전소가 준공된 건 그로부터 26년 뒤인 2007년.
2013년과 2018년 각각 2호, 5호발전소가 준공됐고 4호 발전소에 이어 이번에 건설된 3호발전소까지 꼬박 41년이 걸린 겁니다.
5개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13만 4,500kw.
우리 일산, 분당 신도시 열병합발전소 생산전력의 15%에 불과하지만 함경북도 일대 공업지역과 관광지인 경성온천을 비롯해, 2년 전 건설된 중평온실농장, 북한 최대 채소생산기지로 짓고 있다는 연포온실농장, 그리고 핵실험장이 위치한 길주군 인근에까지 전력난 해소에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재영/한국전기연구원 전력망연구본부장] "발전량 측면에서 보면 북한의 전력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킨다든가 하는 그런 사항은 전혀 아니고요, 주변에 약간 도움이 될만한 그런 정도라고.."
북한에서 이런 중소규모 수력발전소 5기를 완공하는데 41년이나 걸린 이유는 뭘까?
[조선중앙TV/2018년 7월] "김정은 동지께서 어랑천 발전소 건설장을 현지지도 하셨습니다."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은 공기가 한참 늦어진 4호 발전소 언제, 댐 공사현장을 찾았습니다.
[조선중앙TV/2018년 7월] "30여 년이 지나도록 공사가 완공되지 못하고 있는 실태를 현지에서 직접 료해 대책하기 위해 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김위원장은 공사현장에 자재와 인력부족으로 공사가 거의 중단됐는데도 책임자인 내각과 함경북도 관료들이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는다면서 그들을 '뻔뻔하다', '한심하다', '덜돼먹었다', '대가 바뀌어도 결과를 못볼 것 같다'고 매섭게 질타했습니다.
[조선중앙TV/2018년 7월] "대단히 격노하시어 도대체 발전소 건설을 하자는 사람들인지 말자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벼르고 벼르다 오늘 직접 나와봤는데 말이 안 나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김위원장의 지시로 노동당 핵심인 중앙위원회가 직접 나선 뒤에야 4년 만에 다섯번 째 발전소가 완공된겁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선임연구원] "김정은 체제 때 장비가 대량으로 동원 돼요. 장비가 동원이 되면서 빠른 시간 안에 끝날 수 있었던 거지 '이 공사가 계속 조금조금 해왔어요'가 아닌 거죠. 가운데는 아예 중단됐었거든요."
북한은 석탄이나 가스 등을 쓰는 화력발전소를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높고 깊은 산을 흐르는 크지 않은 강까지 무리하게 막아서 수력발전소 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선임연구원] "수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력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거죠. 화력발전소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수력발전소를 많이 건설하는 게 북한에게는 도움이 되는 거죠."
어랑천 발전소 5기중 3기는 산에 물길 터널을 뚫고 강물을 돌리는 유역변경 방식.
난공사긴 하지만 인력을 총동원해 먼저 끝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높은 콘크리트 댐을 쌓는 4호, 3호 발전소 건설은 최고지도자와 당중앙 기관이 나서기 전에는 콘크리트도, 골재도, 기술인력들도, 장비도 구하기 어려웠던 겁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쪽이 일종의 난공사예요. 상당히 공사가 어려운 난공사 구간이고, 김정은이 우선시하는 사업의 순위에서는 밀려나 있었고요. 터빈이나 이런 것들은 북한이 자체로 못 만들거든요."
심지어 수십 톤짜리 비상밸브 등 장비를 옮기려 해도 대형 운반 차량 문제를 해결하는데 애를 먹어야 했고 중장비가 다닐 산길 도로나 교량 까지 근로자들이 직접 횃불을 밝혀가며 만들어야 했습니다.
[어랑천 4호 발전소 건설 보도/2016년] "암반과 천연 원시림을 과감히 뚫고 온 공사장을 청년판으로 만들며 한 미터 또 한 미터 험준한 산발을 꿰질러 나갑니다."
김정은이 후계자 시절 건설한 자강도 희천발전소건설 공사.
평양 인근에서 만든 수십 톤짜리 대형 변압기를 현장까지 옮길 때도 낡은 도로와 터널과 교량 때문에 정부 관계부처가 총동원돼 대책을 강구해야 했습니다.
산길에서는 앞에는 트럭, 뒤에는 군용장갑차가 미는 '군대-민간' 합동작전을 벌여야 했고,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들어 전쟁에서 군사 작전하듯 공사를 해야 한 겁니다.
[희천발전소 변압기 수송 보도/2011년] "급한 경사에 힘이 모자라 견인기도 대형 짐차도 모두가 다 전복될 수 있는 그 순간, 또 한 대의 대형 자동차를 견인해가지고 성과적인 수송을 보장한 우리의 미더운 주인공들이었습니다."
중소규모 작은 수력발전소 하나 짓는데 최고지도자까지 나서 호통을 치고 당과 군, 정부까지 모두가 나서야 하는 상황.
41년 만에 완공된 어랑천 발전소는 북한의 열악한 현실과 함께 북한이 추진하는 경제발전 5개년 계획도 결국은 이런 방식으로 어렵게 밀어붙일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김세로 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397827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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