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 2주 새 80% 뛰었다..머스크 파격 행보 '들썩'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백수전 입력 2022. 8. 13. 07:01 수정 2022. 8. 2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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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두 번째 주식분할 총정리
24일까지 매수해야..10주 있다면 30주로
2년 전엔 급등.."이미 주가 선반영" 의견도
'우주 거품주'? 1000배 넘던 PER 100 수준
'분할 반대론자' 버핏, 버크셔 1주당 6억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현지시간) 텍사스 오스틴 기가 텍사스에서 열린 주주총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테슬라 유튜브

“기가 텍사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테슬라의 텍사스 오스틴 신공장 기가 텍사스. 강당 안에 상기된 표정의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검은 수트를 입은 남자가 환한 미소와 함께 무대 위에 등장하자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보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였습니다. 2022년 테슬라 주주총회는 연예인 팬 미팅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이날 머스크는 2030년까지 연간 2000만대의 차량 생산 목표를 재확인하고, 10~12개의 신규 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주주총회엔 주주들의 의견을 묻고 처리하는 안건이 올라옵니다. 이날 테슬라 주총에서 가장 관심이 쏠렸던 안건은 주식분할(Stock Split)이었습니다. 테슬라는 지난 3월 트위터로 주식분할의 뜻을 처음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 6월 주주 가치 제고와 직원 보상 차원에서 주식을 3대 1로 분할하겠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했습니다. 삼성증권 등 일부 증권사가 국내 테슬라 주주들에게 주총 안건 찬반을 묻는 문자를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테슬라 유튜브

 테슬라 첫 주식분할 발표 후 80% 급등

테슬라 주총에선 압도적인 찬성으로 주식분할을 승인했습니다. 이달 24일 나스닥 시장 마감까지 테슬라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장 마감 후 1주당 추가로 2주를 받게 됩니다. 기존에 테슬라 10주를 보유했다면 20주를 더 받아 30주가 되는 셈입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에겐 주식 지급이 하루에서 이틀정도 지연될 수 있습니다. 25일부터 테슬라 주식은 24일 종가의 3분의 1 가격으로 거래를 시작합니다. 현 주가의 흐름이 유지된다면 25일엔 ‘삼백슬라’ 안팎에서 거래가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식분할은 말 그대로 기존 주식을 일정 비율로 나누는 것입니다.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네 조각으로 나뉜 피자를 여덟 조각으로 더 잘게 나눈다고 피자의 총량이 달라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단지 조금만 먹고 싶을 때 먹기 편하게 한 것이 전부입니다. 변한 것은 주식의 단가와 수량입니다.

하지만 주식분할 사례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테슬라는 2020년 8월 11일 첫 5대 1 주식분할을 발표하고 하루 만에 주가가 13% 급등합니다. 분할 후 첫 거래일인 8월31일까지 14거래일간 무려 80% 넘게 올랐습니다. 다른 주식은 어떨까요. 애플은 1987년 이후 지금까지 총 네 번의 주식분할을 했습니다. 마지막 주식분할은 테슬라와 같은 날 단행했습니다. 2020년 7월 30일 4대 1 분할을 발표했고 당일 주가는 11% 뛰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호손에 있는 슈퍼차저. 테슬라 차량을 충전할 수 있다. /사진=AFP

 기업가치는 변한 게 없는데 왜 오를까

기업 자체엔 아무 변화가 없는데 분할 후 주가는 왜 급등한 걸까요. 이 주식을 바라보는 시장의 인식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특히 개인 투자자에게 큰 심리적 변화가 생깁니다. 주식시장은 때론 이성적이지 않습니다(뉴욕주민 《뉴욕주민의 진짜 미국식 주식투자》). 유럽의 전설적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중기적으로 ‘주식시장의 추세=돈+심리’라고 표현했습니다. 대중의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고 너도나도 주식을 사고자 한다면 시세는 오른다는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 한 주당 1000달러 넘는 주식이 갑자기 200달러가 되면 ‘한번 사볼까’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개인 투자자의 유입 효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물론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달라진 게 없습니다. 개인은 테슬라에 중요한 투자자입니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거래 가능한 주식 약 46%를 비기관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 주요 기업 주식의 비기관 투자자 비중. 테슬라는 46%로 개인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블룸버그

주식분할의 효과가 지속적이진 않습니다. 테슬라의 경우 2020년 분할 후 5거래일 만에 주가가 30% 넘게 급락했습니다. 호재를 보고 들어온 단기 투자자들이 ‘뉴스’가 실현되자 팔고 나간 것입니다.

 버핏이 주식분할을 하지 않는 까닭

단기적으로나마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를 낸다면 주식분할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실제로 올해도 아마존(20대 1),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20대 1) 등이 분할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기업도 있습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대표적입니다. 이 기업의 주가는 44만5302달러(클래스A 11일 종가 기준)입니다. 한 주당 거의 6억원 수준입니다. 웬만한 개미는 투자할 엄두가 나지 않을 가격입니다. 주가가 1500배 정도 낮은 클래스B도 있지만 의결권이 클래스A 대비 1만분의 1에 불과합니다.

왜 주식분할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버핏은 이렇게 답합니다. “주식분할을 한다는 이유로 매수하는 투자자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주식을 팔 것이기 때문입니다”(1984년 주주 서한 중) 기업에 단기성 자금이 몰리면 주가의 변동성이 높아집니다. 버핏 같은 가치투자자가 주식분할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분할 호재'보다 더 중요한 것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분할 전인 지금이라도 테슬라 주식을 사야할지 궁금해합니다. 테슬라의 주식분할은 이미 지난 3월 알려진 뉴스입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5월 바닥을 다지고 40% 가까이 올라 ‘구백슬라’에 잠시 복귀했습니다. 주총 직후엔 머스크의 주식 매도 여파에 800달러 선으로 내려 앉았습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식분할 이슈는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4680 배터리 양산, AI 데이 등 연내 남은 이벤트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테슬라의 2020년 첫 분할 당시에도 S&P500지수 가입이란 대형 호재가 남아 있었습니다. 같은 해 11월 테슬라의 편입이 발표된 후 주가는 수직상승 합니다.

피터 린치 전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부회장. 그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피델리티의 마젤란 펀드를 운용하며 연평균 29.2%라는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해 '월가의 영웅'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사진=한경DB

기업 본연의 가치인 이익과 성장도 놓치면 안 될 부분입니다.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는 "이익이야말로 진정으로 중요한 유일한 성장률"이라며 "사람들은 주가의 현재 움직임이 회사의 기본 가치를 가리킨다고 착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하루하루의 주가 움직임보다 이익의 추세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한 테슬라의 올해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평균 12.45달러(블룸버그 11일 기준)입니다. 연초에 비해 추정치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2023년엔 17.23달러입니다. 이 덕분에 한때 1000배를 넘나들던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100배 근처까지 떨어졌습니다. 2022년 PER 전망치는 69, 2023년엔 49.9입니다. 물론 이 수치 역시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머스크는 테슬라가 매년 50%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여러차례 공언했습니다. 그의 말을 믿는다면, 수년 뒤를 바라보는 장기 투자자에겐 베팅해볼 만한 가격이기도 합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테슬라 2022년 예상 EPS 평균치(흰색)와 PER(파란색) 그래프. EPS는 올라가고 PER은 낮아지고 있다. /자료=블룸버그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테슬라 2023년 예상 EPS 평균치(흰색)와 PER(파란색) 그래프. EPS는 올라가고 PER은 낮아지고 있다. /자료=블룸버그

흔히 “주식 투자는 그 기업과 동업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테슬라 투자를 고민한다면, 우선 이 기업과 CEO를 믿고 돈을 맡길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게 순서입니다. 피터 린치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기업의 스토리가 의미를 유지하는 한, 기다리면서 상황을 지켜보세요. 몇 년 뒤엔 놀랄 만한 실적을 거둘 것입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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